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또 무너졌다. 3백은 너무나도 심하게 뒷공간을 허용했고 측면도 내줬다. 몇 번을 실험해도 되지 않는 3백을 ‘굳이, 또’ 계속 실험해야할까. 어떻게 적용해보려해도 되지 않는 3백을 실험하다 시간과 조직력 모두 잃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은 3백에 대해 “시간이 짧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3백을 실험 중인고 이제 월드컵까지 보름가량 남은 상황에서 하기엔 부족한 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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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전라북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월드컵 출국 전 최종 평가전 겸 출정식에서 이재성의 골에도 에딘 비슈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28분 왼쪽 크로스 후 수비가 놓친 공을 뒤에서 비슈차가 잡아 선제골을 넣자 전반 30분 곧바로 이재성이 황희찬의 원터치 패스를 이어받은 후 왼발 칩킥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비슈차에게 수비 뒷공간이 뚫린 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에서 실점하며 1-2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35분에는 비슈차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한국은 1-3 완패했다.

이날 한국은 오반석-기성용-윤영선으로 이어지는 3백을 실험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대표팀 경기 경력이 짧은 오반석과 윤영선, 전문 중앙수비수가 아닌 기성용은 보스니아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기본적으로 3백 선수구성 자체가 보스니아 화력을 이기기 힘들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멤버 구성을 꾸린 것은 신태용 감독이다. 아직까지 실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겠지만 이제 정말 월드컵까지 보름여를 앞둔 시점에서 과감한 실험을 하는 것은 월드컵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후 후반전에는 권경원, 정승현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또 비슈차에게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다른 선수를 넣어도 실패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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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은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일단 플랜A와 플랜B를 쓰기 위해 3백을 준비했는데 시간이 짧았다. 3백에 있어서 실험적으로 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실수가 나와 실점했지만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나온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불안한 수비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도 3백에 대해 “스리백할 때 윙백에게 풀백 개념을 두고 훈련을 시킨다. 다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하는 것처럼 안으로 좁혀 들어가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크로스를 쉽게 내주는 것을 인정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우리가 스리백을 계속 쓴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선수들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3백을 완성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들리기 충분하다.

하지만 3백 실험은 지난해 10월 유럽원정부터 진행되어 왔었다. 당시 해외파로만 꾸려진 대표팀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청용을 윙백으로 두는 변형 스리백 등 다양하게 실험했지만 결과는 러시아전 2-4패배, 모로코전 1-3패배였다. 이후 신태용 감독은 12월 동아시안컵, 1월 터키 전지훈련, 3월 유럽 원정 등 매번 3백을 실험했다. 결코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대표팀은 클럽팀과 달라 잠깐 소집됐다 다시 흩어지기에 연속적인 훈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팀이 동일하다. 그런 상황에서 9개월전부터 써왔던 3백이 아직까지도 시간이 부족해 패했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2일 대표팀은 휴식을, 3일에는 출국을, 이후 오스트리아 적응과 러시아 입성 등을 따지면 6월 18일 스웨던전까지 실질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보름 남짓이다. 고작 보름 안에 원하는 수준의 3백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나마 쓸 때마다 성과가 나오는 4-4-2를 더 가다듬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9개월동안 실험해오던 3백은 쓸때마다 좋지 않은 성과만 가져오는 상황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기엔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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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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