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 가장 졸전의 모습이 나오며 토론토 랩터스의 시즌이 끝났다. 내리 4연패로 물러난 것보다 마지막 경기에서 급격히 무너진 모습이 더 실망을 안겨줄 법했다.

1번 시드 토론토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2라운드 4차전에서 4번 시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93-128로 크게 패했다. 2라운드, 상대 팀 클리블랜드, 시리즈 전적 0승4패,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와 빼다 닮은 결과다.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이라면 당시의 토론토는 3번 시드로서 2번 시드 클리블랜드의 홈에서 시리즈를 시작했고, 올시즌의 토론토는 1번 시드로서 클리블랜드를 홈에서 불러들이고 시작했다. 때문에 더 악화된 결말을 맞이했다 봐도 된다.

클리블랜드를 만난 것이 토론토의 잘못이었을까. 제임스의 벽은 또 무너지지 않았다. ⓒAFPBBNews = News1
더욱이 아쉬운 일은 올시즌 클리블랜드가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7연속 NBA 파이널에 진출했던 르브론 제임스지만, 3연속 NBA 파이널에 진출했던 클리블랜드지만 올시즌은 조건이 가장 안 좋아 보였다. 1라운드도 7차전 끝에 2라운드 진출 팀들 중 가장 늦은 시점에 올라왔다. 하지만 가장 2라운드를 일찍 통과한 팀이 됐다.

토론토 입장에서 이렇게 답답한 결말을 맞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음 시즌 다시 도전을 기할 수는 있을까.

▶접전을 놓친 대가가 너무 컸다

4차전은 35점차로 끝났지만 1차전은 1점차, 3차전은 2점차로 끝난 접전들이었다. 특히 시리즈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1차전의 패배는 크게 작용했다. 더욱이 47분 내내 이기고 있던 경기를 동점으로 따라잡히며 연장전에서 패했기에 분위기는 더욱 묘해졌다.

1차전 4쿼터에서 카일 라우리(32)와 더마 드로잔(29) 같은 스타들은 어딘가 공격을 미루는 모습들이 나왔다. 볼을 넘겨받은 나머지 선수들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4쿼터 토론토의 야투는 25회 시도 중 5개(20.0%) 성공에 그쳤다.

한편 3차전 막판 접전은 사실 토론토의 누군가를 탓하기엔 무리가 있긴 했다. 올시즌 플레이오프 기간 중 현재까지 가장 큰 하이라이트로 남은 제임스의 그 버저비터 장면에서 토론토 특정 선수의 잘못이 있다 지적하긴 어렵다. 38-26으로 앞섰을 정도로 마지막 쿼터만큼은 토론토가 어려움을 잘 이겨낸 경기였다. 하지만 드로잔 등이 특히 부진하며 40득점으로 끝났던 전반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1차전과 3차전의 승부는 크게 다가왔다. 특히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에서 0승3패로 밀린 팀이 시리즈를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그 접전 경기들 승리 하나의 가치는 정말 컸다.

▶최고의 정규 시즌과 최악의 플레이오프를 보낸 드로잔

정규 시즌을 기준으로 한다면 드로잔의 전성기는 올시즌이다. 야투율 45.6% 평균 23득점 5.2어시스트 중 어시스트를 제외하면 커리어 최고 시즌 기록이 아니긴 하지만 내용상으로 최고의 시즌이었다. 잘 시도하지 않던 3점슛을 부쩍 많이 이용하는 등 득점 효율성에서 올시즌 커리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평균 5.2어시스트는 올시즌 제법 달라진 드로잔의 공격 진영 활약 내용을 요약해주는 숫자다. 전 시즌 평균 3.9어시스트와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공격 기회 창출 장면들에 있어 드로잔은 전보다 부쩍 코트 전체 상황을 간파하며 패스의 질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는 저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잘 나서지도 못했고 나설 때 효과가 썩 좋지도 못했다. 시즌 동안 45.6%의 야투율과 경기 당 5.8개의 자유투 성공으로 23득점을 올렸던 드로잔은 2라운드 동안 43.%의 야투율과 2.3개의 자유투 성공으로 16.8득점에 그쳤다.

패스들도 활로를 열어주는 패스의 비중이 작아 평균 2턴오버를 기록하는 동안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드로잔의 움직임에 의해 클리블랜드의 수비 진영이 흔들리는 정도가 약했다.

