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리그 우승, 스페인 리그 MVP, 유로리그 우승, 유로리그 MVP, 이 모든 것이 아직 20대 나이에도 들어서지 않은 루카 돈치치(19)의 이번 시즌 성과다.

그리고 이런 화려한 이력에 힘입어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2018년 NBA 드래프트에서 슬로베니아인 돈치치가 전체 3순위에 호명됐다. 애틀랜타 호크스가 3순위 픽을 통해 뽑은 돈치치는 잠시 후 5순위 트래 영(20) 및 2019년 1라운드 픽을 보낸 댈러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됐다.

나이를 뛰어넘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돈치치가 NBA에서도 빼어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미국 대학도 거치지 않은 외국 선수가 드래프트 3순위 이내에서 뽑힌 적은 2006년 1순위 안드레아 바르냐니 이후 처음이다. 사실 유럽에서 모든 성장과정을 거친 백인 선수에게 NBA 팀들이 큰 기대를 걸기엔 바르냐니를 비롯해 그동안 실망스런 모습들이 꽤 나왔다.

물론 2015년 4순위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처럼 스타 재목도 나타났지만 그 바로 뒤 5순위 마리오 헤조니아라든가 2016년 4순위 드라간 벤더는 아직 실망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돈치치가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보여준 나이를 뛰어넘는 활약은 NBA 팀들이 지나치기엔 너무나 대단했다. 이제껏 NBA 리그 밖에서 10대 나이의 프로 선수가 보여준 최고의 활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돈치치는 이런 대단했던 유럽에서의 활약을 괴물 운동선수들로 가득한 NBA에서 이어갈 수 있을까. 특히 유럽 출신 백인 가드들에게 매우 혹독한 NBA에서 돈치치는 성공할 조건이 있을까.

▶어린 나이부터 빠르게 성장

스페인 프로 팀 레알 마드리드와 13세의 어린 나이에 계약한 돈치치는 빠르게 프로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성장을 거쳤다. 16세로 스페인 리그에 데뷔해 출전시간을 꾸준히 늘려갔고 2016~17시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7년 FIBA 유로바스켓에서는 평균 14.3득점 8.3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통해 슬로베니아의 깜짝 금메달에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유로리그 무대에서 평균 35분 동안 14.5득점 5.2리바운드 4.6어시스트 1.1스틸의 활약을 통해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유로리그 시즌에서 돈치치가 보다 빛나는 이유는 전 시즌 유로리그 MVP이었던 동료 세르지오 율의 부상 공백을 메우면서 팀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더욱 집중된 수비를 받으면서 공격 전개와 더불어 본인의 득점 기회까지 창출해낸 모습은 19세 선수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이었다.

▶장신 포인트 가드

유럽에서 프로 농구 선수로서 활동했던 아버지의 신체조건을 돈치치가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만 아버지는 윙 포지션이었다면 돈치치는 비슷한 신장에도 가드로 활동하고 있다.

돈치치는 2m가 넘는 장신을 갖춘 한편 팀의 주력 볼 핸들러로서 활약한다. 즉 장신 포인트가드다. 이런 돈치치가 가장 빛나는 상황은 수비에서 상대의 슈팅이 실패했을 때 자신의 리바운드로 시작하는 빠른 공격 전환이다. 직접 본인이 마무리하든 동료에게 연결시키든 매우 인상적인 신속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돈치치의 장신은 빼어난 시야와 결합돼 더욱 큰 시너지를 보여준다. 3점 라인 밖에서 픽앤롤을 전개하면서도 코트의 양 코너에 오픈된 동료에게 곧바로 패스를 뿌릴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지녔다.

5월 돈치치는 22분34초를 뛰면서 17득점 10어시스트 10리바운드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했었다. 적은 출전시간, 비교적 엄격한 어시스트 판정 기준 등으로 유럽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기란 꽤 어려운 편이다. 당시 돈치치의 트리플더블은 스페인 리그 역사에서 가장 어린 선수에게 나온 기록인 동시에 11년 만에 나온 겨우 7번째의 트리플더블이었다.

리바운드 등 돈치치의 경기력에 있어 장신은 큰 지렛대 역할을 해줬다. ⓒAFPBBNews = News1
▶NBA에서 통할 수 있을까

NBA 역사 최고의 장신 포인트 가드로 꼽히는 206cm 매직 존슨이 있었기에 돈치치에게 큰 기대를 걸어볼 만도 하다. 다만 과연 돈치치가 NBA의 괴물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유럽 무대 때의 높은 생산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돈치치 자체는 뛰어난 운동선수가 아니다. 유연성으로 승부하는 유형이다. 그리고 아이솔레이션 등에서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수비수가 붙었을 때 압박을 풀지 못하는 모습들도 나왔다. 유로리그 당시 픽앤롤에서 포제션 당 0.957득점을 올렸다면 아이솔레이션에서는 0.774득점에 그쳤다. 절대 숫자뿐만 아니라 각 부문 리그 순위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런 이유로 돈치치는 주력 볼 핸들러지만 작고 날랜 포인트 가드와 같이 뛰는 것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댈러스에서 이제 2년차가 되는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21)와의 호흡이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돈치치의 신체 조건은 수비에서 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공격 진영에서는 포인트 가드지만 수비 진영에서는 결국 상대방의 포워드를 맡아야 한다. 이때 돈치치가 상대방의 날랜 스몰 포워드들을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1년 동안 유럽에서 매번 소속팀이 정상에 서는 영광을 누렸지만 이따금씩 닥치는 곤경에서 냉정함을 잃는 모습들도 한때 NBA 스카우트들에게 의문부호로 남았었다.

▶기회가 될 수 있는 댈러스

최종 효과는 별개로 댈러스는 코트 위에 복수의 볼 핸들러들을 세우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때문에 돈치치는 볼 소유 욕심만 없다면 큰 부담감 없이 팀에 녹아들 기회가 있다.

그리고 덕 노비츠키(40)라는 유럽인 출신 중 최고의 NBA 커리어를 쌓은 선수로 꼽히는 전설이 팀에 있다. 노비츠키 또한 어린 나이부터 유럽에서 프로 생활을 거친 경력을 통해 돈치치에게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 줄 수 있다.

이번에 보낸 2019년 1라운드 픽에 보호조항을 걸긴 했지만 댈러스로서는 나름 큰 위험부담을 안고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돈치치가 그럭저럭도 아닌 팀을 이끌 수 있는 스타가 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한때 1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우승까지도 차지했던 시절처럼 강팀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돈치치가 빼어난 선수가 돼야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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