[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다음날 한국 축구는 기뻐하기 전에 대형 스캔들에 휩싸였다. 거스 히딩크(72) 전 2002 월드컵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였다.

축구계를 넘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고 진실논란으로 번져 히딩크측과 대한축구협회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결국 히딩크 감독이 직접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라며 애매모하게 말했고 대한축구협회 역시 정몽규 기자회견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수습을 하며 스캔들은 대충 마무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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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새로운 감독을 찾는 지금, 히딩크 감독은 왜 조용할까. 그리고 대한축구협회가 누구보다 히딩크 감독을 먼저 찾아 영입 의사를 타진해야 하는건 아닐까?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현재 유럽을 돌며 새로운 감독 후보군을 찾고 있다. 일단 신태용 감독 역시 후보로 둔 후 ‘9회 연속 월드컵에 나간 한국축구의 명성에 걸맞는 유명세 있는 감독’이면서 ‘전진 축구, 전방 압박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한국축구 철학에 맞는 감독’을 알아본다는 계획.

일단 대한축구협회는 추측성 기사의 자제를 부탁하고 있기에 누가 후보군인지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필리페 스콜라리, 바히드 할릴호지치,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등 세계적인 명장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만나야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히딩크다. 이미 9개월전만 해도 대한축구협회 역시 히딩크 전 감독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의미로 고문자리까지 제안했고 히딩크 측근에 따르면 분명 감독직을 맡을 의사가 있었다. 스포츠한국의 취재결과 히딩크 감독은 정말 한국대표팀 감독직 제의가 온다면 기꺼이 받을 의향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김판곤 위원장이 찾는 감독상에 부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유명세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새로운 한국 축구의 철학’은 히딩크 감독이 이미 한국에서 보여줬던 그 축구와 다를 바 없다. 더 정확히 빠르고 전방에서 압박하고 전진하는 축구, 우리가 아는 ‘한국 축구’는 히딩크 감독이 완성했었다.

9개월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원한다면 누구보다 1순위가 히딩크 감독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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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말로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원하냐의 문제다. 9개월전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4년간 이끌어야하고 예선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이미 당시에도 히딩크 감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의 주장은 “정말로 한국을 사랑해 감독직을 원했다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임 직후 한국의 월드컵 진출여부가 풍전등화일 때 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리 있는 말이었다.

다시금 히딩크 감독의 진정성이 화두에 오를 때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2016년 첼시 감독직을 끝으로 축구계에서 완전히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면 물론 존중해야하고 국가대표 감독직을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이면 76세인 나이를 감안해 감독직을 맡기 힘들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다. 혹은 9개월 사이 생각이 바뀌어 클럽팀 감독을 원한다면 그 역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9개월전에는 당장 한국이 월드컵을 나가는 팀이었고, 지금은 월드컵이 끝났고 4년후에야 월드컵이 하기에 흥미가 떨어졌을 경우라면 납득하기 힘들다. 한국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모든 이유가 아니며 히딩크 감독이 여전히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고 마지막으로 한국축구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면 그 누구보다 히딩크 감독이 1순위가 되어야함이 마땅하다. 히딩크 감독도 9개월전 그랬듯 측근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자신의 의사를 밝혔으면 한다. 짝사랑보다 서로가 원하는 사랑이 아름답고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9개월전보다 지금이 한국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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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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