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모든 구단들 중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위업은 17회 우승의 보스턴 셀틱스에게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구단은 16회 우승의 LA 레이커스다.

이런 전통의 NBA 강호들답게 보스턴과 레이커스는 서로 상당수의 NBA 파이널 맞대결을 치른 경쟁 구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NBA 파이널 맞대결 기준에서 본다면 대등한 성과 구도는 아니었다. 보스턴 쪽으로 꽤 기울어져 있다.

바로 10년 전 오늘, 2008년 6월18일(이하 한국시각)은 보스턴이 17번째 우승을 거둔 날이자 레이커스와의 11회 파이널 맞대결을 통해 9번째 우승을 거둔 날이다.

또한 두 구단 사이의 경쟁 관계를 떠나 보스턴에게만 초점을 둬도 꽤 독특한 우승 사례였다. 이에 2007~08시즌 보스턴이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여러 각도에 걸쳐 돌아보기로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폴 피어스가 우승 및 파이널 MVP 트로피로 그 보상을 한껏 받아냈다. ⓒAFPBBNews = News1
▶완전히 탈바꿈한 2007~08시즌 보스턴

NBA 역사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이 차기 시즌에서 NBA 파이널 우승을 거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현존하는 구단들 중엔 1973~74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1976~77시즌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그리고 2007~08시즌 보스턴만이 전 시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실패하고도 해당 시즌에 우승을 거뒀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06~07시즌 보스턴이 24승58패(승률 29.3%)로 동부 컨퍼런스 15위, 최하위에 그쳤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팀이 차기 시즌에 66승16패(승률 80.5%) 리그 1위 성적을 거둔다. 이런 상전벽해의 변화는 2007년 여름에 일어났던 블록버스터 선수 이동으로 인해 일어났다.

우선 2007년 6월29일 드래프트가 있던 날, 보스턴은 3명의 선수와 2008년 세컨드 라운드 드래프트 픽을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내주며 레이 앨런과 글렌 데이비스를 영입했다. 이어서 8월1일에 5명의 선수와 두 장의 2009년 퍼스트 라운드 드래프트 픽들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내주며 케빈 가넷 한 명을 영입했다.

이런 대규모 인원 변경을 통해 2006~07시즌 보스턴에 있던 선수들 중 차기 시즌에 돌아온 선수는 에이스 폴 피어스 포함 6명뿐이었다. 빈자리들은 소규모 계약으로 들어온 베테랑들로 채우며 상당히 알찬 선수단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앨런-피어스-가넷이라는, 저마다 30세는 넘겼지만 여전히 기량과 경험을 가진 스타 3인방이 결성됐다. 게다가 빠른 스타 결합에서 흔히 우려되는 마찰의 요소도 없었다. 2018년 명예의 전당 헌액이 결정된 앨런을 포함 모두 선정될 자격이 있다.

스타 트리오에 더해 당시 2년차 가드 라존 론도도 큰 인물이 될 조짐을 NBA 파이널 동안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플레이오프 경기 수 신기록을 세운 보스턴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를 역사에서 가장 많이 치렀다는 것이 그렇게 썩 좋은 영예만은 아니다. 그만큼 각 라운드마다 혈전을 치렀다는 뜻이다. 16승1패, 단 17경기만 소요하며 우승을 거둔 2016~17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위력이 인정받는 정도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저런 골든스테이트에 비해 2007~08시즌 보스턴은 무려 26경기를 치렀다. 1라운드 애틀란타 호크스 상대로 7차전, 2라운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상대로 7차전, 컨퍼런스 파이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상대로 6차전까지 거치며 힘겹게 동부를 제패했다.

그래도 종전 최다 경기 수 기록이었던 25경기의 1993~94시즌 뉴욕 닉스와 2004~05시즌 디트로이트는 파이널 7차전 끝에 준우승에 멈춘 공통점이 있다. 결국 우승이 따르면 이런 힘든 과정은 잊히는 법이다.

