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지면 속상하다. 이기고 싶다. 전력적으로 약한걸 알아도 월드컵은 잘했으면 한다. 국민들과 선수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다.

그러나 막상 스웨덴전 후 패배를 바라보는 포인트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패배해서 죄송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화나는 포인트는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라 ‘유효슈팅 0’이 말해주듯 뭘 해보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여론이 냉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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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후반 20분 PK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최악의 결과다.

한국은 전반 27분만에 박주호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고 김민우가 투입됐다. 김민우는 후반 20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반칙을 범했고 VAR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상대 주장 그랑크비스트가 득점했고 한국은 이후 별다른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유효슈팅 하나 때려보지 못하고 끝난 참패였다.

패배 후 3일이 됐지만 여전히 국민적 안타까움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역대 최저 취업률을 찍고 경기는 갈수록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도 축구를 통해 감동과 희열을 느끼기 위해 길거리 응원까지 펼쳤던 국민들은 스웨덴전 이후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구자철은 “개인적으로는 독일 분데스리가 후반기부터 오직 월드컵만 바라봤다. 심적으로 쉬운 상황이 아니다. 4년전 월드컵 경험해봤기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비난은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당연하다. 모든 국민들이 좋은 성과를 원한다. 나 역시 어렸을때 그랬다. 저는 4년전 월드컵에서 비난을 들었기에 이번 월드컵에서 환희로 바꿔주고 싶었다. 비난을 감내한다. 멕시코전에서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우영 역시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많이 힘들어했다.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사실. 여기서 무너진다면 안 될 것 같고 선수들끼리 많이 한 얘기는 여기서 무너지지 말자. 더 강한 상대가 남았지만 공은 둥글지만 어떤 양상일지는 해봐야한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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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현장에서 스웨덴전을 지켜봤을 때 전략은 있었고 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선수들은 무척 애를 썼다. 공격진부터 최대한 수비에 가담하며 일단 실점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시하며 김신욱이 헤딩경합을 통해 상대 수비진의 힘을 뺐다. 후반 중반까지 실점하지 않는다면 약 2~30분간 남은 시간동안 이승우, 문선민 등을 교체 투입해 속도로 지친 스웨덴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박주호의 이른 부상과 페널티킥 실점으로 실패했다. “오직 스웨덴전만 보고 4주간 하루도 쉬지않고 훈련해왔다”고 말한 선수들이 느낄 허탈감은 분명 상당할 것이다. 선수들은 일단 경기내용이 좋지 못하더라도 후반 중반 승부를 걸 타이밍은 노리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해보지 못했기에 허탈감이 커보인다.

반면 국민들은 당장의 결과인 0-1 패배와 함께 경기 전체를 보면 유효슈팅 0개 말하듯 경기내용적으로 보여준 것이 없다는 것에 더 화를 내고 있다. 선수단은 후반 중반부터 승부를 보기 위해 참아왔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90분의 축구에서 2/3을 수비만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실점을 하면서 계획이 틀어져 공격 역시 잘 되지 못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승부를 건다는 시간조차 뚜렷한 축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느끼는 아쉬움과 국민들이 느끼는 아쉬움의 포인트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아이러니다. 선수들은 과정을 얘기하지만 국민들은 결과를 본다. 또한 아무리 계획이 있었다할지라도 결과론적으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화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멕시코전에서 대표팀에서 보여줘야할 것은 명확하다. 이기면 좋다. 금상첨화다. 하지만 멕시코는 세계 챔피언인 독일을 이겼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이기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행여 지더라도 한국다운,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는 축구를 해야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납득이 가능하다. 행여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놓고 ‘계획이 있었다’고 말하면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호주는 우승후보 프랑스에 무승부 위기까지 몰아넣다가 후반 막판 골을 넣으며 패했다. 누구도 호주를 보고 ‘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패배했는데도 말이다. 우루과이를 상대했던 이집트는 ‘전력의 반’이라는 모하메드 살라가 빠졌음에도 대등한 경기, 아니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줬다. 물론 0-1로 패했지만 이집트를 두고 ‘못했다’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한국에서 손흥민 이상의 존재감을 가진 살라가 없음에도 이집트는 졌지만 잘 싸웠다.

이기면 좋겠다. 하지만 져도 좋다. 그런데 지더라도 무언가를 해보고 져야한다. 4년을 기다린 월드컵이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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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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