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때였다. 디안드레 조던이 댈러스 매버릭스와 4년 8100만 달러(약 908억원)의 ‘구두’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조던은 직전 세 시즌에서 결장없이 전 경기를 소화하며 뛰어난 내구성을 뽐냈다. 이 기간동안 올-NBA 수비 퍼스트팀 1회, 올-NBA 서드팀 1회, 그리고 두 시즌 연속 리바운드왕을 차지했다.

2011~12시즌 시작 전 연간 1000만달러가 넘는 4년짜리 계약을 따낼 때만 하더라도 너무 비싸게 잡는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선수가 조던이다. 이를 감안하면 그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소식이었다.

신체능력을 활용 못하던 낮은 BQ의 대명사에서 지극히 제한적이나 그 안에서는 완벽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선수로 발전했던 조던은 그렇게 LA 클리퍼스를 떠나는 듯 했다.

댈러스는 팀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유럽 출신 선수 중 역대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는 덕 노비츠키에게 압도적인 보드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는 빅맨 파트너를 선물하며 서부 컨퍼런스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듯 했다.

LA 클리퍼스 잔류를 선언했던 2015년 여름의 디안드레 조던. ⓒAFPBBNews = News1
하지만 상황은 갑자기 변했다. 조던이 꼭 필요했던 LA 클리퍼스, 그리고 갈대같은 판단력을 지녔던 조던의 놀라운 합작으로 앞서 했던 ‘구두’ 계약을 무시한 채 클리퍼스와 마지막 년도에 선수 옵션을 더한 4년 약 8800만달러의 계약을 채결했다.

통상적으로 구두계약이라지만 이 시기에 맺은 계약은 통상적으로 실제 계약과 동일하게 취급했던 관행에 뒤통수를 제대로 날린 이른바 이 ‘D통수’ 사건이다. 조던은 댈러스에게 강제 리빌딩의 기회를 제공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여름이 됐다. 그 사이 조던 붙잡기에 나섰던 주축들 중 감독인 닥 리버스를 제외한 선수들은 차례로 클리퍼스를 떠나갔다.

이는 크리스 폴, 블레이크 그리핀과 조던을 축으로 하던 ‘랍 시티’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였다. 우승만을 바라보던 클리퍼스가 숨 고르기를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2017~18시즌 중반부터 트레이드 루머에 휩싸이던 조던 역시 4년차 선수 옵션을 사용하지 않고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조던의 행선지로 가장 유력해진 팀이 다시 댈러스라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조던 영입 실패 후 팀의 근간이 흔들렸고 ‘D통수’ 사건 이후 댈러스 팬들의 공공의 적과도 같았던 조던이었기에 많은 댈러스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2018년 조던과 댈러스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 땐 굴뚝에 난 연기가 아니었음이 판명났다. 조던과 댈러스가 1년 2410만달러(약 270억원)의 ‘구두’ 계약에 합의했음이 발표됐다.

댈러스와 구두계약에 합의한 조던. ⓒAFPBBNews = News1
그리고 이번 ‘구두’ 계약에는 지난번과는 달리 조던을 흔들 원 소속팀과 그의 동료들이 있지 않기에 정식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댈러스의 상황 역시 3년전에 비하면 결코 나쁘지 않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노비츠키 이후 최고의 유럽산 재능이 될 수도 있는 루카 돈치치를 확보했고,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 해리슨 반즈 등의 젊은 피들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댈러스에 조던이라는 이제는 정상급 센터라 부르기 손색이 없는 자원의 합류가 팀 전력적인 측면에서 플러스가 되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하지만 댈러스가 대체 2015년 여름 자신들에게 한 방 먹인 조던에게 왜 다시 러브콜을 날렸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리그 최정상급 리바운드 능력

사실 조던의 리바운드 능력은 NBA의 모든 팀이 탐낼만한 것이다. 하지만 댈러스에게는 더욱 탐이 나는 것이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너렌스 노엘이 결국 실패작으로 판명이 난 가운데 지난 시즌 댈러스의 리바운드 리더는 빅맨으로 분류할 수 없는 반즈였다.

6.1개의 평균 리바운드는 3번 포지션에서 기록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팀 내 리바운드 1위의 기록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민망한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평균 리바운드 수치가 높은 선수가 5.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노비츠키였고, 이로 인해 댈러스의 팀 평균 리바운드는 41.3개로 리그 27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 댈러스의 리바운드 리더였던 반즈. ⓒAFPBBNews = News1
이러한 가운데 백업 센터로 제한적인 출전시간 동안에는 제 몫을 할 수 있는 살라 메즈리에게 일단 퀄리파잉 오퍼 제시를 한 상황이다. 메즈리는 주전 센터로 뛰기에는 힘든 선수이지만 제한된 출전 시간에서만큼은 최소한의 수비 리바운드 사수가 가능한 선수다. 조던의 체력 안배용 선수로는 값어치가 충분하다.

