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카고 불스가 잭 라빈(23)과 계속 같이 가기로 택했다. 라빈에 대한 새크라멘토 킹스의 4년 7800만 달러(약 871억원) 계약 제시에 매치하기로 결정했다.

라빈이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였기에 최종 결정권은 시카고에게 있었지만 사실 계약 규모가 흔쾌히 수용할 만큼은 아니었다. 현재 시점의 라빈에게는 미지수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라빈은 2016~17시즌 2월에 당했던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에서 2017~18시즌 1월에 복귀했다. 즉 거의 1년 공백을 거쳤다가 돌아왔다. 농구선수에게 매우 치명적인 부상들 중 하나를 겪고 돌아왔기에 기량 저하를 변수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부상 전의 상황에서도 라빈에게는 확실히 밝은 전망을 내놓기 힘들었다. NBA 전체 선수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운동능력을 지녔지만 그 재능을 농구에서 십분 발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시카고는 지난 시즌 평균 16.7득점의 라빈에게 시즌 당 2000만 달러(약 223억원)에 육박하는 샐러리를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지난 시즌 24경기의 그 짧은 기간 동안 나온 숫자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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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후 보였던 큰 효율성 하락

1년여의 공백 후 NBA 선수가 제 모습을 곧바로 보여주기란 힘든 일이다. 때문에 라빈의 지난 시즌 효율성 하락은 이미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2점 야투율의 큰 하락은 심히 안 좋은 신호였다. 2016~17시즌 51.5%였던 라빈의 2점 야투율이 2017~18시즌 40.4%로 급락했다. 특히 이 하락의 원인이 우려스럽게 만든다. 골밑에서의 마무리가 안 됐기 때문이다. 이는 부상의 영향을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2016~17시즌의 라빈은 레이업에서 55.2%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지난 시즌은 45.4%로 급락했다. 이는 신장이 작은 가드들 중에서도 꽤 낮은 축의 레이업 성공률이다.

점프슛 성공률이 39.0%에서 31.3%로 떨어진 것도 안 좋은 신호지만 라빈과 같이 드리블 돌파를 주 무기로 삼는 선수에게 레이업 성공률 하락은 큰 타격이다. 하지만 이를 마냥 비관적으로 보지 않아도 될 이유도 있다.

▶희망적 신호

지난 시즌 시카고는 구단 측에서 승리를 마냥 반길 상황이 아니었다. 낮은 성적을 통해 높은 드래프트 순위를 좇는 쪽이었다. 3월에는 이런 노골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리그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빈이 전 소속팀인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시절처럼 동료들의 지원을 받기는 힘들었다. 때문에 라빈은 대부분의 슈팅 기회를 스스로 창출해야 했다. 그 창출 과정을 위해 전보다 많은 드리블도 쳐야 했다.

2016~17시즌 미네소타에서 라빈은 속공 상황을 제외하고 경기 당 5.6회의 드리블 돌파를 가졌었다. 그리고 2017~18시즌 시카고에서는 8.7회의 돌파를 가졌다. 이 드리블 돌파 때의 야투율을 비교하자면 2016~17시즌 42.9% 대비 2017~18시즌 43.1%다. 즉 스스로 만든 기회에서의 마무리 능력은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긍정적으로 볼 것이 자유투 시도의 증가다. 이는 레이업 성공률 하락 원인과도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이다. 2016~17시즌 경기 당 3회의 자유투 시도였다면 2017~18시즌엔 4.5회 가졌다. 약 평균 10분의 출전시간 차이가 있음을 감안해 36분 당 기준으로 통일하면 2.9회와 5.9회 꼴의 차이가 난다. 또한 수비수와의 접촉을 훨씬 더 많이 가지기에 레이업 성공률 하락이 왔다 해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보면 팀에서 가장 많은 샐러리를 받는 선수로서 다가오는 시즌 득점 기회 창출에 큰 성장을 가질 수 있으리라 해석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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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와의 트레이드에서 받은 반대급부의 핵심

2017년 여름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지미 버틀러 트레이드 때 미네소타에서 건너온 선수들이 크리스 던(24)과 라우리 마카넨(21), 그리고 라빈이다. 물론 던과 마카넨도 지난 시즌 동안 멋진 신호를 보여줬지만 트레이드 당시에나 지금에나 시선은 라빈에게 집중됐다.

최근 버틀러가 미네소타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당시 트레이드에서 시카고는 실패하지 않았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라빈은 큰 의미를 갖는다. 만약 시카고가 이번 새크라멘토의 계약 제시에 매치하지 않았더라면 실패한 트레이드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이번 오퍼 매치에서 시카고에게는 어느 정도의 심리 압박이 있었다. 결국 라빈을 통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해 라빈은 앞서 언급했듯 반반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우선 긍정적인 가능성이라면 마침 전 소속팀이었던 미네소타를 상대로 라빈이 거둔 시즌 최고의 성과를 통해 볼 수 있다. 2월초까지 7연패를 당하고 있던 시카고는 2월9일(이하 현지시각) 미네소타를 만나 114-11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 역전의 주인공이 본인의 시즌 경기 최다 35득점을 올린 라빈이었다.

당시 경기에서 라빈은 드리블을 통해 미네소타의 수비를 공략했다. 주득점원이자 에이스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부정적인 가능성이라면 역시 부상이다. 만약 무릎 부상이 앞으로도 계속 괴롭힌다면 큰 타격이다. 또한 라빈은 한창 때에도 좋은 수비수가 아니었다. 라빈이 코트 위에 있을 때 미네소타는 상대방에게 오히려 더 많은 실점을 허용했었다. 특출한 운동능력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우려가 있음에도 이번에 시카고는 충분히 해볼 만한 계약 매치였다 볼 수 있다. 이유는 팀 샐러리 자체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여름 때 시카고는 샐러리캡으로부터 5000만 달러(약 559억원)에 가까운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라빈은 팀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의 기여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 잦은 공백 없이 안정적 출전을 보여야 한다. 꾸준한 출전을 통해 계속 뛸 수 있는 선수임을 보여주기만 해도 이번 시카고의 결정이 실패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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