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NBA 드래프트가 이제 불과 하루 남았다. 오는 22일(이하 한국시각)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망주들이 NBA 팀들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의 전체 3순위까지 로터리 추첨 결과는 꽤 극적으로 갈렸다. 올시즌 성적 최하위 피닉스 선즈가 1순위에 당첨된 한편 나머지 2,3순위는 확률 상 7번째인 새크라멘토 킹스와 4번째인 애틀랜타 호크스에게 돌아갔다. 최하위 성적 팀이 4시즌 연속 1순위 픽을 차지하고 있는데 로터리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행운이 미래의 영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역사를 돌아보면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3순위 안에 뽑힌 선수들을 통해 우승의 위업을 이룬 경우도 있지만 일찍이 이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그 쉽지 않은 업적을 남긴 팀과 선수에는 누가 있을까. 역대 1순위에서 3순위까지 뽑힌 선수들 중 첫 소속팀과 우승의 업적을 공유한 선수들을 순위별로 꼽아보고자 한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10년 간격 두 번의 1순위 드래프트를 통해 구단 첫 우승의 토대를 마련했다. ⓒAFPBBNews = News1
▶1순위 픽 출신 선수들

드래프트 시점에서는 최고의 재능으로 전망되는 전체 1순위지만 막상 그 장래성을 현실화시킨 선수들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 당장 2014년 드래프트 1순위 앤드류 위긴스의 경우 최근 1순위들 중에서도 크나큰 기대를 받은 경우지만 아직 그 기대에는 닿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훗날 역사에 남을 위대한 선수가 됐지만 첫 소속팀에서의 성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들도 꽤 있다. 가령 1969년 드래프트 1순위 카림 압둘자바의 경우 밀워키 벅스에서 시작했지만 본인의 6회 우승 중 밀워키에서의 우승은 한 번 뿐이었다. 나머지 5번은 모두 6년차부터 함께한 LA 레이커스에서 거뒀다.

본인에게 ‘역대 가장 지배적인’이란 수식어를 붙인 1992년 1순위 샤킬 오닐의 경우 첫 소속팀 올랜도 매직과의 우승은 없었다. 올랜도에서의 4시즌 동안 파이널 진출 한 번이 있었지만 우승은 레이커스에서 세 번, 마이애미 히트에서 한 번 거뒀다.

그렇다면 첫 소속팀과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1순위 출신은 누구일까. 동일하게 첫 소속팀과 5회의 우승을 거둔 매직 존슨과 팀 던컨이다.

1979년 드래프트에서 레이커스가 뽑은 존슨은 신인 시즌부터 파이널 MVP에 선정되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겼다. 그리고 레이커스와 5회의 우승을 거치는 동안 첫 우승 세 번 모두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HIV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른 시기에 은퇴했지만 1990~91시즌까지 12시즌 연속 레이커스와 함께 했고 1995~96시즌 잠깐 복귀를 거치기도 했다.

1997 드래프트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뽑은 던컨은 2년차 시즌 파이널 MVP에 선정됐고 총 3회의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초창기 한 번의 이적이 있을 뻔 했지만 19시즌 모든 커리어를 샌안토니오와 함께 하며 2013~14시즌까지 구단 역사 5회의 우승 모두에 큰 역할을 했다. 로터리 제도가 실시된 1985년 이후로 본다면 가장 첫 소속팀과 우승 인연이 좋은 1순위라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첫 소속팀의 우승에 기여한 1순위들을 보면 1982년 드래프트 1순위로 레이커스에 합류해 3회 우승을 함께한 제임스 워디가 있다. 그리고 1984년 드래프트 1순위 하킴 올라주원은 휴스턴 로켓츠와 연속 17시즌을 보내는 동안 2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1987년 1순위 데이비드 로빈슨은 샌안토니오에서 14시즌 모두 보내며 던컨과 2회 우승을 경험했다.

로터리 시대에서는 로빈슨과 던컨을 제외하면 첫 소속팀의 우승과 인연이 있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아예 우승을 거둔 경우가 두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2003년 1순위 르브론 제임스와 2011년 1순위 카이리 어빙이다. 두 선수 모두 본인들을 드래프트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으로서 2015~16시즌에 우승을 거뒀다. 다만 제임스는 중간에 마이애미에서 2회 우승 차지한 뒤 다시 돌아와 클리블랜드를 우승으로 이끈 애매한 경우다.

▶2순위 픽 출신 선수들

로터리 시대인 1985년 이후로 본다면 2순위 출신 선수들은 꽤 우울한 역사를 가진 편이다.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일찍 리그를 떠난 선수들이 많다.

그래도 빛나는 커리어를 보낸 선수들도 꽤 있다. 개리 페이튼, 알론조 모닝, 제이슨 키드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기며 은퇴한 선수들도 있고 케빈 듀란트와 라마커스 알드리지 등 스타로서 활약 중인 현역들도 있다.

