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는 물론 모든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 부상을 겪은 후 좋은 모습을 보이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루디 게이(32·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보면 성공적 복귀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크라멘토 킹스 소속으로 뛰던 2016~17시즌 게이는 1월에 아킬레스 파열을 당하며 시즌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NBA에서 아킬레스 부상에 관한 역사는 썩 좋지 못했기 때문에 게이에 대한 전망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게이의 성과는 아킬레스 부상을 충분히 극복했음을 증명했다.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는 하락이 제법 있었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운동선수로서 큰 퇴보를 거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런 게이에게 이번 여름은 선택의 기로가 된다. 2017년 여름 샌안토니오와 2년 계약을 맺었을 때 2년째 시즌에 플레이어 옵션을 넣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현지 최대 매체 ESPN의 보도에 의하면 게이가 플레이어 옵션을 택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샌안토니오와의 1시즌 동안 게이는 농구 선수로서도, 프로 선수로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볼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사실 게이의 이런 선택은 지난 해 여름을 생각하면 그리 놀랍지 않다. 통상의 견해에 반하는 선택까지 하며 새로운 경력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줬었기 때문이다.

▶2017년 여름 게이의 깜짝 선택

플레이어 옵션이란 선수가 현재의 계약을 계속 이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다. 상당수의 경우엔 플레이어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프리 에이전트로서 자유 계약 시장에 나오곤 한다. 현재보다 자신의 값어치가 올라간다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게이의 경우는 아니었다. 아킬레스 부상을 당한 선수에게 큰 액수의 계약을 선사할 팀은 찾기 힘들다. 게다가 30세를 넘긴 시점이다. 당시에도 플레이어 옵션 선택지가 있던 게이는 옵션 행사를 선택할 경우 이번 시즌 1420만 달러(약 157억원)를 받을 수 있었다.

대신 플레이어 옵션 행사를 거부하고 계약 시장에 나온 게이는 샌안토니오와 841만 달러(약 93억원)로 시작하는 2년 계약을 맺었다. 꽤 큰 액수를 포기하고 나온 셈이다. 즉 게이에게는 금액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 환경, 농구 환경이 더 우선일 수 있다.

플레이어 옵션의 선택 기한은 이번 회계연도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9일까지다. 그때까지 게이가 행사하지 않기로 명시한다면 7월부터 제한이 없는 프리 에이전트로서 나오게 된다.

▶출전시간 측면에서 큰 하락이 있던 시즌

양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시즌 게이는 커리어 중 꽤 낮은 축의 시즌을 보냈다. 57경기 평균 21.6분을 뛰며 보낸 총 1231분은 아킬레스 부상을 당했던 지난 시즌 다음으로 가장 적은 출전시간이다.

그래도 이번 시즌 출전에 있어 큰 구멍이었던 23경기 연속 결장은 전에 당했던 왼쪽 다리 아킬레스 부상과는 상관이 없는 오른쪽 발뒤꿈치 부상이 원인이었다.

물론 2년차였던 2007~08시즌부터 10시즌 연속 최소 평균 33분 이상씩 뛰던 선수가 이번 시즌 21.6분으로 줄었다는 점은 하락을 의미할 수 있다. 이것이 선수 시간 관리에 있어 엄격한 샌안토니오 소속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이만큼의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인지는 불확실하다.

대신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시즌 동안엔 30분을 넘겨본 적이 딱 세 번이었지만 팀의 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엔 1차전을 제외하고 4경기에 걸쳐 30분을 넘게 뛰었다. 그것도 경기 승부가 치열할수록 게이의 시간이 늘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게이의 평균 출전시간은 31.9분이다.

이를 통해 본다면 게이는 중요한 때 충분히 나서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활약의 정도도 충분히 증명했다.