메즈리 외 빅맨 자원들인 드와이트 파웰과 나름 인상적인 NBA 데뷔 시즌을 만들어낸 막시 클리버 등도 결국 리바운드 사수, 즉 보드 장악력에서는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기에 조던의 리바운드 능력은 댈러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 최고 수준의 스크린 제공 능력

덕 노비츠키 이후 첫 로터리 픽 지명 선수였던 스미스 주니어는 현재까지는 노비츠키 이후 시대의 댈러스에서 핵심으로 분류되는 선수다. 그리고 이 스미스 주니어는 픽 앤 롤 상황에서 볼 핸들러로서 공격을 전개하는 빈도가 꽤 높은 선수다.

리그 경기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했을때 픽 앤 롤 상황에서 볼 핸들러로서 4.8개의 슛 시도를 하며 리그 전체 2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효율성을 봤을때는 실망스러웠다. 픽 앤 롤 볼 핸들러로서 리그에서 슛 시도가 많았던 상위 30위의 선수들중 가장 낮은 슛 성공률(35.3%)을 보여줬다. 디애런 팍스와 존 월 역시 해당 상황에서 30%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30% 후반대였음을 감안하면 스미스 주니어의 성공률은 확실히 아쉬운 수치다.

하지만 조던은 조금 더 안정적인 스크린을 제공해줄 수 있다. 2016~17시즌에는 평균 5.5개의 스크린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전체 4위를 기록했고, 2017~18시즌에는 4.0개를 기록하며 리그 전체 9위를 기록했다.

특히 조던은 폴과 오랜 시간을 함께 뛰었고, 폴과 헤어진 지난 시즌에도 오스틴 리버스나 루 윌리엄스 등 픽 앤 롤 공격 전개를 많이 하는 선수들과 함께했다. 스크린을 제공하는 롤맨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왔다. 신체의 두께를 봐도 노엘이나 메즈리보다는 더 단단한 선수이기도 하다.

거기에 이번 신인 지명으로 팀에 합류한 돈치치 역시 픽 앤 롤 상황 때 볼 핸들러로서 상당히 뛰어난 모습을 기대받는 선수다.

돈치치는 패스의 센스만으로 봐서는 포인트가드 역할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이기에 롤맨으로 공격을 참가하는 조던에게 공을 띄우는 패스, 즉 조던의 득점 공식에서 빠질 수 없는 랍 패스를 제공해줄 능력이 있다.

즉 뛰어난 스크린 제공자로서의 조던의 특징은 댈러스가 미래로 생각하는 돈치치와 스미스 주니어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요소다.

유로리그 MVP에 빛나는 드래프트 3순위 지명자 루키 돈치치(우). ⓒAFPBBNews = News1
그렇지만 3년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조던에게 1년 계약만을 제시한 댈러스다. 3년 전에는 팀의 핵심으로 영입을 노렸던 것과는 달리 댈러스의 전설인 노비츠키의 마지막 시즌을 맞아 약점 보강 차원의 영입 색깔이 조금 더 강한 상황이기도 하다. 조던이 30대 시즌을 맞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댈러스가 섣불리 장기계약을 제시하지 않았던 이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 감소한 블락 능력

만 29세 시즌을 마친 지난 시즌 조던의 기록지에서 눈에 띄는 하락이 나타난 부분이 있다. 바로 블록슛 수치다. 주전으로 도약했던 2010~11시즌 이후, 조던은 평균 2개 이상의 블록슛을 기록한 시즌이 4번일 정도로 리그 정상급의 샷 블락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경기당 평균 블록슛이 0.9개에 그쳤다. 블레이크 그리핀이라는 영혼의 단짝이 시즌 중간 떠났고, 시즌 중반부터 이적 루머에 휩싸였던 시즌이었음을 감안해도 분명 아쉽다.

또한 아무리 금강불괴와도 같은 신체를 자랑했고 여전히 경기 중에 누구보다도 높은 위치에서 덩크를 꽂을 수 있어도 만 30세 시즌 직전 감소한 블록슛 능력은 20대 초중반 시절의 에너지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위험 징후다.

이러한 점은 블록슛 3.8개로 리그에서 29위에 그쳤던 댈러스에게 아쉽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난 시즌 클리퍼스의 경기를 볼 때 조던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서 상대 팀이 림을 직접 공략하는 부담감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 블록슛 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조던 영입으로 림 프로텍터와 보드 장악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확보됐던 3년전과는 확실히 다른 상황이기도 하다.

그 외에 무려 5시즌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던 필드골 성공률 타이틀도 폴과 헤어진 지난 시즌 내려놓는 등 확실히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댈러스 매버릭스는 다시 조던을 선택했다. 다가올 시즌 조던과 댈러스의 만남이 이번에는 해피 엔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