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재즈가 향후 플레이오프의 높은 무대에 주인공으로서 나서게 될 도입부를 본 것이 아닐까. NBA 팬들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이런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5번 시드 유타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5차전에서 1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에게 102-112로 패했다. 이로써 1승4패로 유타는 플레이오프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시리즈는 휴스턴이 팀으로서 상당히 탄탄한 궤도에 올랐음을 일깨워준 계기였다. 제임스 하든이 부진하더라도, 또는 크리스 폴이 부진하더라도 결국 휴스턴이란 팀은 유타보다 앞설 수 있었다. 이번 5차전의 경우 하든이 큰 부진을 보였음에도 폴이 41득점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강력한 견인력을 보여줬다.

이에 비해 유타는 힘든 국면들을 많이 거쳤다. 부상자가 시리즈 전에도, 시리즈 중에도 속출하면서 공백 효과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들이 쏟아졌다. 온 전력으로 맞서도 모자랄 판에 미련이 많이 남는 시리즈가 됐다.

하지만 향후 시즌들에 대한 기대감 측면에서 유타는 자신들에게나 팬들에게나 정말 큰 수확을 남겼다. 도노반 미첼(22)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1년차의 대형 플레이오프 활약이 미첼을 통해 나왔다.

훌륭한 정규 시즌을 뛰어 넘는 미첼의 플레이오프 활약은 큰 놀라움을 전해줬다. ⓒAFPBBNews = News1
▶역사적인 PO 데뷔를 마친 신인 미첼

평균 37.4분 동안 24.4득점 5.9리바운드 4.2어시스트 1.5스틸 0.4블록. 올시즌 데뷔한 미첼의 플레이오프 11경기 기록이다. 2017년 드래프트에서 아주 높은 순위도 아닌 전체 13순위로 뽑혔던 선수가 슈퍼스타를 예고하는 신인 시즌을 보냈다.

NBA 역사 중 신인의 플레이오프 득점 순위에서 미첼은 11위에 오른다. 그리고 첫 라운드를 통과해낸 신인들 중에서는 5위에 오른다. 카림 압둘자바의 10경기 평균 35.2득점, 윌트 체임벌린의 9경기 33.2득점, 조지 마이칸의 10경기 30.3득점, 엘진 베일러의 13경기 25.5득점 다음이 미첼의 11경기 24.4득점이다.

1라운드 통과 시점의 6경기 평균 28.5득점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 신인들 중 5위에 오르는 숫자였다. 위에 언급된 앞선 세 선수들 다음에 4경기 평균 29.3득점을 남겼던 마이클 조던 그리고 미첼의 이름이 올랐었다. 즉 가드 포지션에 있어서는 조던 다음으로 높은 1라운드 득점 성과를 남겼다.

▶부상 전까지 활활 타올랐던 불꽃

안타깝게도 5차전 4쿼터 팀이 다 따라잡던 시점에 무릎을 부딪치며 미첼은 코트를 떠나야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3쿼터 동안 22득점을 쏟아 부었던 미첼의 공백은 너무나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미첼의 가능성을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플레이오프 전체 기록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면이 있지만 몰입의 상태에 빠졌을 때 미첼이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첼의 플레이오프 한 쿼터 22득점 활약은 또 있었다. 1라운드 통과를 결정지었던 6차전에서 미첼은 마찬가지로 3쿼터 동안 22득점을 올렸었다. 3점슛 3개 모두 성공시키는 등 80%의 야투율이 나왔던 폭발적 활약이었다.

미첼이 벌써부터 대단한 PO 활약을 이룬 데에는 누구 앞에서도 대담한 성격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 = News1
▶미첼을 통해 연상되는 과거 스타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유타의 시리즈 종료 후 앨런 아이버슨과 미첼 사이의 비교 분석을 내놨다. 아이버슨은 신인이 아닌 3년차의 1998~99시즌에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맞이해 8경기 평균 46.2분 동안 32.9득점 6.1어시스트를 기록했었다.

당시 아이버슨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역시 1라운드를 통과하고 2라운드에서 행진을 멈췄다. 여기에서 아이버슨의 46.2분과 미첼의 37.4분 사이의 차이를 36분 당 기준으로 통일할 시 매우 비슷한 값이 나온다.

1998~99시즌 24세 아이버슨은 플레이오프 동안 36분 당 21.5회의 야투 시도, 41.1% 야투율로 22.9득점을 기록했다. 한편 2017~18시즌 22세 미첼은 36분 당 21.6회 야투 시도, 41.2% 야투율로 23.3득점을 기록했다. 그 후 2000~01시즌에 MVP 트로피를 차지하고 NBA 파이널까지 진출했던 선수와 꽤나 비슷한 숫자를 뽑아냈다는 뜻이다.

플레이 모습을 통해 비교하자면 드웨인 웨이드를 연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돌파 그리고 빅맨과의 연계 플레이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웨이드 역시 신인이었던 2003~04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45.5% 야투율로 평균 18득점 5.6어시스트를 남겼다.

그리고 웨이드는 불과 3년차인 2005~06시즌에 NBA 파이널 우승을 거뒀고 파이널 MVP 트로피까지 차지했었다. 당시 파이널 6경기 동안 웨이드는 46.8% 야투율로 평균 34.7득점 3.8어시스트 7.8리바운드 2.7스틸을 남겼었다.

▶연마해야 할 부분

바스켓으로부터 5피트(약 1.5m) 이상 거리에서 미첼은 플레이오프 동안 29.1% 야투율을 기록했다. 5차전 3쿼터처럼 잘 들어가는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불안한 때가 많다. 같은 기준에서 시즌 때에는 36.7%를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점슛의 경우 2라운드 5경기에 걸쳐 매번 7,8회 시도했지만 5,6개씩의 실패를 봐야 했다. 1라운드 미첼의 3점슛 성공률은 36.4%였지만 2라운드는 25.0%였다. 정규 시즌 79경기 동안에는 3점슛 성공률 34.0%를 기록했다. 그 중 31경기에서 30% 미만 성공률을 기록했다.

미첼이 외곽 점프슛까지 불붙을 경우 얼마나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는지 플레이오프 동안 보여줬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한 쿼터 22득점 활약 두 번이 이런 조건이 충족된 경우들이다. 웨이드도 외곽 점프슛이 동반되면서 파이널 MVP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물론 후반전에 불타오르는 것이 전반전 달아오르다 식는 것보다 좋긴 하지만 예열 시간이 긴 경향이 있었다. 전반전 동안 야투율 39.6%에 평균 8.5득점이라면 후반전에 야투율 43.5%로 15.8득점을 올렸다.

이런 사항들을 앞으로 채워나간다면, 부상을 피해간다면, 미첼은 분명 엄청난 위치에 오르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미첼이 골밑으로 파고들어가는 드리블과 스텝 등은 많은 NBA팬들을 매료시켰다. 게다가 당찬 성격까지 보여줬다. 때문에 유타는 존 스탁턴과 칼 말론 시대로부터 오랜만에 NBA 플레이오프에서 큰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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