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7년 만에 구성된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이 지바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과 북이 모처럼 한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

안재형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과 북한의 김진명 감독이 이끄는 코리아는 4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세계선수권 여자단체전 준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0-3(0-3, 2-3, 1-3)으로 패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꾸려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27년 만의 단일팀 재구성으로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꿨지만 일본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단일팀은 첫 주자로 전지희(세계랭킹 35위)를 투입시켰다. 그러나 맞대결 상대였던 이토 미마(세계랭킹 7위)와의 실력 차이를 확인해야만 했다. 1세트부터 2-11로 크게 밀린 전지희는 2세트 초반 4점을 내리 뽑아내는 등 흐름을 뒤집을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후 상대의 거센 반격에 주춤하며 결국 2세트 마저 8-11로 패했다. 또한 3세트 역시 경기 중반까지 8-8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뒷심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결국 9-11로 패배, 단식 첫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 주자 북한의 김송이(세계랭킹 49위)는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 카스미(세계랭킹 3위)와 5세트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지만 역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특히 운명의 5세트에서는 수차례 동점과 역전, 재역전을 주고 받았지만 결국 14-14에서 내리 2점을 허용하면서 짙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양하은(세계랭킹 27위)이 벼랑 끝에서 3번째 주자로 나섰지만 끝내 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히라노 미우(6위)에게 1, 2세트를 내준 양하은은 3세트를 11-9로 따내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4세트를 패해 끝내 일본에게 결승 티켓을 넘겨줘야 했다.

그러나 27년 만에 남북 탁구 단일팀이 결성돼 한 마음으로 시합에 나섰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

앞서 단일팀은 지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남북 체육회담을 거쳐 분단 후 사상 첫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했다. 특히 단일팀은 결승에서 현정화와 북한의 이분희, 유순복이 여자단체전 9연패를 노렸던 세계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후 탁구계에서는 남북 단일팀 추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7년 만에 그 벽이 다시 허물어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합의와 함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탁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단일팀 의향을 묻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단일팀 구성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2일 ITTF 재단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미니 단일팀을 이뤄 복식 경기를 진행하는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등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물론 1991년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소 긴급하게 단일팀이 구성된 탓에 46일 간의 합동 훈련이 진행됐던 27년 전과 달리 1시간 30분의 짧은 공동훈련만 있었을 뿐이다.

또한 1991년 당시 현정화-이분희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단식으로만 대회가 구성돼 남북 선수들이 나란히 테이블 위에 서는 일도 볼 수 없었다. 유니폼 역시 통일되지 않은 채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안재형, 김진명 남북 감독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모두 벤치에 앉아 뜨거운 응원을 펼치며 하나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김송이-이시카와 카스미의 두 번째 단식에서 김송이가 2세트를 처음으로 가져오는 등 좋은 흐름을 탄 순간에는 선수단이 모두 기립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매 세트가 끝난 뒤에는 벤치에 있던 양 팀 감독은 물론 대기 선수들까지도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하나된 코리아를 확인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