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돌이켜 보면 우리가 가진 자원이 많지 않았다. 월드컵 들어오기 전에 권창훈, 이근호, 김진수, 김민재, 염기훈이 다쳤다. 내 머리 속에 그들이 맴돌았다. 부상 없이 그들과 함께 왔다면…. 여기 온 선수들도 잘해줬지만 그들이 있었다면 내 패턴이 살았을 거고 손흥민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멕시코전 후 공식기자회견에 임한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에서는 왜 멕시코전처럼 잘하지 못했는가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다 말미에 오지 못한 부상자가 아쉽다는 말을 했다.

맞다. 좋은 선수들,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월드컵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는 불가항력이다.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 굳이 이제 와서 소집되지도 못한 부상자 명단을 언급하는 것은 기존 선수들의 사기를 내리는 말뿐이며 애초에 신태용 감독이 부상자 외에도 한국의 좋은 공격 자원을 뽑았더라면 있지 않았을 일이기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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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시각) 0시 러시아 로스토프나두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멕시코전에서 전후반 각각 한 골씩 내주면서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골에도 1-2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전반 26분 멕시코 주장 안드레스 과드라도의 왼쪽 크로스때 장현수가 태클을 하다 공이 손에 맞아 페널티킥을 내줬다. 카를로스 벨라가 PK골을 넣으며 전반을 0-1로 뒤진채 마친 한국은 후반 21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가 조현우와 맞선 상황에서 수비를 젖히고 추가골을 넣으며 0-2로 뒤졌다. 그나마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왼발 슈팅골이 터지며 한국은 체면치레만 했다.

스웨덴전 0-1 패배에 이어 멕시코전 1-2 패배로 한국은 2패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는 물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만에 3전 전패의 위기에 놓였다. 물론 16강에 갈 경우의 수는 남았지만 극히 희박하다.

많은 축구인들은 멕시코전에서의 교체카드에 아쉬움을 표한다. 첫 번째 교체카드 이승우는 충분히 활용할만 했다. 하지만 이승우 투입 2분만에 추가골을 실점했고 이승우는 투입 8분만에 불필요한 옐로카드를 받으며 흥분해있었다. 또 다른 교체가 필요했다. 신 감독은 놀랍게도 윙어 문선민을 빼고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을 넣었고 경기 막판에는 왼쪽 풀백 김민우를 빼고 같은 포지션의 홍철을 넣으며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썼다.

권창훈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차선을 찾아야했다. ⓒ대한축구협회
벤치에는 김신욱이 남아있었다. 스웨덴에 비해서는 상대적인 단신인 멕시코 수비를 상대로 김신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있어보였다. 또한 0-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신욱을 활용한 간단한 롱볼 축구가 더 효율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김신욱을 외면한 신태용 감독이다. 신 감독은 정우영, 홍철 투입이 공격적인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0-2라는 스코어 상황에서 과감성이 결여돼있고 기존 선수와 큰 차이가 없다는 면에서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있는 자원도 제대로 쓰지 않은셈이다.

신 감독의 더 큰 패착은 애초에 23인 명단에 공격자원을 많이 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23인 명단에 중앙수비수만 5명, 왼쪽풀백만 3명을 넣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격 자원이 줄었다. 전문 공격수는 3명(손흥민, 황희찬, 김신욱)에 불과했고 윙어도 문선민, 이재성, 이승우가 전부였다. 이승우, 문선민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막상 지고 있는데 벤치에 이승우, 김신욱을 빼고 공격자원이 없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 것은 신 감독이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미드필더 자원 중에 데려오지 못한 선수 중에는 이창민, 손준호 등이 있고 공격 자원에는 황의조, 이동국, 양동현, 석현준, 지동원이 있다. 모두 월드컵 승선을 원했지만 불러주지 않은건 신 감독이다. 물론 신 감독이 뽑지 않은 이유는 있다.

하지만 공격자원을 의도적으로 많이 제외하고 수비자원을 많이 데려가다보니 막상 지고 있을 때 넣을 자원이 없는 모순이 생겼다. 게다가 중앙수비자원은 5명이나 뽑았지만 2경기에서 쓰인 선수는 김영권, 장현수뿐이었다. 3명은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엔트리 낭비다. 차라리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지고 있을 때 지친 공격자원 혹은 수비자원을 빼고 과감하게 공격을 투입할 때 위에 언급한 대표팀에 오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면 성공했든 안했든 기대는 품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선택지를 좁힌 것은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다.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또한 뽑지도 않았으면서 부상으로 아예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가능한 선수들만 언급하며 ‘아쉽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쉬움은 이해하나 불가항력이 핑계거리가 될 순 없다. 아예 뽑을 수 없었던 선수를 아쉬워하기보다 차선이라도 찾았어야했다. 지고 있는데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없어 왼쪽 수비수만 서로 교체하고, 윙어를 빼고 수비성향이 많은 미드필더를 넣는 상황, 벤치에는 전형적인 9번 공격수가 있음에도 외면한 것은 모두 납득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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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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