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경기 후 하는 얘기는 “비난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 “특정 선수에게 비난을 자제하고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한다. 물론 전국민적 질타가 내려지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5000만 국민 중에 상위 0.000001%도 안되는 23인이다. 잘하면 전국민적 칭찬과 호감으로 돌아서고,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몸값이 올라 일반인은 평생 벌지 못할 돈을 거머쥘 수 있는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못했을때 따라오는 나쁜 부분만 보고 자기방어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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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기회를 줬지만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믿어달라’고 말하고, 28년만에 3전 전패 월드컵이 가시화 됐음에도 매번 ‘격려해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 원하는 것만 해달라는 어린 아이같다.

누군가는 죽어라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국가대표라면, 또한 부상 등 여러 이유로 누군가는 그토록 원했던 월드컵에 나선 선수라면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한다. 왕관의 무게를 견딜 준비도 없이 왕관이 주는 화려함과 위엄만 취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시각) 0시 러시아 로스토프나두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멕시코전에서 전후반 각각 한 골씩 내주면서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골에도 1-2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전반 26분 멕시코 주장 안드레스 과드라도의 왼쪽 크로스때 장현수가 태클을 하다 공이 손에 맞아 페널티킥을 내줬다. 카를로스 벨라가 PK골을 넣으며 전반을 0-1로 뒤지채 마친 한국은 후반 21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가 조현우와 맞선 상황에서 수비를 젖히고 추가골을 넣으며 0-2로 뒤졌다. 그나마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왼발 슈팅골이 터지며 한국은 체면치레만 했다.

스웨덴전 0-1 패배, 멕시코전 1-2 패배로 한국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만에 첫 2경기 모두 패배했고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만에 3전 전패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현재 축구 들어 최악의 대표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독일에 비기거나 이기는 경우의 수, 그리고 다득점으로 이기면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줘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냉정히 희박하다.

경기 후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 그리고 스웨덴전 이후에도 공통적으로 선수들은 “비난이 힘들다”, “격려해달라”고 많이 얘기한다. 실제로 두 경기 이후 국민적 질타가 높아졌다. 4년을 기다린 월드컵에서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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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를 넘은 비난은 안 된다. SNS 테러, 말도 안 되는 청원, 축구가 아닌 인신공격성 발언, 가족을 건드리는 발언 등은 화내 마땅하고 쿨하게 넘기지 말고 법적으로 처리할건 처리해야한다. 한계선은 있다.

그러나 한계선 밑에 있는 비판까지 받아들이기 힘들어해서는 안된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는 급작스러운 비판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 나갈 정도로 인정받은 선수, 누군가의 꿈의 무대인 월드컵은 국민적 비판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국민적 찬사도 가져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조현우를 보자. 스웨덴전 전까지만 해도 조현우를 아는 국민들은 축구팬을 빼곤 없었다. 하지만 두 경기를 통해 전국민적 스타가 된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현지 러시아 신문에서도 조현우에 대해 극찬한다. 즉 월드컵에서 잘하면 유명세, 칭찬, 몸값 상승 등 수많은 부가효과도 따라온다.

이런 부가효과는 생각하지 않은채 오직 못했을 때 따라오는 비판을 가지고 ‘힘들다’, ‘격려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몰염치다. 만약 그동안 100번을 잘하다가 1번 실수했다면 가혹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표팀은 월드컵 진출 과정, 준비 과정 모두 칭찬보다 질타가 많았다. 꾸준히 비판을 받아오던 상황에서 월드컵 2경기를 통해 폭발한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왜 비판하고 실망하는지는 헤아릴 역지사지도 필요하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 한국축구사에 기억될 월드컵 출전 선수로서의 기록, 월드컵 출전에 따른 몸값 상승과 같은 단물만 빼먹고 그에 따라오는 책임은 외면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

김영권을 통해 그동안 최악의 국민여론에 있던 선수가 잘하면 어떤 칭찬을 받는지 볼 수 있지 않나. 자신의 실수, 부진한 경기력을 반성하고 더 나은 경기력으로 자신을 비판하던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 힘들다고 무너지고 ‘격려해달라’는건 국가대표와 월드컵이라는 두 타이틀을 질 자격이 없는 것이다.

‘큰힘에는 큰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크나큰 직책이고 큰 영광도 누릴 수 있지만 비판도 받는다. 왕관의 화려함을 누리려면 무게도 버텨야한다. 무분별한 ‘비난’을 해서는 안되지만 건전한 ‘비판’은 선수들도 받아들여야한다.

월드컵은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기자들에게도 꿈의 무대다. 꿈의 무대의 주인공이라면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딜줄 알아야한다. 연합뉴스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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