다만 로터리 시대에 뽑힌 2순위들 중 첫 소속팀과 우승 인연이 있는 선수들은 찾기 힘들다. 1994년 2순위 키드의 경우 댈러스 매버릭스 소속으로 출발했지만 피닉스 선즈와 뉴저지 넷츠를 거친 다음 댈러스로 돌아와 우승을 맛봤다. 2003년 2순위 다르코 밀리치치는 신인 시즌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서 우승을 거쳤지만 플레이오프 총 출전시간이 14분에 그쳤다.

듀란트는 최근 2시즌 연속 우승과 파이널 MVP의 영예를 얻었지만 2007년 자신을 드래프트했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는 파이널 진출 한 번에 만족해야 했다. 모닝과 페이튼은 우승을 맛보긴 했지만 이들의 우승은 마이애미에 합류했던 커리어 마지막 무렵쯤 나왔다.

대신 어마어마한 우승 업적을 쌓은 2순위 출신이 먼 과거에서 등장했다. 1956년 2순위 빌 러셀이 커리어 13시즌 모두를 첫 소속팀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하며 8연속 포함 11회의 우승을 맛봤다. 개인 선수 11회 우승 자체가 NBA 역사 기록이다.

현재 NBA 파이널 MVP의 정식 명칭이 러셀의 이름을 딴 빌 러셀 파이널 MVP다. ⓒAFPBBNews = News1
그리고 1981년 2순위 아이제이아 토마스는 1980년대 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전성기를 이끌며 2회 연속 우승했고, 1989~90시즌에는 단신 포인트 가드로서 보기 드문 파이널 MVP에 오르기도 했다.

이 외 첫 소속팀에서 줄곧 뛰며 훗날 우승의 주역으로 떠오른 2순위 출신 선수들로는 1960년 드래프트돼 1971~72시즌 레이커스의 우승에 기여한 제리 웨스트, 그리고 1968년 드래프트돼 1977~78시즌 워싱턴 불릿츠의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에도 오른 웨스 언셀드가 있다.

▶3순위 픽 출신 선수들

3순위 출신 선수들 역시 로터리 시대에서는 첫 소속팀과의 우승 인연이 별로 없다. 유일하게 1989년 3순위 션 엘리엇만이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1998~99시즌 우승의 감격을 누렸지만 1993~94 한 시즌 동안 디트로이트를 거친 이력이 있다.

나머지 우승을 거둬본 로터리 시대 3순위들에는 천시 빌럽스와 파우 가솔이 있다. 빌럽스는 5번째 소속팀에서, 가솔은 두 번째 소속팀에서 우승을 맛봤다.

그런데 또 2순위와 마찬가지로 절대적 위업을 쌓은 3순위 출신이 로터리 시대 이전에 등장했었다. 1984년 3순위 마이클 조던이다. 6회의 우승 모두를 첫 소속팀 시카고와 일궈냈고 우승 때마다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다음으로 조던과 동일하게 여섯 번의 우승을 쌓은 1950년 3순위 밥 쿠지가 있다. 러셀이 보스턴에 입단한 1956~57시즌부터 쿠지의 우승 경력도 시작됐다.

그리고 케빈 맥헤일도 빼놓을 수 없는 3순위 출신 역사적 인물이다. 1980년 3순위로 뽑혀 보스턴과 커리어 13시즌 모두 보내면서 래리 버드와 함께 3회의 우승을 거뒀다.

1984년 드래프트에서 조던을 뽑으며 시카고는 1990년대 NBA를 지배하는 팀으로 올라섰다. ⓒAFPBBNews = News1
▶높은 순위 드래프트 픽만으로는 모자란 우승 도전

이렇게 시대의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3순위 안에서 나오긴 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던 상위 픽 출신들이 훨씬 많았다. 특히 로터리 시대에서는 팀들이 자신들이 가진 행운을 끝내 애매한 결과로 연결시킨 경우들이 많다.

우선 우승이란 것이 몇몇 팀과 몇몇 지배적인 선수들에게 집중된 경향이 있다. 1985~86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33시즌 동안 우승을 차지해본 구단들은 10개 구단뿐이다. 그리고 그 중 18회의 우승이 레이커스, 시카고, 샌안토니오 세 구단들에 집중됐다.

한편으로 그동안 나온 우승 주역들이 3순위 밖에서도 꽤 나왔다. 당장 2014~15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 출전 시간 상위 5인 중 가장 드래프트 순위가 높았던 선수들이 각각 7순위로 뽑혔던 스테픈 커리와 해리슨 반스였다.

결국 드래프트를 통한 우승팀 건설에는 운도 따라줘야 하지만 혜안과 지속된 경영 능력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가오는 NBA 드래프트가 꽤 깊은 선수층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정상권이 아닌 순위에서 큰 별이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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