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물론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이자 월드챔피언이다.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에게 지고 독일을 이기려 하고 있다. 아무리 공이 둥글다지만 현실적 가능성은 낮다.

꿈은 클수록 좋다지만 너무 막연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20년전, 현재 대표팀과 똑같은 상황에 놓였던 1998 프랑스 월드컵의 대표팀이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신태용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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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를 가진다.

한국은 스웨덴에 0-1, 멕시코에 1-2로 패하며 2패, 독일은 1승1패인 상황에서 양 팀 모두 승리해야 16강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뚜렷하다.

그러나 독일은 현 피파랭킹 1위팀이자 세계챔피언(월드컵)으로 한국을 제외하곤 세계 축구계는 독일의 낙승으로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물론 선수들과 감독은 승리를 꿈꿔야한다. 그러나 한 베팅업체는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0으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볼 정도로 전력차가 명백하다.

신태용호는 현실적 목표도 필요하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과정들을 밟아야한다. 그 작은 과정 중 현실적 목표를 설정한다면 1998 프랑스 월드컵의 대표팀이 제격이다.

당시 1998 프랑스 월드컵은 첫 승 상대로 여겼던 멕시코를 상대로 그 유명한 하석주의 프리킥골+퇴장 이후 3골을 내주며 지고 말았다. 마치 지금 대표팀이 첫 승 상대로 여겼뎐 스웨덴에게 패한 것과 비슷하다.

또한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은 당시 대회 4강까지 진출했던 거스 히딩크의 네덜란드를 상대로 충격의 0-5 패배를 당했다. 이날 참패로 차범근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현재의 대표팀은 멕시코에게 1-2로 패했지만 체감상 더 골을 내주며 진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데다 장현수 등 몇몇 선수들이 당시의 차범근 감독만큼이나 큰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20년전 대표팀과 현재의 대표팀이다.

이때만해도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은 귀국하면 달걀세례를 맞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단합했고 마지막 경기였던 벨기에전에서 한국 축구사에 남을만한 투혼의 경기를 펼쳐 감독 부재와 전력적 열세에도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이동국은 이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공항에 도착해 선배들이 막내인 저보고 가장 먼저 나가라고 했다. 모두들 야유와 질타를 받을까 겁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공항을 빠져나가니 팬들이 환호했고 박수를 쳐줬다.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투혼을 알아주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후 선수단은 엿 세례를 받았다. 스포츠한국 DB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998 프랑스 월드컵과 똑같은 1무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귀국길에 선수들은 엿세례를 맞았다. 감동을 주는 경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표팀은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이 보여줬듯 국민적 질타를 바꿀 의미 있는 경기를 보여준다면 이기지 못하더라도 국민들은 진심을 알아줄 수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선수들의 최선을 다한 모습을 알아준다는 것을 김영권에 대한 여론 반전과 열심히 뛴 멕시코전이 스웨덴전보다 나은 평가였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침체하는가 했다. 월드컵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리어 지금도 회자되는 K리그 르네상스가 찾아왔다.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보여준 투혼의 경기가 준 감동과 때마침 등장한, 이동국-고종수-안정환 같은 신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20년이나 흘러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에 같은 모습을 연출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20년이 흘러도 국민들은 열심히 한 선수에게 박수쳐주고, 결과에 상관없이 감동을 주는 경기에 환호하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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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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