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5일 오후 2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소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서 7월 31일 계약이 만료되는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과의 재계약 여부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감독을 선임할 것인지에 대해 큰 틀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감독의 얘기가 나오기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신태용 감독과 재계약을 하는지 마는지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신태용 감독의 지난 10개월에 대한 다각도적인 분석과 정확한 공과(功過)를 구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태용 감독의 지난 10개월간의 공과는 어떠할까.

ⓒ대한축구협회
▶공 : 세계 1위 독일전 승리-동아시안컵 우승-조현우, 문선민 기용

가장 임팩트가 강한 것은 역시 독일전 승리다. 피파랭킹 현재 1위이자 세계챔피언인 독일을 상대로 2-0으로 이겼다는 것은 신태용 감독 최고 업적이다. 이 승리로 인해 독일은 80년만에 월드컵에서 토너먼트도 나가지 못하고 탈락했고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에서 피파 랭킹 1위팀을 꺾은 나라가 됐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투혼이 뛰어났다고 하지만 그런 투혼을 이끌어내게 한 점과 주장 기성용의 부상 부재가 있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애초에 명단을 꾸릴 때 권창훈, 김민재와 같은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있었다는 한계 속에 거둔 성과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월드컵에 진출시켰다는 점도 인정받아야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위기에 몰아넣은채 해임된 후 소방수로 투입돼 신태용 감독은 이란-우즈베키스탄전 모두 0-0 무승부로 한국을 월드컵 진출에 성공시켰다.

또한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동아시안컵 우승의 업적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일본에 무려 4-1 대승을 거두며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과 한일전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분명 인정받아야한다.

선수 발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조현우 골키퍼는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때부터 뽑히긴 했지만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에서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빛을 봤다.

도리어 신태용 감독이 조현우 덕을 봤을 정도로 활약도는 엄청났고 러시아 월드컵의 발견이 됐다. 이외에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문선민의 발탁과 활약, 유망주 이승우에게 경험의 기회를 준 것 등도 신태용 감독의 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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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 언행-특정선수 맹신-월드컵 실패-신뢰 불확립

많은 공로도 있지만 과실 역시 없지 않다. 먼저 ‘언행’을 얘기해야한다.

신태용 감독 본인뿐만 아니라 선수 관리와 후속 조치의 아쉬움을 얘기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란전 이후 불거진 김영권의 의도치 않은 ‘관중 비하 발언’은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심지어 신태용 감독이 부임 직후 주장 완장을 김영권에게 맡겼던 상황이기에 대표팀 주장의 언행으로 적절치 않았는데 이 발언 이후에도 김영권에 대한 어떤 제재 없이 그대로 우즈베키스탄전에 기용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국민들은 월드컵 진출보다 부진한 경기력과 상대에 의해 월드컵 진출이 좌지우지된 상황에 대해 뿔났는데 여론을 읽지 못하고 헹가래와 귀국 환영 인터뷰 등으로 논란이 됐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회자가 되고 있는 볼리비아와의 평가전 이후 ‘트릭’이라는 단어를 쓰며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 역시 적절치 못했다. 트릭이라는 단어는 신태용 감독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따라오는 연관 검색어가 됐을 정도다.

장현수로 대표되는 특정선수에 대한 맹신이 불러온 월드컵 실패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특정선수를 믿으며 기용하다보니 해당 선수의 부진 상황에서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졌다.

결과론적으로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원인이 된 스웨덴-멕시코전의 패배 역시 빠질 수 없는 신태용 감독의 과실이다.

6개월을 준비한 스웨덴전에서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하고 패한 부진한 경기력, 멕시코전에서 드러난 한계 등은 월드컵 기대에 부풀었던 국민들을 한숨짓게 했다.

23인 엔트리 선발조차 지나치게 수비자원을 많이 선발하면서 공격자원의 숫자가 제한돼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지고 있는데 넣을 공격자원이 없는 상황까지 자초하기도 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전훈 당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한 시기에 대해 아직까지도 논란으로 남아있다. 너무 늦게 실시한 체력훈련으로 인해 스웨덴-멕시코전 선수들의 체력이 완성되지 못했었다는 것.

실제로 대표팀 고참 구자철은 “훈련 강도는 강한데 쉬지 못했다. 이동하고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체력 관리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전 승리에도 월드컵에서의 실패, 그리고 10개월간 많은 평가전을 치르며 몇몇 평가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평가전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경기력과 결과만을 가져와 대표팀이 신뢰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점 역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 때의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의 부정 등에 대해 대표팀 감독으로서 만회하고 다시 신뢰를 줘야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한채 월드컵을 향하다보니 상대가 아닌 여론과 싸워야하는 아이러니를 자초한 것이다.

또한 평가전에서 지나치게 많은 포메이션 실험을 하면서 확실한 플랜A 확립을 하지 못한채 월드컵에 나섰다 여러 전술을 번갈아 쓰며 월드컵 실패를 야기했다는 점 역시 얘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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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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