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매번 주어진 기회에서는 잘한다. 스프링캠프 25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타율 1위(0.409),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잔류 경기에서 결정적 2루타와 득점, 마이너 강등 후 승격 첫 경기에서 솔로홈런.

그런데 또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최지만(27·밀워키 브루어스)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 강등을 통보 받았다. 지난 19일 승격이후 일주일도 메이저리그에 머물지 못한 것. 1루수 겸 외야수 라이언 브론이 10일자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오면서 다시 최지만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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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기회에서는 매우 훌륭했던 최지만

최지만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먼저 모두가 힘들 것으로 봤던 스프링캠프 당시 25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타율 1위(0.409)인 것은 물론 OPS(출루율+장타율)만 1.245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에 밀워키는 최지만을 잡기 위해 에릭 테임즈, 헤수스 아길라, 라이언 브론에 최지만까지 1루수만 무려 4명을 개막 25인 로스터에 포함시키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만약 개막 로스터에 합류시키지 않을 경우 최지만이 옵트아웃(계약 중 자유계약으로 나갈 수 있는 권리)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지만은 극적으로 개막로스터에 포함된 뒤 개막전에서 대타로 나와 결정적이었던 2루타에 득점까지 해내며 주어진 기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그럼에도 최지만에게 돌아온 것은 개막전 다음날 곧바로 마이너리그 강등이었다. 애초에 4명의 1루수를 로스터에 둔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약 한 달반 이상을 마이너리그에서 갈고 닦은 최지만은 지난 19일 브론의 부상으로 인해 승격했다. 그리고 승격하자마자 지명타자로 나서 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다음경기에서도 안타, 대타로 나온 경기에서 볼넷, 23일 경기에서는 2루타 등을 때려냈다. 승격 5경기에서 안타, 2루타, 홈런, 볼넷까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돌아온 것은 다시 마이너리그 강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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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은 양키스에서도 잘하고도 마이너 강등된 전례가 있다

문제는 최지만이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하고도 다시 마이너리그에 강등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때가 떠오른다. 최지만은 LA에인절스에서 방출된 후 뉴욕 양키스라는 굉장히 의외의 팀을 선택했고 3개월간 마이너리그에서 갈고 닦은 후 7월 6일 감격의 양키스 핀스트라이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등장과 동시에 최지만은 승격 첫 경기에서 홈런에 이어 다음 경기에서도 홈런을 때려내며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2루타도 기록하고 볼넷도 얻는등 활약했지만 곧 양키스가 토드 프레지어라는 대형 1루수를 영입하며 곧 마이너리그로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승격없이 시즌을 마친 바 있다.

최지만은 승격 후 적은 기회에서 양키스와 밀워키 모두 좋은 활약을 했음에도 워낙 경쟁자들이 많고 쟁쟁하다보니 1년짜리 소액계약을 맺은 선수다보니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은 것이다.

▶불운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굉장히 불운하다. LA에인절스 당시에는 보여준 실력에 비해 메이저리그에 오래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양키스와 밀워키에서는 보여준 실력에 비해 메이저리그에 잔류하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

물론 밀워키에서의 시즌이 아직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향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브론, 헤수스 아길라가 건재하고 에릭 테임즈까지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최지만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최지만은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소속된 팀이 언제든지 1루거포는 영입할 수 있는 양키스, 주전급 1루수만 3명있는 밀워키라는 점으로 인해 좀처럼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지만도 어느새 만 27세가 됐다. 유망주로 분류되기 힘든 나이대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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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활약을 하고도 불운한 것이 반복된다면 애초에 팀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지만 측은 2018시즌을 앞두고 무려 13개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론이지만 입단 유력팀 중 한 곳으로 알려졌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주전 1루수는 브래드 밀러로 23일까지 36경기에서 2할4푼8리의 타율에 출루율 3할2푼1리, 장타율 4할1푼에 그치고 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4일까지 메이저리그 30개팀중에 1루수 포지션에서 1할 타율도 넘기지 못한 팀이 4군데(콜로라도 로키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나 되며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팀도 6팀이나 된다.

분명 몇몇 팀에서는 최지만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거나 혹은 최소한 밀워키에서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속되는 불운으로 인해 최지만은 좋은 활약을 하고도 마이너리그에 강등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LA에인절스 시절까지 더하면 최지만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것은 무려 4번째다. 분명 최희섭 이후 한국 최고의 메이저리그 1루수가 될 수 있는 재목이 2년째 최선을 다한 좋은 활약을 함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은 한국 야구에 있어도 큰 손해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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