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무려 29일의 합숙. 대부분의 훈련 비공개. 각종 ‘트릭’의 난무. 신태용 감독 말로는 ‘몸부림 쳤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가 가장 중요한 월드컵에서 신태용호가 받아든 스웨덴전 성적표는 유효슛 0개와 졸전 끝에 0-1 패배다. 이게 정말 몸무림친 결과인가. 몸부림을 쳤는데 이정도 결과라면 무엇이 문제고 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후반 20분 PK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최악의 결과다.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전반 27분만에 박주호가 부상으로 교체아웃되고 김민우가 투입됐다. 김민우는 후반 20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반칙을 범했고 VAR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내줬다.상대 주장 그랑크비스트가 득점했고 한국은 이후 별다른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유효슈팅 하나 때려보지 못하고 끝난 참패였다.

졸전이었고 참패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경기 후 한국이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채 경기를 마쳤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스웨덴의 수비가 강하다 할지라도 F조에서 그나마 가장 해볼만한 상대라고 여긴 스웨덴에게조차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했는데 과연 멕시코-독일을 상대로는 어떨지 우려가 들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한국이 스웨덴전만 보고 올인을 해왔었다는 점이다. 경기 후 만난 한 선수는 “그동안 스웨덴전만 보고 준비해왔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멕시코전을 준비해야한다”고 털어놨다. 멕시코전까지 남은 시간은 4일여다.

스웨덴전 승리만 바라보고 대표팀은 5월 21일 소집 후 한 달을 합숙했다. 경기도 파주, 대구, 전북 전주, 오스트리아, 러시아까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훈련했다. 가히 집중훈련이었다.

그 사이 전술 훈련은 모두 비공개로 부쳐졌다. 체력훈련, 공식 팬 오픈 행사, 경기 후 회복훈련 정도만 공개됐다. 이외에 대부분의 훈련이 초반 15분 몸풀기만 공개하고 이후 외부에 차단된 비공개훈련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만큼 비공개 훈련을 많이한 팀을 찾긴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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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 대표팀에 혼란을 주기위해 각종 트릭을 썼다. 외신 기자들이 혹평을 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을 앞두고 꾸준히 해왔던 ‘평가전마다 등번호 바꾸기’, 3백을 썼다가 4백을 썼다가, 공격조합을 바꿨다가 하는 등 각종 실험을 했다. 오죽하면 ‘신태용은 과학자인가’라며 조롱하는 시선도 있었다.

또한 대놓고 신태용 감독이 ‘트릭’이라는 단어까지 꺼냈고 현대축구에서 보기 힘든 공식 A매치를 완전 비공개로 하는 세네갈전을 가지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는 졸전과 유효슈팅 0의 스웨덴전이 도출됐다. 물론 예상대로 되지 않은 경기 운영은 맞다. 하지만 이 준비과정 속에 그것마저 준비하지 못했다면 넌센스다.

애초에 작전 방향 자체가 잘못된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다. 높이가 강점인 스웨덴에 김신욱을 투입해 높이로 맞서려고 한점, 신태용 감독 부임 후 딱 두번 써본 4-3-3 포메이션을 갑자기 빼든점, 0-1로 뒤진 상황에서 공격수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넣은 점 등 아쉬운 부분 투성이다.

고작 이런 경기를, 이런 결과를 보여주려 그동안 노력했던 것일까. 자연스럽게 ‘도대체 지금까지 뭘한건데?’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을 들으면 억울할 것이다. 결과만 보고 과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결과로 말하는 곳이다. 그 무엇보다 결과에 냉정한 월드컵의 속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도대체 지금까지 뭘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말이 멕시코-독일을 이겨 ‘이러려고 그랬다’로 돌아왔으면 한다. 진심이다. 하지만 스웨덴에게 지고 멕시코-독일을 이기는건 월드컵전부터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 휘하 선수들조차 그렇게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기적 혹은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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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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