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 중인 유타 재즈의 도노반 미첼(22)과 리키 루비오(28)에게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데뷔 년도에서 6년의 차이가 있지만 두 명 모두 이번이 플레이오프 데뷔 시즌이라는 점이다.

루비오는 전 시즌까지 1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를 겪었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소속이었다. 때문에 이제야 플레이오프 데뷔를 하게 됐다. 그리고 미첼은 아예 신인이다.

이런 플레이오프 신참들이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둘이 합쳐 평균 46득점 16.3리바운드 10.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주역이 되고 있다.

5번 시드 유타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4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게 113-96 대승을 거두며 1라운드에서 3승1패로 앞서게 됐다. 1차전 패배 뒤 내리 3연승이다. 4전 전승으로 2라운드에 진출한 6번 시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이어 또 하나의 하위 시드 업셋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여러 유타 선수들이 만들고 잇는 가운데 미첼과 루비오의 견인력이 돋보이고 있다.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미첼의 돌파 공격에 대해 오클라호마시티의 해결책은 언제 나올 것인가. ⓒAFPBBNews = News1
▶역사적인 신인이 되고 있는 미첼

현재까지 미첼은 4경기 평균 27.5득점 8.5리바운드 2.8어시스트 1.3스틸 0.8블록을 기록 중이다. 이런 미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21세기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신인이다.

1997~98시즌 당시 신인 팀 던컨의 9경기 평균 20.7득점 이후 처음으로 평균 20득점 이상 올리고 있는 신인이 미첼이다. 그리고 현재 미첼의 평균 27.5득점은 역대 신인들의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 중 5위에 올라 있다. 미첼 앞에 있는 선수들이 카림 압둘자바(35.2득점), 윌트 체임벌린(33.2득점), 조지 마이칸(30.3득점), 마이클 조던(29.3득점), 이렇게 당대 최고의 선수로서 군림했던 인물들이다.

최소 22득점의 3차전 포함 매 경기 20득점을 초과하고 있는 미첼은 4차전에서 최고 33득점을 올렸다. 이는 유타 재즈 구단의 역사에서 1985~86시즌 신인 칼 말론의 31득점 경기를 넘어선 최고 기록이다. 그 말론도 20득점 이상 플레이오프 경기는 두 번뿐이었다. 게다가 이 33득점을 올리며 0턴오버 4어시스트라는 기록도 더했다.

1990년대부터 고졸 NBA 직행이 성행하다 제도가 바뀌긴 했지만 고졸 이후 1년 경험을 채우기만 하면 NBA에 들어올 수 있는 최근 기류에서 정제된 신인은 드물었다. 그리고 30개 팀 규모 리그에서 뛰어난 신인의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일도 드물다. 그만큼 미첼의 활약은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골밑을 후벼 파고 있는 미첼

현재 미첼의 대활약은 오클라호마시티의 수비 설계 실책의 지분도 있지 않을까. 만약 유타가 2라운드에 진출해 휴스턴 로켓츠 또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중 승리 팀과 만나게 된다면 윤곽이 나올 수 있다. 그래도 어쨌든 현재 미첼은 오클라호마시티의 골밑에 계속해서 짓쳐 들어가고 있다.

미첼의 주력 무기들 중 3점슛이 있다. 하지만 기복이 큰 편이다. 세 경기에서 3개 또는 4개의 3점슛을 넣기도 했지만 2차전에서는 7개 모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첼은 그 2차전에서 28득점을 올렸다. 4쿼터에는 13득점을 올리며 지던 팀을 역전승시키기까지 했다. 골밑 레이업과 자유투 덕분이다.

레이업과 덩크가 이뤄지는 제한 구역 안에서 미첼은 4경기 동안 총 41회의 야투 기회를 얻어 27개(65.9%)를 성공시켰다. 드리블 돌파로 뚫고 들어가는 장면들도 많거니와 마무리 성공률도 높다. 단독 1대1로 또는 드리블 시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뱀처럼 파고드는 미첼을 오클라호마시티는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공략은 미첼이 시즌 동안 줄곧 보여줬던 장기다. 긴 팔과 탄탄한 체격을 통해 골밑에서 수비가 접촉을 걸어와도 곧잘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유투 득점은 덤이다.

현재까지 미첼은 제한 구역 이외의 구역에서는 매우 불안정한 슈팅을 보여주고 있다. 제한 구역 제외 페인트 구역(22.2%), 미드레인지(28.6%), 정면 3점(29.6%) 모두 성공률이 낮다. 코너에서의 3점슛만 2개 모두 성공시켰다. 만약 나머지 경기에서 오클라호마시티가 미첼의 돌파를 저지하지 못하고 외곽 점프슛마저 허용한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4차전 파울 트러블로 고전한 러셀 웨스트브룩에 대비되는 좋은 경기 운영을 루비오가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한 시즌 안에 큰 변신을 이룬 루비오

시즌 초중반까지 루비오는 실패한 트레이드 사례로 평가할 만했다. 여전히 득점력은 민폐에 가까웠고 믿었던 경기 운영 능력마저도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타는 루비오가 코트 위에 있을 때 팀 득점력이 더 떨어지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정규 시즌 동안 전체로 보면 유타는 루비오가 있을 때 더 득점이 떨어졌다. NBA닷컴에 따르면 유타는 시즌 3951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6.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루비오가 코트 위에 있던 2254분 동안엔 100포제션 당 105.6득점으로 떨어졌다. 반면 루비오가 없던 1697분 동안엔 107.0득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017년의 루비오와 2018년의 루비오를 분리해서 보면 같은 선수 맞나 싶은 차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상승세를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오고 있다. 각 시기별로 루비오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유타의 100포제션 당 득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12월까지 루비오는 평균 11.4득점을 39.1% 야투율과 28.7% 3점슛 성공률로 올렸다. 이에 비해 1월부터는 평균 14.5득점을 44.0% 야투율과 41.0% 3점슛 성공률로 올렸다. 12월까지 팀 내 평균 득점 5위에 있다가 1월부터는 2위로 마감했다.

여기에다 동료들과의 패스 플레이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12월까지 평균 4.9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루비오는 1월부터 5.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급기야 현재 플레이오프에서는 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센터 루디 고베어에게 보내는 패스들은 쉬운 득점 기회로 연결되고 있다.

▶유타 공격의 조타수들

100포제션 당 101.1실점으로 플레이오프 참가팀들 중 1위의 수비지표를 기록 중인 유타는 시즌 때의 리그 2위 수비지표(101.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공격력은 제법 변화가 생겼다. 좋은 쪽으로.

시즌 때 100포제션 당 106.2득점을 올렸던 유타는 현재 108.7득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때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지표(107.6) 및 수비지표(104.7)와 비교해 봐도 유타가 정말 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본인들 외에는 볼을 손에 두고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팀에서 미첼과 루비오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플레이오프 초짜답지 않게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두 명에 더해 확실한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는 고베어와 데릭 페이버스, 상대에게 얄밉도록 신경전을 걸어오며 3점슛까지 잘 꽂아주고 있는 조 잉글스 등 동료 플레이오프 선배들도 선전 중이다.

반면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플레이오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고전 중이다. 이제 5차전부터 매 경기마다 지면 끝인 오클라호마시티 입장에서 미첼-루비오를 저지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무력하게 퇴장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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