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전영민 기자]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이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AP통신은 27일(이하 한국시각) “IAAF가 오는 11월 1일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들의 육상 대회 출전을 제한한다. 800m 최강자 세메냐의 육상 인생에 중대한 고비가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IAAF는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수치를 낮추거나, 남자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11월 1일부터 새 규정을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IAAF의 결정에 따라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 대상이 된다.

IAAF는 “인종차별, 성차별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정”이라며 “태생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꼭 필요한 규정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자 육상 중거리 스타 캐스터 세메냐(25)의 조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연맹은 강하게 반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연맹 입장에서는 IAAF의 새로운 규정이 결국 세메냐에 대한 저격으로 보이기 때문.

세메냐는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800m 달리기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여자 육성 중거리를 지배한 세메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

때문에 세메냐를 ‘여성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쪽은 그의 기록이 좋을수록 비판 수위를 높인다. 또한 세메냐의 여자 경기출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세메냐가 여성과 결혼한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IAAF는 지난 2015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대로라면 세메냐는 지난해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이후 세메냐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많은 육상 팬들은 SNS에 '#HandsOffCaster(세메냐를 가만히 둬)'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등 ‘세메냐 지키기 운동’까지 벌였다.

그럼에도 IAAF는 다시 한 번 남성호르몬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자 남아공 육상연맹은 “IAAF가 또 차별적인 결정을 했다. 세메냐를 겨냥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