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이재호 기자] 밉다. 4년동안 기다린 월드컵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질지 몰랐다. 솔직히 스웨덴에게 지고 멕시코, 독일에게 선전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차라리 지더라도 해볼거라도 해보고 졌으면 모르겠는데 뭘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표팀과 K리그 취재를 해오면서 많은 경기와 대표팀 변화 과정을 봐왔기에, 그리고 이곳 러시아까지 와서 고작 15분 취재가 허용되는 대표팀 훈련을 보기 위해 왕복 2시간 이상의 거리를 오가며 고생한 보람도 있는데 스웨덴전 패배로 이 모든게 사라졌다. 솔직히 일 할 맛도 안난다.

ⓒ대한축구협회
그래도, 다시 한 번 신태용호를, 대표팀을 믿어본다. 선수들은 열심히 준비했고 코칭스태프 역시 열심히 머리를 싸맸다. 마냥 놀지 않았다는 것을 취재하면서 더욱 잘 안다. 또한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 한국 축구, K리그의 향후 4년을 결정지을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에 더욱 응원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 시장은 최악의 위기다. 야구에 이미 1인자 자리를 내준 것은 당연하고 이제는 배구에게도 밀릴까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K리그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고 잘한다 하는 선수들은 유럽이 안되면 중국, 일본, 중동으로 빠져나가있다. 인기가 없으니 투자가 안되고 투자가 안되는 좋은 선수들은 밖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나마 대표팀 경기는 인기가 있다. 손흥민, 기성용 등 주말 밤 해외축구에서나 보던 선수들이 실제로 뛰기 때문이다. 대표팀 경기 여부에 따라 K리그도 욕을 먹고 칭찬받기도 한다. 결국 근간은 K리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팀이 선전해줘야한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1무2패로 부진했지만 마지막 벨기에전에서의 투혼에 감동한 국민들은 K리그를 찾아줘 르네상스를 열기도 했다. 이 덕분에 2002 한일 월드컵 4강신화가 가능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선전 후 K리그가 부흥한 것도 모두 대표팀 특수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큰 실패 이후 가뜩이나 야구에 밀려 간당간당하던 한국 축구는 완전히 2인자로 밀려난 것은 물론 배구에도 시청률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축구가 관심없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나라 축구도 관심이 없고 방송사에서 거액을 들여 산 월드컵 중계권에도 다른 나라 경기의 경우 공중파는 물론 스포츠채널조차 생중계 해주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올림픽을 넘어선 세계 최고의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인데 말이다. 축구계에서는 광고, 투자, 방송 촬영 등이 현저히 줄어든 이번 월드컵을 통해 축구 인기 하락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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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선전은 한국 축구 부흥을 위해 필수다. 대표팀은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손흥민같은 국제적 스타는 멕시코, 스웨덴도 없다. 멕시코 최고 스타인 치차리토나 이르빙 로사노, 스웨덴 최고 스타 포르스베리 등은 국제적 인지도나 성과 면에서 손흥민에 비할게 못된다. 손흥민은 세계 어디를 가도 알고 인정하는 스타다. 기성용 역시 알짜배기 선수로 EPL에서 경력이 상당하다.

K리그를 정복한 이재성, 빅리그 진출이 유력한 황희찬, 유망주 이승우, 일본이라는 특수한 나라에서 팀 주장인 장현수, 부주장인 정우영, 세계 최고의 자금이 흐르는 중국에서 최강팀인 광저우 헝다에서 상당시간 주전급으로 활약한 김영권 등 면면을 놓고 보면 결코 무시할 팀은 아니다.

할 수 있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이를 잘 조합해서 120%이상 끌어내면 된다. 신태용 감독도 기적같은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지도력이 있다. 선수, 감독의 경력 모두 그 역대 한국의 월드컵 대표팀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믿는다.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곧 축구 인기도의 바로미터다. 선수들과 감독도 역량이 있다. 물론 스웨덴전에 실망은 컸다. 그리고 냉정히 멕시코, 독일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대표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비판이 아닌 격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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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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