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초반 라운드들을 관통하는 경향 하나가 있다. 1라운드를 기세 좋게 통과했지만 2라운드에서 풀이 확 죽는 팀들이 나오고 있다. 이 대열에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3번 시드 필라델피아는 2라운드 5차전에서 2번 시드 보스턴 셀틱스에게 112-114로 패했다. 3연패를 당하다가 홈에서 1승을 건진 후 다시 회생해보려 했지만 결국 1승4패로 물러났다.

필라델피아 신인 벤 시먼스에게 보스턴은 이제껏 가장 큰 벽으로 다가왔다. ⓒAFPBBNews = News1
이번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물러난 네 팀 모두 스윕 내지는 1승4패로 물러났다. 1라운드 때의 좋았던 모습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전적 결과들을 받았다. 더욱이 동부 컨퍼런스의 경우 오히려 1라운드에서 7차전까지 고생하며 올라온 보스턴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한껏 달라진 모습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런 경향이 나온 이유 하나를 꼽자면 경험을 댈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 경험 측면에서 각자 상대방들에게 크게 밀리는 공통점이 있었다. 여섯 시즌 만에 처음 진출한 필라델피아도 네 시즌 연속 진출 중인 보스턴에게 경험 부족의 측면들을 보여줬다.

▶실수들이 앗아간 승리의 기회들

5차전의 마지막은 코믹하게 끝난 면이 있었다. 보스턴이 종료 2초를 남겨 놓고 113-112로 1점차 앞선 상황에서 마커스 스마트가 자유투를 던졌다. 1구를 실패한 스마트는 아예 시간을 소진하기 위해 일부러 실패하려 2구째를 세게 던졌지만 들어가 버렸다. 이에 필라델피아는 2점차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타임아웃이 없어 장거리 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하필 스마트에게 끊기며 경기는 종료됐다.

이런 접전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정규 시즌의 경우 5할 승률 미만의 12개 팀들이 경기 종료 10초 이내 3점차 이내로 뒤지거나 동점인 상황에서 총 30승을 건져냈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많은 패배들이 따랐지만 무조건 팀 전력이 좌우하는 시간이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이런 막판 접전 상황을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는 세 번에 걸쳐 겪었고 모두 보스턴이 승리했다. 필라델피아 측의 패배 요인들을 보자면 실수들을 꼽을 수 있다.

필라델피아는 정규 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16.5턴오버를 기록했다. 이는 플레이오프에 가서도 따라다닐 만한 문제로 여겨졌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동안 14.6턴오버로 감소했고 이들보다 턴오버를 더 많이 범한 팀이 둘 있었다. 그 중 한 팀이 1라운드 상대방이자 가장 많은 16턴오버를 범했던 마이애미 히트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결국 클러치 상황에서 가장 많은 턴오버를 범한 팀이 됐다. 종료 5분 이내 5점차 이내의 상황을 5경기 거치며 평균 1.8턴오버를 범했다. 2라운드의 3경기에선 평균 2.3턴오버다. 반면 보스턴은 0.7턴오버다.

2라운드 클러치 상황 동안 상대방의 턴오버 직후 득점에서 보스턴은 평균 3득점을, 필라델피아는 0.7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런 턴오버로 기록되지 않은 판단 실수들까지 합하면 경험 미숙을 확실히 드러낸 2라운드였다.

▶신인상 유력 후보의 호된 신고식

시즌 81경기 동안 54.5% 야투율로 평균 15.8득점 8.2어시스트 8.1리바운드 1.7스틸 0.9블록을 기록했던 벤 시먼스(22)는 오는 6월26일 NBA 시즌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들어와서도 1라운드 동안 50.0% 야투율로 평균 18.2득점 9어시스트 10.6리바운드 2.4스틸로 훌륭한 데뷔를 이뤘다.

하지만 2라운드는 시먼스 입장에서 잊고 싶은 기억이 될 법하다. 47.5% 야투율에 평균 14.4득점 6.4어시스트 8.2리바운드 1스틸에 4.8턴오버를 기록한 시먼스는 전보다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

외곽 슈팅 능력이 없는 시먼스의 단점이 꽤 극명하게 드러난 시리즈였다. 보스턴이 신장 차이 없는 선수를 수비로 붙였음에도 시먼스의 돌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바깥에서 던지기 힘든 시먼스는 결국 선택지가 줄 수밖에 없었다.

시즌 동안에도 전체 야투 998회 시도 중 10피트(약 3미터) 이상 거리에서는 214회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성공률은 불과 30.8%다. 2라운드의 경우 전체 59회의 야투 시도 중 6회만 10피트 이상 거리에서 나왔다. 성공은 단 1개다. 여름 동안 이 부문에 대한 연마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소극적인 시먼스가 코트 위에 있을 때 팀은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먼스가 없을 때 필라델피아는 회생의 기회를 마련했다. NBA닷컴에 따르면 2라운드 240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9.6득점을 올린 필라델피아는 시먼스가 플레이한 182분 동안 92.2득점에 그쳤다. 반면 시먼스가 없던 63분 동안엔 117.9득점에 달했다.

단 1득점에 그쳤던 2차전 포함 이번 2라운드가 시먼스에게 자신감을 떨어트리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절치부심의 계기가 될지에 따라 시먼스 개인에게나 필라델피아 팀에게나 큰 갈림길이 될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젊은 주축 선수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한껏 볼 수 있던 올시즌 플레이오프였다. ⓒAFPBBNews = News1
▶성장의 시간은 필요하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 2014~15시즌 우승 전까지 두 번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성장의 시기가 필요했다.

현재 필라델피아와 동일하게 5시즌 플레이오프 공백 후 첫 진출했던 2012~13시즌 당시 골든스테이트도 마찬가지로 2라운드에서 물러났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시리즈 1차전에서는 4쿼터 4분여 남았을 무렵 16점차로 앞서고 있었음에도 따라잡히며 연장전에서 패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즉 필라델피아가 현재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하더라도 결국 플레이오프 신참들이다. JJ 레딕(34)이나 마르코 벨리넬리(32) 같은 플레이오프 베테랑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복이 있고 수비에 약점이 있는 한계가 있는 선수들이다.

결국 현재 주축 인원들은 조엘 엠비드(24), 시먼스, 다리오 샤리치(24) 등의 스타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이끌어야 하는 필라델피아다. 엠비드와 샤리치 역시 큰 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판단 실수를 범하는 장면들이 보였다. 가장 높은 플레이오프 무대를 위해선 이들이 더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심리적 절제가 필요하다.

필라델피아는 지금보다도 큰 재능을 더할 여유가 있다. 우선 올시즌 데뷔해 건강 문제로 그냥 보내다시피 한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마켈 펄츠(20)가 새로운 재능을 더해줄 수 있다. 그리고 주력 선수들이 신인 연봉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샐러리 여유를 통해 대형 프리 에이전트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

즉 이번의 실패를 두고 경험으로 전환시킨다면 필라델피아가 동부 컨퍼런스 또는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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