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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DB가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해 통합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DB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77-80으로 패했다.

이로써 DB는 7전 4선승제의 이번 시리즈에서 2승4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1위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DB로서는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시리즈였다.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갔지만 이후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SK에게로 넘어가며 내리 4연패를 당했기 때문. 역대 1, 2차전 승리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놓친 사례는 단 한 번, 확률로는 10%(1/10)에 그쳤다. DB가 씁쓸한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3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김선형에게 결승 득점을 내주며 무너진 것이 가장 뼈아팠다. 또한 시리즈 동안 심판의 아쉬운 판정에 흔들리는 등 행운의 여신마저 DB를 외면했다. 또한 5차전에서는 제공권과 외곽슛에서 SK에 오히려 우위를 넘겨주는 등 지친 기색마저 나타났고, 잔부상을 안고 뛴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지만 끝내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DB는 2014~15시즌 이후 3년 만의 역대 9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2007~18시즌 이후 10년 만의 우승 도전도 아쉽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DB도 우승팀 SK 못지않게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었다. 시즌 전부터 최약체로 꼽힐 만큼 전력이 좋지 못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리그의 판도를 흔들었다.

디온테 버튼이 최고의 활약을 펼쳐주기도 했지만 이상범 감독의 지휘 하에 국내 선수들 역시 기량 발전을 이뤄내며 이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했던 두경민은 정규리그 국내선수 MVP에 오를 만큼 팀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또한 기량 발전상을 수상한 김태홍을 비롯해 박병우, 서민수, 김현호 등 기존 백업 선수들도 팀 전력에 큰 힘을 보탰다. 김주성, 윤호영 등 베테랑들도 체력 안배를 통해 DB가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는데 일조했다.

특히 이상범 감독은 실책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으로 선수단에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또한 두경민의 태업 논란 당시 순위 싸움이 치열했음에도 그를 경기에서 제외시키는 결단력으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음을 보여줬다.

김주성의 경우 은퇴 시즌에 통합 우승의 꿈을 놓쳤고, 로드 벤슨 역시 신장 제한으로 다음시즌부터 더 이상 KBL 무대를 누비지 못한다. 이들의 아쉬움은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두경민의 군입대가 예정돼 있고, 버튼의 재계약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DB의 대권 도전이 다음 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올시즌 전에도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보란 듯 뒤집은 만큼 이상범 감독이 이끌 DB의 미래는 여전히 기대해볼 가치가 있다. 올시즌 역시 최강의 팀으로 등록되지 못했을 뿐 역사상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팀으로 오랜 기간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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