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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SK가 무려 1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DB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0-77로 승리했다.

이로써 SK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된 이번 시리즈를 4승2패로 매듭짓는데 성공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모두 패하고도 우승을 거머쥔 사례가 역대 단 한 번, 확률로는 10%에 그쳤지만 이후 믿기 힘든 4연승을 질주하며 기적을 이뤄냈다.

특히 SK는 1999~2000시즌 이후 무려 1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동안 창단 처음이자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기록돼 있던 1999~2000시즌 당시 SK는 서장훈, 재키 존스, 로데릭 하니발로 이어지는 막강한 삼각 편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 서장훈은 정규시즌 국내 선수 득점(24.24점)과 리바운드(10.04개) 1위에 올라 있었고, 재키 존스는 리바운드 4위(11.38개), 블록 2위(2.53개)를 차지하며 골밑을 굳게 사수했다. 하니발도 ‘수비 장군’이라는 별명답게 상대 에이스를 꽁꽁 틀어막는 역할을 책임졌다.

뿐만 아니라 SK는 조상현이 1999년 크리스마스 빅딜로 현주엽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뒤 내외곽의 짜임새를 확실하게 갖췄다. 조상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총 10개의 3점슛을 50%의 확률로 성공시키며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이 밖에 데뷔 첫 해부터 주전 포인트 가드 자리를 꿰찬 황성인까지 당시 SK는 스타 군단의 힘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노렸던 현대 왕조를 창단 2년 6개월 만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SK는 이후 번번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실패했다. 2000~01시즌 동양(현 오리온)과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고, 이후에는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것조차 버거웠다. ‘스타 군단’이라는 평가는 지속적으로 따라붙었지만 동시에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혹평이 늘 함께했다.

SK에게 좋은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은 2012~13시즌이었다. 애런 헤인즈를 중심으로 빅 포워드 라인업을 꾸렸고, 3-2 드롭존이 큰 위력을 발휘하면서 역대 최다승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

하지만 SK는 절호의 기회를 끝내 살리지 못했다. 당시 결승 상대였던 모비스가 SK의 드롭존을 완전하게 깨뜨렸고, 헤인즈를 틀어막는 모습을 가져가며 4연승으로 시리즈를 압도했다.

그로부터 SK가 다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기까지는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헤인즈의 복귀와 함께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SK는 시즌 초 김선형의 부상으로 악재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헤인즈, 테리코 화이트가 무게 중심을 잡은 가운데 김민수, 최부경, 최준용 등 다시 한 번 포워드 라인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신인왕에 오른 안영준의 감초 활약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SK의 상승세 원동력이었다.

시즌 막판 김선형까지 복귀하며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내달렸던 SK는 팀의 기둥 헤인즈의 최종전 부상으로 또 한 번 큰 위기를 맞이했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 제임스 메이스가 헤인즈 못지않은 활약을 펼쳐주면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만큼은 SK도 달랐다. 정규시즌 우승팀인 DB가 디온테 버튼의 맹활약을 앞세워 1, 2차전 승리를 가져가며 SK에 5년 전 악몽을 심어주는 듯 했으나 SK는 3차전 연장 승부에서 김선형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챔피언결정전 8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SK는 4차전까지 접수하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5차전에서는 무려 1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외곽포까지 폭발하며 승부를 뒤집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분위기를 완벽하게 가져온 SK는 안방에서 열린 최종 6차전마저 승리로 장식, 18년 간 이어왔던 우승의 한을 마침내 씻어내는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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