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부상 없이 74경기를 소화했음에도 7분의 1 가량으로 떨어진 샐러리. 이것이 현재 NBA 계약 시장에서 브룩 로페즈(30)의 가치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로페즈는 밀워키 벅스와 1년 340만 달러(약 38억원)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지난 시즌 2264만 달러(약 251억원)를 받던 선수로서 큰 값어치 하락을 보고 말았다.

샐러리캡 여유가 풍족하지 못한 팀들이 많은 이번 오프시즌이기에 소속을 옮기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큰 금액을 노리기 힘든 상황이기는 하다. 지난 2년 동안 급등한 샐러리캡으로 인해 덩달아 자유 계약 시장 값어치가 폭등했었던 탓에 올여름 자유 계약 신분 선수들이 나름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을 떼어놓고 봐도 로페즈의 샐러리 급락이 그렇게 놀랍지만은 않다. 로페즈 선수 자체의 기량 하락과 함께 센터들이 작아지고만 리그 상황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2012~13시즌 올스타에도 선정됐던 로페즈지만 느린 센터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시대에 있다. ⓒAFPBBNews = News1
▶갈수록 작아지는 센터의 위상

지난 시즌 사실상의 NBA 파이널이라 일컬어졌던 휴스턴 로켓츠-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간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전통적인 센터를 보기란 힘들었다. 즉 로페즈의 공식 신장이기도 한 7피트(213cm) 근처의 장신들이 코트에 서기 힘든 시리즈였다.

양 팀에서 공식 기재 신장 208cm 이상의 선수들로서 시리즈 동안 출전시간을 받은 클린트 카펠라(28.5분), 네네(5.8분), 라이언 앤더슨(5.7분), 자자 파출리아(3.9분), 자베일 맥기(3.1분) 모두 크게 중용 받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많은 시간을 받은 카펠라도 2라운드 시리즈 때의 평균 33분에서 많이 깎인 시간을 받았다.

이 대신 포워드들이 실질적인 센터 역할을 맡으며 스몰 라인업 사이의 대결 구도를 가져갔다. 이는 최근 NBA 리그 경향을 말해주기도 한다. 픽앤롤을 이용한 스위치 수비의 강요로 거구의 센터들이 오히려 수비에서 구멍이 되는 경우들이 빈번하다.

그리고 이런 수비에서의 곤경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막강한 득점력을 선보이는 센터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로페즈가 이런 리그 경향에 가장 피해를 보는 유형이다. 수비에서 문제가 될 만큼 느린 발을 지닌 한편 득점 능력은 특별할 만큼의 경쟁력이 없다.

▶올여름 시들한 센터들의 시장 가치

이번 오프시즌의 가장 놀라운 뉴스로 꼽을 만한 것이 올스타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의 골든스테이트 행 소식이다. 그리고 1806만 달러(약 201억원)를 받던 커즌스가 이번 시즌 530만 달러(약 59억원)만 받게 됐다는 뉴스도 꽤 충격적이었다.

아킬레스 부상이란 크나큰 불안 요소를 감안해도 커즌스가 이만큼의 샐러리만 받게 된 데에는 수비에서의 불안 요소도 무시 못 한다.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던 때에도 커즌스는 수비에서 플러스가 되지 못하곤 했기 때문이다. 빠른 농구에서 한 박자 느린 반응이 이유다.

반대로 수비에서 강력한 위력을 보여준 센터들은 공격 진영에서 스스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 시즌 휴스턴의 리그 1위 등극에 크게 기여한 카펠라의 경우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로서 아직 큰 계약을 제시 받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하든과 크리스 폴의 도움 없이는 공격 진영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들이 결부되면서 이번 오프시즌 큰 계약을 따낸 센터들을 찾기 힘들다. 시즌 당 20000만 달러(약 222억원) 이상을 받게 되는 계약을 맺는 센터는 현재까지 댈러스 매버릭스와 1년 2290만 달러(약 255억원) 계약의 디안드레 조던, 그리고 덴버 너겟츠와 5년 1억4800만 달러(약 1647억원) 재계약의 니콜라 요키치, 두 명뿐이다.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센터 유수프 너키치의 경우 4년 4800만 달러(약 534억원)라는 비교적 적은 액수의 재계약을 따냈다. 이렇게 센터에 대한 시장가치가 높지 않은 편이다.

밀워키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고 있지만 로페즈가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FPBBNews = News1
▶완전히 중심에서 밀려난 로페즈

이번 로페즈의 계약 액수가 낮은 데에는 센터의 시장가치가 낮아진 면도 작용했지만 결정적으로 로페즈의 기량이 이제는 특별하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포스트에서의 득점 해결 능력이 이제는 리그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시대다.

그리고 이제 로페즈의 슈팅 지점은 포스트보다는 완전한 외곽 쪽으로 치우쳤다. 2015~16시즌 브루클린 넷츠 소속이었던 로페즈는 전체 야투 시도 중 64.6%를 바스켓으로부터 10피트(약 3m) 안쪽 범위에서 던졌다.

이에 비해 LA 레이커스 소속이었던 지난 시즌에는 전체 야투 시도 중 42.9%만이 10피트 안쪽 범위에서 나왔다. 41.0%의 비중이 3점 라인 밖에서 나왔던 것이 크다. 2016~17시즌부터 로페즈가 본격적으로 3점 라인 밖을 노리기 시작했다.

센터가 바깥으로 빠져서 3점슛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 현대 농구에서 코트를 넓게 쓰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그리고 3점 위협이 필요한 밀워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로페즈의 3점슛 시도에 대해 상대 수비가 애써 대응하지 않는다면 코트를 넓게 쓰는 의미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밀워키 입장에서는 로페즈처럼 무게감 있는 센터를 모처럼 들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덩치 큰 로페즈가 골밑에서 버티고 있을 경우의 수비는 무시 못 할 존재감을 가진다.

결국 어쨌든 바이애뉴얼 예외조항을 써서 로페즈를 낮은 액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점은 밀워키의 수확이다. 로페즈 입장에서도 1년 계약이기 때문에 이번 한 시즌을 통해 다시 가치를 올릴 기회가 있다.

하지만 한때 위력적인 득점력을 지녔던 7피트 센터의 위상이 떨어진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