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진천(충북)=이재호 기자] 남·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러시아 월드컵까지 크나큰 일정들이 몰아치면서 다소 관심 밖에 있는 큰 이벤트가 있다. 바로 8월 18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안게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전으로 인해 하계 스포츠 종목 역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 중 유도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늘 효자종목으로 사랑을 받았다.

물론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은 김재범을 제외하곤 금메달이 없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남녀 모두 금메달이 없어 아쉬움을 삭혔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완전히 이뤄진 것은 지난 4년간 누구보다 피땀 흘린 선수들이 있기에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각오다.

남자 유도대표팀의 금호연(58) 감독과 여자 유도대표팀의 배상일(49) 감독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만나 2018 아시안게임에 대한 전망과 각오를 들어봤다.

남자 유도대표팀의 금호연 감독(왼쪽)과 여자 유도대표팀의 배상일 감독
▶남자 유도 : 안바울과 조구함에 금메달 기대…끈기로 명예회복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금호연 감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김재범을 제외하고 금메달이 없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남자 대표팀은 안바울의 은메달, 곽동한의 동메달을 제외하곤 메달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침체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한국 남자 유도에 대한 희망이 많이 꺾인 상황.

올림픽 실패 후 소방수로 부임한 금호연 감독은 2년간 남자 선수들을 담금질 시킨 결과 일단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리는 정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금 감독은 “-66kg의 안바울(24·남양주시청)과 -100kg의 조구함(26·수원시청)을 기대해달라.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안바울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오른 선수다. 조구함 역시 4년간 큰 성장을 해온 선수”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지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유도는 세대교체가 어정쩡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담금질을 통해 정말 괜찮게 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도계의 평가는 한국 유도가 다시금 종주국 일본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외국 선수와 훈련 중인 안바울
일본은 현재 세대교체의 과정 속에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이 더 중요하기 때문.

금 감독은 “이럴 때가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치고 올라갈 타이밍이다. 국가적으로도 집중적 투자를 했고 그 빛이 발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앙 아시아는 물론 몽골, 인도네시아 등도 최근 일본 유도 유학 열풍이기에 기량이 상당히 올라와 쉽지 않다. 특히 중앙 아시아는 천성적으로 근육과 근질이 다르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한 인류학자가 저에게 ‘그들은 기마민족이고 한국은 농경민족이다. 농경민족이 힘으로 이기기 쉽지 않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연장전만 가면 백전백승이다. 끈기와 지구력이 남다르다. 저는 ‘농경민족의 끈기와 지구력이 기마민족과 타고남을 이길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면서 금 감독은 인터뷰 중에도 선수들의 훈련에 눈을 떼지 않았다.

“남자 유도가 그동안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인천 이후 4년간 선수들은 수많은 땀을 흘렸고 올림픽에서의 실패로 배수의 진도 쳤습니다. 이번만큼은 그 옛날 효자종목 유도의 면모를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두 달 후 기대해 주십시오.”

▶여자 유도대표팀 : 금 1개 목표 넘어 3개 딴 인천 재현

한국 여자 유도는 항상 소리없이 강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내외부 모두에서 ‘금메달 하나만 따도 성공’이라고 여겼지만 금메달 3개나 따내며 대박을 쳤다.

물론 리우 올림픽에서 남녀 모두 부진하며 여자부는 정보경의 은메달을 제외하곤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배상일 감독 부임 이후 여자 유도의 성장세는 눈여겨볼만 하다.

배 감독은 “기본적으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2개가 목표다. 하지만 첫째 목표는 전체급에서 고른 입상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포인트에 반영이 되는 대회이기에 올림픽까지 가는 미래도 봐야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금메달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48kg의 정보경(27·안산시청)과 +78kg의 김민정(30·렛츠런파크)을 기대한다”면서 제자들의 금메달 가능성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상세히 밝혔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정보경의 훈련모습
“정보경은 현재 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몽골-일본 선수와 1승1패로 호각세입니다. 당일 컨디션과 몸무게 감량에 따른 회복이 잘되어야만합니다. 감량을 잘해낸다면 경기경험이 많은 선수니 승리에는 문제 없다고 봅니다. 특기인 소매들어 업어치기, 좌우 발뒤축 걸기는 세계 최정상급이죠. 그저 감량 후 초반 1,2회전만 회복하며 넘기면 메달이 기대됩니다.”

또 다른 메달 유력후보인 김민정에 대해서는 “올림픽 후 세계선수권 3위를 하고 작년 마스터스 대회 우승, 파리 그랜드슬램 우승 등으로 기량이 확연히 늘어났다. 문제는 일본 라이벌 선수인 아키라 소네에게 2전 2패로 부진한데 일단 대진상 결승에서야 만난다. 체중을 늘려 헤비급으로 나선 선수인 만큼 민첩성과 스피드에서 장점을 가지는데 약간의 운만 따른다면 금메달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항전 성격인 남녀 혼성 단체전이 열린다. 남자 3명, 여자 3명씩 출전해 승부를 가르는데 다승으로 승부가 갈리고 3승3패 동률시 내용 점수로 승패가 결정된다.

배 감독은 “생소한 규칙이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띠고 있고 남녀 선수가 공평하게 출전하기에 단체전 성적이 곧 그 나라 유도의 수준을 말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겪어본 남녀 혼선 단체전이 상당히 '꿀잼'이 있었다는 것이 배 감독의 경험담이다.

그는 “한국은 일본과 결승에서야 맞붙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일전 축구만큼 아시안게임 킬러 콘텐츠로 시청률이 보장될거라 확실한다. 금호연 남자대표팀 감독과 단체전 역시 철저히 준비중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금 감독과 배 감독 모두 ‘유도는 효자종목이니 무조건 금메달’이라는 시선이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의 기대를 이해하고 충족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입모아 말했다.

“밖에서는 ‘유도는 금메달 1,2개는 따줘야지’라고 기대를 많이 하시지만 현장에서는 분석해보면 정말 죽을 맛이거든요. 요즘에는 일본 선수들도 버거워할 정도로 중앙 아시아 선수들도 약진했어요. 하지만 국민들의 그런 기대는 그만큼 유도가 국민들에게 친숙하고 믿을 만한 종목이라는 방증이겠죠.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유도대표팀의 금호연 감독(왼쪽)과 여자 유도대표팀의 배상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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