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하위 시드의 업셋이 그렇게 드물지만은 않다. 또한 1라운드 8번 시드나 7번 시드의 업셋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주목을 끌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1라운드 6번 시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매우 놀라운 업셋을 끌어낸 팀으로 꼽을 만하다.

뉴올리언스는 22일(이하 한국시각) 4차전에서 3번 시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131-123으로 꺾고 2라운드 진출을 결정지었다. 4승0패, 스윕을 이루며 상위 시드를 끌어내렸고 가장 빠르게 1라운드를 통과했다.

뉴올리언스의 스타들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도록 포틀랜드의 수비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AFPBBNews = News1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7전4선승제로 바뀐 2002~0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홈코트 우위가 없는 팀의 스윕 업셋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번 있었다. 2014~15시즌 46승의 5번 시드 워싱턴 위저즈가 49승으로 4번 시드에 올랐던 토론토 랩터스를 4승무패로 밀어냈었다. 그리고 이제 그 두 번째 주인공으로서 48승 뉴올리언스가 49승 포틀랜드를 4연승으로 꺾었다.

물론 단 1승 차이의 시즌 성적이기에 훗날 돌아보면 그렇게 놀랍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보여줬던 포틀랜드의 놀라웠던 약진, 그리고 숫자를 통해 보여줬던 탄탄한 수비를 감안하면 놀라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뉴올리언스는 드마커스 커즌스라는 올스타 센터를 시즌 중반 잃었음에도 더욱 강력한 팀으로 성장을 이뤘다. 시즌 초 유난히 강팀에게 약했던 뉴올리언스를 기억한다면 현재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기 그지없다.

▶상대팀 포틀랜드의 좋았던 시즌 수비

포틀랜드는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13연승을 달리며 리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팀이다. 특히 그 13연승 동안 평균 99.8실점의 탄탄한 수비력은 포틀랜드의 내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숫자였다.

NBA닷컴에 따르면 포틀랜드는 100포제션 당 104.2실점으로 리그 8위의 수비지표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스타 휴식기 뒤의 기간만으로 보자면 리그 4위(102.2)의 강력한 숫자가 나왔다.

이런 포틀랜드를 상대로 뉴올리언스는 플레이오프 4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114.7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플레이오프 참가 16개 팀들 중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118.0)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공격지표다.

그리고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뉴올리언스의 화력은 더욱 뜨거워지기만 했다. 1차전 100포제션 당 98.6득점으로 시작해 115.2득점, 116.3득점을 거쳐 4차전은 128.2득점을 남겼다.

센터 유수프 너키치를 중심으로 한 포틀랜드의 튼튼했던 골밑 수비는 뉴올리언스 상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시즌 동안 포틀랜드는 바스켓으로부터 5피트(약 1.5m) 안에서 상대방에게 54.2%의 슈팅 성공률을 허용했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낮은 상대방 골밑 성공률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포틀랜드는 상대방의 5피트 안쪽 야투 성공 개수에서 가장 적은 경기 당 15.9개만 기록했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는 포틀랜드가 현재까지 가장 많은 5피트 안쪽 야투 성공을 내준 팀이 됐다. 뉴올리언스에게 경기 당 22.8개를 69.5%의 성공률로 내줬다. 5피트 안 69.5% 성공률은 플레이오프 팀들 중 4번째로 높다.

▶시즌의 모습과 한층 달라진 주역들

시즌이 끝난 시점에서 플레이오프를 전망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시즌 성과에 비해 떨어지는 선수들이 나오는 경우다. 즉 더욱 타이트해지는 경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뉴올리언스 선수들은 자신들이 플레이오프에 맞는 선수들이라 호소하고 있다. 평균 득점에서 뉴올리언스의 상위 4인의 선수들 실적이 시즌에 비교해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층 뛰어 올랐다.

론도의 경우 이미 보스턴 셀틱스 시절부터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매서운 활약을 떨치기로 이름이 나 있다. 득점 향상도 있지만 어시스트도 시즌 평균 8.2어시스트 대비 현재 13.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다른 주력 선수들의 득점 성과가 좋아진 데에 론도의 볼 핸들링이 꽤 큰 지분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데이비스, 할러데이, 미로티치가 스타 선수로서 빛이 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외곽 슈팅뿐만 아니라 포틀랜드의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 쉬운 득점을 올리는 장면들은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미로티치는 커즌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의 차원을 넘어 공수 양면 핵심 인원으로서 자리 잡았다. ⓒAFPBBNews = News1
▶데이비스, 슈퍼스타로서 진짜 인정받을 계기

슈퍼스타의 팬 층이 두터워지는 결정적 순간은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 시즌과는 차원이 다른 주목을 받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데이비스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자신의 첫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던 2014~15시즌에 데이비스는 1번 시드이자 당시 우승팀이 됐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해 스윕으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당시 데이비스는 시즌 야투율 53.5%와 평균 24.4득점보다 좋은 54.0% 야투율과 31.5득점을 남겼다. 즉 플레이오프에서 얼어붙는 선수는 아님을 입증했다.

현재는 얼어붙기는커녕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이번 시즌 골밑 공략을 크게 성장시킨 모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본인의 야투 시도 중 52.3% 비중을 골밑 제한구역에서 가져가며 68.9%라는 뛰어난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제한구역뿐만 아니라 3점 라인 안의 모든 거리에서 데이비스는 뛰어난 슈팅을 보여주고 있다.

2014~15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앨빈 젠트리 감독은 2라운드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 들고 나올까. ⓒAFPBBNews = News1
▶2라운드에서는 어떤 팀으로 나타날까

NBA 플레이오프 첫날에 일정을 시작한 뉴올리언스는 가장 빠르게 1라운드를 통과한 팀이 됐다. 이런 팀에게 다음 라운드의 모습이 기대도 되는 한편 갑자기 풀이 꺾이진 않을지 우려도 들기 마련이다.

뉴올리언스는 2라운드에서 2번 시드 골든스테이트 또는 7번 시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만나게 된다. 마침 공교롭게도 현재까지 뉴올리언스와 함께 유이하게 0패를 기록 중인 팀이 골든스테이트다. 선수단 재능뿐만 아니라 외부 사정까지 겹친 샌안토니오의 시리즈 승리를 예측하긴 사실상 힘들다.

골든스테이트는 앞서 언급했듯 뉴올리언스가 세 시즌 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일방적으로 몰리며 패한 팀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설령 시리즈 패배를 당하더라도 쉽게 물러나진 않을 전망이다. 우선 골든스테이트의 핵심 인원 스테픈 커리가 부상에서 언제 복귀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4경기 동안 뉴올리언스가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강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포틀랜드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뉴올리언스가 몰고 간 부분도 분명 있었다. 2007~08시즌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는 팀이지만 뉴올리언스에게 기대를 걸 만한 대목이다. 2002~03시즌부터 역사가 시작된 구단으로서 뉴올리언스가 가장 높이 올라간 플레이오프 무대는 2007~08시즌의 2라운드까지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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