게다가 3차전은 경기력 난조로 인해, 4차전은 3쿼터 막판 플레이그런트 파울 2로 퇴장 당해서, 마지막 두 경기 연속 4쿼터에 뛰지 못하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경험이 적은 벤치 선수들에게 벽이 됐던 시간

토론토는 시즌 동안 벤치의 덕을 가장 크게 본 팀이었다. 벤치 인원들이 코트 위에 있던 시간 동안 경기 당 3.6점차로 앞섰던 토론토는 리그 1위의 벤치 인원 마진을 남겼다. 반면 2라운드에서는 경기 당 -4.9점차로 8일 현재 2라운드 참여 팀들 중 가장 안 좋다.

토론토의 주요 출전 벤치 인원들은 13년차 CJ 마일스(31)를 제외하고 다들 2,3년차로 구성돼 있다. 이런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의 압박에서 큰 효과를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에 부딪힌 면이 있었다. 특히 2년차 프레드 밴블릿(24)의 경우 부상까지 겹치며 시즌 동안 벤치의 핵심인원으로서 보여줬던 활약도가 플레이오프에 들어와서 떨어졌다.

게다가 상대방 클리블랜드에는 2라운드 동안 평균 41.8분을 뛴 제임스가 있었다. 승부가 제법 일찍 갈린 4차전의 38분을 제외하고 모두 40분 넘게 뛴 제임스는 클리블랜드가 계속해서 경기력을 유지하게끔 만들었다. 이를 인해 나름 유능한 벤치 인원들이 있는 토론토라 해도 큰 경쟁력을 갖기 어려웠다.

▶너무 큰 산으로 다가온 르브론

플레이오프 참여 선수들 중 8일 현재 경기 당 출전 시간 1위(41.4분), 득점 1위(34.3득점), 어시스트 3위(9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1984년생 제임스는 올시즌 플레이오프가 전성기가 아닌가 할 정도로 경이로운 모습이다.

라우리와 드로잔 두 명의 2라운드 합산 138득점은 제임스 홀로 만든 136득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FPBBNews = News1
지금껏 동부 컨퍼런스 팀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제임스의 팀을 막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제임스를 확실히 맡아줄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임스는 시즌 때와 달라지는 괴물로 변신하곤 했다. 올시즌도 다르지 않다.

토론토는 OG 아누노비(21)와 파스칼 시아캄(24)을 주로 제임스에게 붙여 봤지만 역시 효과를 못 봤다. 두 선수 모두 신체 능력상으로 밀리지 않지만 1,2년차에 불과한 경험 때문인지 제임스가 공격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수가 붙어 있을 때 더 잘 넣는 듯한 느낌까지 줬다.

2차전과 4차전 각각 60%를 넘기는 야투율을 기록한 제임스로 인해 토론토는 수비에서 큰 난항을 겪으며 일방적으로 밀렸다. 특히 4차전은 전체적인 수비 균열이 일어나며 클리블랜드 선수들 다수가 평소보다 좋은 기록들을 냈다.

▶어떤 팀으로 돌아올까

시즌 평균 10분 이상 뛴 토론토 선수들 11명 중 밴블릿을 제외하면 모두 다음 시즌에도 계약이 이어진다. 이 중 시즌 당 2천만 달러(약 216억원) 이상씩 받는 라우리, 드로잔, 서지 이바카(29) 모두 적어도 2019~20시즌까지 계약이 이어진다. 시즌 당 2774만 달러(약 299억원)의 드로잔은 2020~21시즌까지다.

따라서 트레이드가 일어나지 않는 한 현재 인원들 대부분은 다음 시즌에도 돌아온다. 물론 이번에 나온 플레이오프 한계 때문에 굵직한 트레이드가 여름 동안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고액 연봉자 이바카 또한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토론토 경영진이 한계를 느꼈을 법하다.

그래도 현 인원들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면 시즌 성적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라우리의 나이가 더욱 하향세를 보일 시점이긴 하지만 상당수 선수들이 더욱 전성기로 향해가는 나이에 있다.

하지만 결국 플레이오프가 문제다. 올시즌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 성적 59승23패(승률 72.0%)를 거두는 동안에도 불안한 구석이 있던 이유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허탈한 결말을 맞이했고 올시즌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시즌 전인 2015~16시즌에는 홈에서 두 경기를 이기며 클리블랜드에게 2승4패로 끝났었다.

다음 시즌 현재 인원 대부분이 그대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경우 어쩌면 제임스의 나이가 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전 시즌에도 있었다. 결국 드로잔을 필두로 현재 인원들이 심리적 대응을 토대로 껍질을 깨는 계기만이 답이 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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