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제닉 남자 수상자로 선정된 박성준 씨가 여자부문 수상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님을 모시고 골프를 하게 됐다. 그동안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았는지 선뜻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핑계에 불과하니 송구스런 마음을 씻을 수 없었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 같이 필드를 나갔더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테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새삼 동반 라운딩을 한다는 것이 웬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참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인으로부터 알게 된 `스포츠한국 한마음 나눔& SGA 골프대회' 장소가 마침 집과도 가까운 경기도 하남의 캐슬렉스 골프클럽에서 열려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님께 라운딩을 청했다.

처음으로 권한 라운딩. 예상 밖으로 아버지의 반응이 좋다. 아들과 함께 골프를 가신다는 즐거운 마음이 크셨는지 바로 허락하시고는 매형도 초청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날은 마치 가족 골프대회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불우이웃을 돕고자 마련된 대회여서 아버지와의 생애 첫 라운딩의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대회가 열린 4월 30일. 캐슬렉스 골프클럽은 처음이다. 설렘에 마음이 한껏 들떴다. 개막식에 맞춰 골프장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을 반기는 대형 포토존과 현수막이 마치 정식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클럽하우스 로비에 마련된 대회 참가자 전용 접수처에서 이름을 확인한 뒤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오후 12시30분쯤 연습그린으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아버지, 매형과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개회사가 끝난 뒤 단체 사진을 찍었다. 선수, 진행요원 등 어림잡아 200명 가까운 분들이 모였다. 다들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나도 그랬지만 긴장하기는 아버지도 매형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대회는 샷건 방식이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카트로 이동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샷건 방식. 어~!!! 원래 골프 시작은 1번홀 아니면 10번홀 아니었던가? 행사 진행요원으로부터 전 홀 동시 티오프를 하는 샷건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제서야 경기방식을 이해했다. 오늘 또 하나를 배웠다.

`11번호 2조'라고 쓰여진 안내문이 붙은 카트를 타고 11번 홀에 이동했다. 역시 골프란 어떤 방식이든 똑같았다. 늘 그렇듯 울고 웃고 긴장되고 또 배우고 후회하고 하며 어느덧 18홀 플레이가 마무리 됐다. 아직은 덜 자란 잔디 때문에 페어웨이 상태가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생애 첫 부자지간 라운딩에 잔디는 아무래도 좋았다.

샤워 후 만찬장에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카트에 부착된 조 편성표와 동일한 표식이 붙어있었다. 의자에는정성스레 포장된 선물 가방이 눈에 띄었다. 역시 선물이란 것은 내용물이 뭐가 됐든 사람을 기쁘게 만든다. 저녁식사가 끝나갈 쯤 시상식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울려퍼진다.

참가자들 모두 시상식에 집중하며 축사와 함께 시작을 알린다. 이번 대회는 두 가지 성격으로 운영됐다. 자선골프대회이면서도 올해 출범한 스포츠한국골프지도자연맹의 첫 행사이기도 했다.

연맹은 이번 대회에서 기준 타수에 들면 골프 지도자 1차 합격증까지 부여한다고 했다. 다들 내심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가벼운 인사와 대회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다. 그런데 사회자의 첫 호명에 내 귀를 의심했다. 처음에는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포토제닉 수상자로 내 이름이 불려졌다. 당황하며 단상에 나가 상품도 받고 기념 촬영도 했다.

포토제닉은 `어매이징'의 시작이었다. 파3에서 실시한 니어리스트 부문 경쟁에서 핀을 1.5m 거리에 붙였던 내가 수상자가 될 줄이야. 그때 샷이 제대로 맞은 것도 아니고 토핑난 공이 또르르 구르지 않았던가. 행운도 이런 행운도 없었다.

`운도 실력이다'며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남은 행사를 즐겼다. 본상 시상이 끝나고 남은 상품이 많다며 사회자는 재미있는 넌센스 문제와 장난 섞인 질문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많은 분들이 선글라스, 스크린골프 이용권, 헬스 이용권 ,식사 이용권 등을 받았다.

폐회사가 이어지고 모든 행사가 끝났다. 필드에서 처음으로 지켜본 아버지의 샷 하나하나가 아버님을 댁으로 모시고 가는 동안 내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마냥 즐거워하시는 아버지의 환한 얼굴. 이번 라운딩으로 그간 무심했던 아들의 불효를 용서하셨으면….

아버지는 피곤하셨을 법한데도 너무 즐거우셨다고 오히려 고마워하시는 모습이 감사하기만 하다. 평생 잊을 수 없을 아버지와의 꿈같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대회 주최측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2018. 4. 30. 니어리스트-포토제닉 수상자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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