당시 보스턴은 동부 팀들 상대로 홈에서 10승1패를 거뒀지만 원정에선 2승7패에 그치는 불균형을 보여줬다. 마치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동안의 보스턴이 연상되기도 한다.

▶멋진 흥행 카드, 보스턴-레이커스 NBA 파이널 대결

NBA의 오랜 컨퍼런스 제도를 없애고 리그 통합으로 플레이오프 대진을 짜자는 의견에 가장 먼저 반박의 이유로 댈 것이 전통의 경쟁 관계다. 그리고 이 전통의 경쟁 관계 서사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주인공들이 보스턴과 레이커스다.

2007~08시즌 전까지, 전체 16회 우승을 거뒀던 보스턴은 레이커스 상대로만 8회 우승을 거뒀다. 레이커스가 상당히 밀린 분위기이긴 하지만 1958~59시즌을 시작으로 1986~87시즌까지 29시즌 동안 10시즌의 NBA 파이널 대결을 이 두 팀끼리만 차지했었다는 것은 매우 독보적인 역사로 볼 수 있다.

다만 레이커스는 매직 존슨의 빠른 은퇴 후에도 꾸준히 리그의 강호로 남은 반면 보스턴은 래리 버드와 케빈 맥헤일 등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은퇴한 후 떠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위 드래프트 지명 유망주의 약물 관련 사망 등 갖가지 불상사들까지 겹쳤다.

그래도 20년도 더 지난 시점에 이뤄진 재대결이지만 전통의 경쟁 구도는 흥행 카드로써 훌륭했다. 게다가 이번의 레이커스에는 인기도 절정이고 시즌 MVP까지 따낸 코비 브라이언트가 있었다. 보스턴만큼이나 리그에 충격을 줬던 트레이드로 가세한 파우 가솔도 있었다.

2월에 합류한 가솔이 출전한 27경기 중 레이커스는 22승5패를 거뒀다. 이전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1승4패로 물러난 팀이 단 3패만 거치며 서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다. 특히 2006~07시즌 우승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는 단 1패만 기록했다.

브라이언트-가솔-라마 오덤 트리오는 첫 동반 파이널 진출에서 쓴맛을 봤지만 이후 보스턴 상대 복수 포함 2회 연속 우승을 거둔다. ⓒAFPBBNews = News1
▶휠체어로 요약된 1차전

파이널 홈경기 배분이 2-3-2 체제였던 당시 보스턴은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홈코트 우위를 살렸다. 그리고 가장 하이라이트는 1차전 피어스가 보여준 영웅의 복귀 드라마였다.

3쿼터 6분49초 남았던 시점에 수비 과정에서 피어스는 동료 켄드릭 퍼킨스와 부딪히며 무릎 부상을 당했다. 부상 직후 매우 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동료들에게 들려 경기장을 나간 피어스는 결국 휠체어까지 타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시리즈에 큰 어둠이 깔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피어스는 다시 경기장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 관중들은 피어스를 보자 일제히 기립해 맞이했고 3쿼터 5분4초 남은 시점에서 코트에 다시 들어와 뛰었다. 98-88로 끝난 1차전에서 피어스는 31분으로 출전시간이 제한됐지만 70%의 뜨거운 야투율로 2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틀 휴식 후의 2차전에서 피어스는 41분28초를 뛰며 팀 최다 28득점을 올렸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런 놀라운 모습이 파이널 MVP로 선정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편 2차전에서는 4쿼터 24점차까지 뒤지던 레이커스가 강력한 추격으로 거의 따라잡기도 했다. 4쿼터 한때 레이커스가 31득점을 올리는 동안 보스턴은 9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2점차까지 따라간 것이 전부였고 결국 108-102로 보스턴이 승리했다.

▶레이커스에게 치명적이었던 4차전

홈으로 돌아온 레이커스는 3차전에서 브라이언트가 70% 야투율로 36득점을 올리는 공적에 힘입어 87-81로 승리해 시리즈를 1승2패로 만들었다.

