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즈키 이치로(45)가 은퇴했다. 지난 4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MLB) 공식홈페이지는 이치로가 이번 시즌 현역에서 은퇴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특별 보좌관으로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야구선수 생활을 그만두면 죽어버릴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나깨나 야구에 집착했던 이치로는 은퇴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그라운드와의 이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9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이 이치로의 공식 은퇴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치로하면 엄청난 수식어가 함께한다. ‘교타자’, ‘마지막 MVP-신인왕 동시 수상자’, ‘시계추타법’,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선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최초의 아시아 선수’ 등 그의 화려함과 위대함을 나타내는 수식어는 끝이 없다. 여기에 은퇴와 함께 명예로운 수식어 하나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명예의 전당에 가는 마지막 정통 1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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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일본프로야구 타격왕 이치로, 미국에 열풍을 일으키다

1992년 일본 오릭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치로는 첫 2년간은 후보 선수로 지냈다(2시즌간 32안타). 하지만 1994년 130경기에서 210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3할8푼5리로 대폭발했고 2000년까지 7년 연속 타격왕을 놓치지 않았다.

한 시즌 최다홈런 25홈런이었고 대신 2루타가 많은 중거리 겸 교타자였던 이치로는 7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올스타, 베스트9, 골든글러브 수상,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 1995년에는 도루왕과 타점왕, 1996년에는 일본시리즈 MVP까지 모든 상을 휩쓸었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타율이 무려 3할5푼3리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타격의 정확성이 높은 타자인지 새삼 알 수 있다.

2000년 시즌 종료 후 이치로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이적료 약 1300만달러, 3년 1400만달러의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다.

입단 당시 만해도 아시아 타자 누구도 메이저리그에 안착하지 못했기에 이치로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실제로 일본 기자들이 미국 현지 기자들에게 이치로가 얼마나 성공할지를 묻자 립서비스 차원에서 ‘타율 2할7푼이면 성공’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이치로는 첫해부터 타율 3할5푼으로 타격왕에 오른 것은 물론 56도루로 도루왕, 2001년 시애틀의 전설적인 116승(아메리칸리그 단일시즌 최다승)의 주역으로 인정받으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받았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수상이자 현재까지도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한 마지막 선수로 기록되어있다.

2001년 당시의 이치로. ⓒAFPBBNews = News1
▶미국을 강타한 이치로 열풍…꾸준함의 전설이 되다

첫해 놀라운 활약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치로는 지속적으로 3할 이상의 타율에 4할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더니 2004시즌 262안타를 기록하며 84년간 깨지지 않았던 조지 시슬러의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257안타)까지 넘어섰다.

현재까지도 이 기록은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이며 한 시즌 200안타를 때리는 선수도 4명밖에 나오지 않는 시대(2017시즌 기록)에 한동안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 1순위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치로의 대단함은 기록이 말한다. 10년 연속 올스타 선정, 골든글러브 9회, 실버슬러거 3회, 단일시즌 최다안타왕 7회, 은퇴 직전 시즌이 2017년까지 17년간 136경기 출전이 최소 출전시즌 등 꾸준함과 기록의 위대함을 동시에 갖췄다.

최다안타왕 7회는 피트 로즈, 토니 그윈같은 전설과 동률이다. 2016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만 3000안타를 돌파하며 역대 30번째 3000안타 클럽에 가입했다.

또한 일본에서 기록한 1278안타와 미국에서 뽑아낸 3089안타를 합한 4367안타는 야구 역사상 최다안타를 때려낸 인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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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통 1번타자로 남을까

스즈키라는 성은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 3위 안에 들 정도로 평범하다. 한국으로 치면 김,이,박이라고 할까.

이름 이치로는 한국으로 치면 `철수'와 같이 흔한 남자아이의 이름이다. 결국 이치로는 가장 흔한 이름을 가진 일본인 중에서도 가장 성공하고 전설적인 인물로 남게 됐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일본 내 스포츠 스타 인기 순위에서 신성 오타니 쇼헤이 등을 제치고 늘 1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이치로다.

이치로의 적극적 변화는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미국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 장타도 심심찮게 때려냈던 이치로는 미국 진출과 함께 변화를 시도했고 타격과 동시에 몸이 1루로 향하는 일명 ‘시계추타법’으로 철저하게 단타 위주의 타자로 변했다.

이치로의 은퇴가 특히 야구사에 중요하게 남는 것은 어쩌면 이치로를 끝으로 정통 1번타자가 명예의 전당에 가는 마지막 사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통 1번타자라 함은 단타 위주의 맞추는 타격에 진루했을 때는 빠른발로 상대 투수와 포수를 귀찮게 하는 스타일.

하지만 2010년대 들어 1번타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높은 출루율과 일발 장타도 함께 갖춘 만능형이다. 실제로 2016년 1번타자가 때려낸 576개의 홈런은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08년 466개를 100개 이상 뛰어넘었다.

그만큼 1번타자에게도 파워를 요구하는 시대에서 자연스레 정통 1번타자들은 설곳을 잃고 있다. 이치로 이후 이런 스타일의 1번타자가 있긴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이치로는 은퇴 후 5년이 지나 명예의 전당 조건이 갖춰지는 2023년, 첫해에 90%이상의 지지율을 받고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이치로 이후 정통 1번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가히 '정통 1번타자의 고별'을 이치로를 끝으로 확인될지 모른다. 여러모로 이치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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