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빠른 시기에 연장 계약이 나왔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피닉스 선즈와 데빈 부커(22)가 5년 1억5800만 달러(약 1765억원) 연장 계약에 사인했다.

2019~20시즌부터 발효되는 이 계약은 부커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액수에 달한다. 4년의 신인 계약이 다하기 한 시즌 전에 맺을 수 있는 이 연장 계약은 모라토리엄 기간이 끝난 지난 7일부터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가 기한이다. 즉 피닉스가 매우 빠른 결단을 내렸다.

2017년 여름의 경우 조엘 엠비드(24·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앤드류 위긴스(23·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신인 계약 하에서 맥시멈 연장을 이은 주인공들이었다. 즉 각 구단이 가까운 미래의 핵심으로 점찍은 선수들에게만 제시하는 계약 연장이다.

그렇다면 부커는 앞으로 피닉스를 이끌어갈 슈퍼스타로서 활약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 성적으로 마감한 피닉스였기에 사실 부커에 대한 평가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보여줘 왔던 부커의 성장세를 보면 외면하기 힘든 가능성이 나온다.

개인 성과와 팀 성과의 연결은 이제 부커와 피닉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AFPBBNews = News1
▶이른 나이에 보여준 고득점 성과

지난 시즌 신인으로서 플레이오프 동안 큰 가능성을 보여줬던 제이슨 테이텀(20·보스턴 셀틱스)처럼 부커도 19세의 나이로 NBA에 입성했다. 2015~16시즌 평균 13.8득점으로 시작해 2년차 22.1득점을 거쳐 3년차 24.9득점으로 마감했다.

22세 이하의 연령에서 평균 24득점을 넘긴 개인 시즌은 NBA 역사에서 채 50회가 되지 않는다. 현역들 가운데에서는 카멜로 앤써니,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데릭 로즈, 앤써니 데이비스, 칼앤써니 타운스 등 뛰어난 득점원들이 이룩해 봤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큰 이름들이 나왔다. 1980년대 이후로 보자면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자말 매쉬번, 코비 브라이언트,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22세 이하 나이로 시즌 평균 24득점을 넘겼다.

다들 엄청난 스타로서 이름을 남긴 선수들이다. 즉 부커도 저런 선수들의 대열에 충분히 속할 수 있다는 신호다.

부커는 또한 2016~17시즌에 단일 경기 70득점을 올리면서 역사에 큰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70득점은 NBA 역사 단일 경기 개인 득점 순위에서 공동 10위에 오른 대단한 기록이다. 그리고 70득점 이상 올린 선수들의 인원수는 불과 6명뿐이다. 100득점 포함 6번의 윌트 체임벌린, 81득점의 코비 브라이언트, 73득점의 데이비드 탐슨, 71득점의 엘진 베일러 및 데이비드 로빈슨, 그리고 부커만이 70득점 이상을 올려봤다.

▶부커는 어떤 득점원인가

부커는 여느 스타 득점원들이 그렇듯 슈팅 시점에 주저함이 없다. 바스켓으로부터의 거리, 본인 앞 수비수와의 거리에 상관없이 대담한 슈팅 동작에 들어간다. 이런 모습이 선수들 입장에서 종종 단점으로 부각되곤 하지만 전면에 나서는 스타 득점원들에게는 필요한 모습이다.

부커가 성장을 거듭하고 득점 부문은 자유투와 3점슛이다. 이는 NBA 선수의 득점 효율성과 큰 상관관계가 있는 요소들이다. 2점 야투율은 3시즌에 걸쳐 46.4%, 44.7%, 46.0%로 큰 차이가 없지만 3점 야투율은 신인 때 34.3%에서 3년차 38.3%로 향상시켰다. 그것도 경기 당 3.8회 시도에서 7.1회 시도로 규모를 부쩍 늘렸음에도 이룩한 정확도 상승이다.

지난 시즌 올스타 3점슛 콘테스트를 통해 부커는 본인의 3점슛 실력을 NBA 팬들에게 크게 각인시켰다. ⓒAFPBBNews = News1
자유투는 신인 때 경기 당 2.8회에서 5.4회로 늘렸다. 이 자유투 획득은 앞서 언급한 스타 득점원들에게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 만큼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3점슛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더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스테픈 커리와 제임스 하든이 MVP에 올랐던 데에는 자신들이 직접 드리블 치며 던지는 3점슛의 위력이 큰 몫을 했다. 현재 부커도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

신인 시즌 부커는 드리블 친 직후 던진 3점슛을 경기 당 1.7회 시도해 23.5%만큼만 성공시켰다. 이에 비해 3년차 시즌에서는 3.7회 시도에 걸쳐 36.4%만큼 성공시켰다. 그리고 패스 받은 직후 던진 3점슛은 3.3회 시도로 40.4%만큼 성공시켰다.

▶개인 성과와 팀 성과의 연관성

부커가 이렇게 개인으로서 좋은 성장을 보여줬음에도 소속팀 피닉스는 리그에서 가장 득점력이 낮은 팀으로서 지난 시즌을 마감했다. 피닉스의 평균 103.9득점은 리그 21위였지만 페이스를 감안했을 경우 리그 최하위였다. NBA닷컴에 따르면 피닉스는 100포제션 당 100.8득점만 기록하며 공격지표 리그 30위에 그쳤다.

동시에 수비지표에서도 피닉스는 리그 30위(110.6)였다. 21승61패(승률 25.6%)의 리그 30위 성적이 당연할 만큼의 공수 실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공격 진영에 있어 부커 개인으로서는 팀에 플러스였다. 동일 시간에 뛴 동료들과 상대방의 변수를 최소화시킨 ESPN의 리얼 플러스마이너스(이하 RPM)에 따르면 공격 진영에서 부커만큼의 존재감을 보인 피닉스 선수는 없었다. 공격 진영 RPM에서 부커가 리그 51위(1.49)였다면 그 다음의 피닉스 선수는 127위 트로이 다니엘스(0.08)였다.

다만 수비 진영에서는 부커도 썩 힘이 되지 못했다. 수비 진영 RPM에서 슈팅 가드 110명 중 부커는 100위(-2.44)에 그쳤다. 현재 어떤 체계적인 움직임이 부족한 피닉스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피닉스는 2013년 NBA 드래프트 5순위 알렉스 렌, 2016년 4순위 드라간 벤더, 2017년 4순위 조쉬 잭슨 등 높은 순위의 픽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현실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유망주는 2015년 13순위 부커뿐이다.

마침 2018년 드래프트에서 피닉스는 1순위 당첨을 통해 디안드레 에이튼이라는 큰 기대를 받는 센터 유망주를 뽑았다. 현재까지 모여진 유망주들을 통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당분간 부커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보여준 성장세를 보면 부커는 앞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다 시즌 당 3000만 달러(약 335억원)가 넘는 액수를 받는 선수가 됐으니 그 현실적인 기대 또한 매우 크다. 이번의 맥시멈 연장 계약은 부커가 NBA를 대표하는 득점원으로서 성장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