그리고 4차전도 NBA 파이널 역사에서 가장 큰 1쿼터 점수 차인 21점차(35-14)를 뽑아내며 시리즈 동률을 만들어낼 분위기였다. 이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런데 이 기세로 24점차까지 벌린 레이커스가 그 뒤로는 계속해서 열세로 몰렸다.

3쿼터 6분 남았을 때부터 보스턴이 21득점을 올리는 동안 레이커스는 3득점에 그치며 결국 4쿼터는 2점차로 시작했다. 그래도 이 2점차는 꽤 오래 유지됐다.

하지만 도망가지도 못한 레이커스는 결국 종료 4분 남았을 때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보스턴의 97-91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1승3패로 몰린 레이커스는 매우 불리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5~16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만이 NBA 파이널에서 1승3패를 극복했다.

▶가장 큰 점수 차로 우승이 결정 난 경기

파이널 시리즈 첫 네 경기 동안 늘 3쿼터에서 크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레이커스는 궁지에 몰린 5차전에서 힘을 냈다. 덕분에 2쿼터 추격을 허용에도 3쿼터를 9점차로 앞서며 마감했다. 그리고 결국 103-98로 레이커스가 승리하며 2승3패를 만들었다.

하지만 6차전 홈으로 돌아온 보스턴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131-92, 39점 차는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2007~08시즌 보스턴이 거둬본 가장 큰 경기 점수 차였다.

게다가 역사 속 모든 파이널 시리즈 승부가 결정 난 경기들 중 가장 큰 점수 차였다. 그리고 역사 속 전체 파이널 경기들 중에서도 1997~98시즌 파이널 3차전 시카고 불스가 유타 재즈에게 거둔 42점차 다음으로 가장 큰 점수 차다.

6차전 보스턴의 18스틸은 NBA 파이널 역사에서 가장 많은 단일 경기 스틸 기록이다. 반면 레이커스는 4스틸에 그쳤고 속공 점수에서 16-2로 보스턴이 큰 이득을 봤다.

사실 일찍 승부가 난 탓에 경기 내용보다는 보스턴의 닥 리버스 감독이 큰 통에 담겨 있던 이온음료 샤워를 당한 장면으로 이 경기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29점차로 시작한 4쿼터에서 승부는 더욱 벌어졌고 경기 중임에도 피어스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AFPBBNews = News1
▶아쉽게 한 시즌으로 끝난 우승

이렇게 스타 트리오 결성 첫 시즌 만에 우승을 거둔 보스턴이지만 그 영예를 계속 잇지는 못했다. 차기 시즌에 부상이란 불가역적인 변수를 만난 것이 컸다. 27승2패라는 당시까지 NBA 역사 최고의 첫 29경기 전적부터 구단 역사 단일 시즌 최다 19연승까지 달렸던 2008~09시즌 보스턴이지만 가넷의 부상은 너무나 컸다.

62승20패(승률 75.6%) 2번 시드를 달고 출발했지만 아예 가넷이 없는 채로 플레이오프 경기들을 치른 보스턴은 결국 2라운드 7차전까지가 한계였다.

그리고 다시 벼르고 나온 2009~10시즌 보스턴은 마침내 다시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7~08시즌에 눌렀던 레이커스는 디펜딩 챔피언이 돼서 나타났고 결국 7차전 끝에 보스턴에게 복수를 성공했다. 현재까지 보스턴과 레이커스 사이의 NBA 파이널 대결은 여기에서 끝이다. 1996~87시즌 뒤로 21세기 양 팀의 파이널 대결 두 번에서 서로 한 번씩 주고받았다.

한편 2009~10시즌이 끝나고 보스턴과 같은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유형의 스타 트리오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인 르브론 제임스가 플레이오프에서 계속해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하고 있는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클리블랜드의 가장 마지막 제물이 보스턴이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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