▶양은 줄었지만 득점원으로서 활약은 충분

이번 시즌 게이의 평균 11.5득점은 신인 때의 10.8득점 다음으로 가장 낮다. 경기 당 야투 시도 11.5회 자체가 신인 때(10.8회) 다음으로 가장 낮다. 2년차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0시즌 평균 16.1회의 야투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기회는 적게 가진 반면 그 기회를 알찬 결과로 전환시켰다. 올시즌 게이의 야투율 47.1%는 2010~11시즌과 더불어 커리어 중 가장 높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2점 야투율 51.6%가 커리어 중 확연히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다만 경기 당 2.1회 시도했던 3점슛은 커리어 중 2번째로 가장 낮은 31.4% 성공률을 기록했다.

우선 본인의 득점 중 페인트 구역 비중이 이번 시즌(48.5%) 가장 높았고 외곽에서 수비와 대치하면서 던지는 점프슛도 기복은 있지만 효과를 보여준 때가 많았다. 특히 바스켓으로부터 10피트(약 3m)에서 14피트(약 4.3m) 사이의 거리에서 총 100회의 시도 중 50%를 성공시키는 훌륭한 정확도를 보여줬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는 5피트(약 1.5m) 안쪽에서 75.0% 성공률을 기록하는 좋은 성과를 남긴 반면 그보다 먼 거리에서는 합쳐서 28.7% 정확도에 그쳤다.

그래도 이렇게 바스켓과 가까운 곳에서 활약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아킬레스 부상을 겪은 선수에게 있어 매우 고무적인 신호다. 특히 파워 포워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는 점이 컸다.

골밑에서 게이의 활약은 충분히 어느 팀에게나 플러스가 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스몰볼 라인업 운용에 있어 좋은 조각

203cm 신장에 104kg 체중을 지닌 게이는 최근 리그 경향에 있어 파워 포워드로서 뛰기에 꽤 적합하다. 이제 리그에서 신체 사이즈로 밀고 들어오는 파워 포워드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리어 동안 포워드로서 좋은 리바운드 경합 능력을 보여줬던 게이는 이번 시즌도 통했다. 이번 시즌 슈팅이 실패해서 떠오른 볼들 중 13.1%를 게이가 리바운드로 잡아냈다. 이 리바운드 점유율 13.1%는 올시즌 평균 20분 이상 뛴 선수들 중 50위에 오른 숫자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203cm 신장 이하 40경기 이상 치른 선수들 중에서는 4위다.

올시즌 게이는 본인의 57경기 출전 중 51경기에 걸쳐 벤치에서 출전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벤치에서 출전한 적은 커리어에서 처음이다. 2년차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게이가 벤치에서 출전했던 경기는 총 4경기뿐이다.

12년차 선수로서 이렇게 커리어 처음으로 본격적인 벤치 인원으로서 나서면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파워 포워드로서 뛴 시즌이란 변화를 게이는 잘 거쳤다. 바스켓볼레퍼런스에 따르면 게이는 시즌 동안 84%의 시간을, 플레이오프 동안 66%의 시간을 파워 포워드로서 뛰었다.

또한 플레이오프 1차전 제외 그 뒤의 4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26.7% 야투율의 부진이 나왔지만 나머지 경기들에선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좋은 프론트코트 호흡을 보여줬다.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오를 이번 여름

이와 같은 게이의 활약이 샌안토니오 팀이 오랜 세월 갖춰왔던 팀 농구 체제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게이에게 이런 힘이 있어서인지는 다음 시즌 소속팀이 바뀌었을 때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게이가 현재 분위기대로 플레이어 옵션을 택하지 않는다면 샌안토니오 입장에선 게이와 다시 계약하기 힘들 수 있다. 샐러리캡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가운데 단 한 시즌만 뛴 게이와는 따로 계약에서 샐러리캡을 넘길 수 있는 예외조항이 없다.

때문에 게이의 여름 값어치가 1천만 달러(약 110억원)를 넘게 된다면, 그리고 샌안토니오가 게이와 계속 하고자 한다면 따로 샐러리 장부에서 금액을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결국 여기에는 게이의 의중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금액보다는 따로 마음에 두고 있는 팀이 있다면 그곳이 최종 목적지가 될 것이다. 목적지가 어디로 결정 나든 이번 시즌 게이가 보여줬던 성공적인 복귀는 다음 계약에 꽤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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