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가 결정된 팀에게 시즌 마지막 경기의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럼에도 그 마지막 경기에서 나온 40점차 패배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있어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물론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골든스테이트가 79-119로 패한 상대 유타 재즈는 순위와 플레이오프 시드를 놓고 승리 동기가 컸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10경기를 4승6패로 마감한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서 보면 불안감을 깔끔히 지울 수 없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16승1패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전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이기 때문에 더욱 최근의 부진은 낯설다. 또한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정규 시즌 1위의 자리를 차지했던 팀이기에 리그 3위로 마감한 이번 시즌이 또 낯설다.

두 시즌 전, 2015~16시즌 골든스테이트는 NBA 역사 기록인 73승을 달성했다. 2014~15시즌과 2016~17시즌에는 동일하게 67승15패(승률 81.7%)를 남겼다. 이에 비해 올시즌은 58승24패(승률 70.7%)로 확연히 떨어진 페이스다.

때문에 시즌 전 형성됐던 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라는 여론은 현재 제법 약해진 상태다. 2014~15시즌과 지난 시즌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던 골든스테이트에게 정말 현재는 경고등이 켜진 것일까.

케빈 듀란트는 스테픈 커리 없는 동안 골든스테이트를 상위 라운드로 이끌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커리 없이 통과해야 하는 1라운드

아직 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서부 컨퍼런스 하위 시드 팀들에게는 적어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 동안에는 1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보다 2번 시드 골든스테이트가 비교적 어려움이 덜한 상대일 것이다. 스타 포인트 가드 스테픈 커리(30)가 부상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3월말 경기에서 무릎에 충돌을 받은 뒤 내측 인대 손상을 입은 커리는 적어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 동안에는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커리 대신 퀸 쿡(25)이 선발로 나오고 있는 현재의 골든스테이트에게는 불안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쿡은 NBA 2년차지만 지난 시즌 14경기, 이번 시즌 33경기만을 출전했고 NBA 플레이오프 경험이 전혀 없다.

또한 평균 25.3분 동안 핵심 벤치 인원으로서 뛰던 안드레 이궈달라(34)가 최근 무릎 문제로 몇 경기 결장하는 등 상태가 안 좋다. 게다가 평균 16.9분을 소화하던 슈팅 가드 패트릭 맥코(23)가 월초에 끔찍한 등 부상을 당하며 한 달 간의 공백을 예고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가 빠지고 쿡이 선발로 나서기 시작한 3월25일 경기부터 3연패로 시작해 4승6패를 남겼다. 물론 이 전적이 현재 골든스테이트의 액면 전력이라 판단하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 다시 조여지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마침 골든스테이트는 커리가 빠진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15~16시즌 1라운드에서 휴스턴을 상대했던 당시 1차전에서 부상을 입는 등 단 2경기에 나와 각각 20분 아래의 적은 활동을 보였다. 그럼에도 골든스테이트는 전력의 우위를 보이며 4승1패로 통과했다. 2라운드에서 만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도 커리 없는 동안 2승1패로 앞섰다.

그렇다면 현재의 골든스테이트도 커리 없이 강력한 힘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커리가 없을 때 평범한 공격력이 된 골든스테이트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번 시즌 현재까지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의 부재 동안 시원한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커리 없이 연승을 거두는 동안에도 승리의 비결은 득점보다 짠돌이 수비의 힘이 더 컸다.

12월6일부터 12월29일까지 커리가 발목 부상으로 11경기 연속 빠졌던 적이 있다. 이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9승2패를 거두며 커리 공백에 타격을 크게 입지 않았다. 하지만 득점력에는 타격이 있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82경기 3946분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 당 112.3득점으로 공격지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커리가 코트 위에 있던 1631분 동안엔 100포제션 당 120.4득점에 달했다. 반면 커리가 없던 2315분 동안엔 106.1득점으로 떨어졌다. 골든스테이트의 공격지표는 커리가 있을 때 가장 높았고 없을 때 가장 떨어졌다.

100포제션 당 106.1득점은 10일 현재 리그 17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런데 12월 커리의 11경기 공백 당시에 골든스테이트는 이보다도 낮은 100포제션 당 105.9득점을 남겼다. 자신들의 시즌 수비지표(104.2)보다 훨씬 낮은 100포제션 당 98.7실점의 수비 집중력이 크게 작용했다.

▶나머지 핵심 인원들은 어떤가?

커리의 공백 기간 동안, 그리고 커리가 돌아와도 발동이 걸리지 않는 동안 결국 가장 큰 견인력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는 케빈 듀란트(30)다. 이미 견인력은 전 시즌 파이널 MVP 트로피로 증명했다. 현 시점 리그 최고의 득점원이라 주장할 만한 듀란트가 있기에 이 고비를 넘길 공산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듀란트의 득점 성과는 지난 시즌에 이어 여전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양적 질적 측면을 고려할 때 시즌 전체 성과는 지난 시즌과 별 차이 없다. 다만 최근 커리의 공백 동안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듀란트는 시즌 전체 69경기 동안 51.6%의 야투율로 26.4득점을 올렸다. 이에 비해 갈비뼈 부상에서 돌아온 3월29일부터 8경기 동안엔 47.9%의 야투율로 평균 24.8득점을 올리고 있다. 차이라면 3점 라인 밖에서 크게 나고 있다. 시즌 3점 성공률 41.9%의 듀란트는 최근 8경기에서 33.3%에 그치고 있다. 정면에서는 여전하지만 양쪽 윙에서 총 35회 시도 중 26개를 실패했다. 그래도 3점 라인 안의 점프슛에서는 여전히 무서운 선수다.

적어도 이번 정규 시즌의 골든스테이트 핵심 4인방은 지난 시즌보다 위력이 떨어졌다. ⓒAFPBBNews = News1
커리의 백코트 파트너 클레이 탐슨(28)은 슈터로서 커리어 최고의 시즌 성과를 냈다. 야투율 48.8%에 3점슛 성공률 44.0% 모두 커리어 최고 기록이다.

그런데 시즌 후반기에 살짝 기세가 꺾이긴 했다. 올스타 휴식기 전에는 45.5% 성공률의 치명적인 3점 슈터였다면 그 뒤로는 38.8%를 기록했다. 물론 38.8%도 매서운 성공률이다. 지난 시즌 우승했을 때 플레이오프 동안 38.7%의 3점슛 성공률로 힘을 보탰던 탐슨이다.

중요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또 한 명의 선수는 드레이먼드 그린(28)이다. 농구 기록지를 넘어선 영향력을 보여주는 그린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현재의 고비를 넘길 가능성이 결정된다. 볼을 만지는 시간이 긴 편은 아니지만 골든스테이트에서 가장 자주 볼을 만지고 가장 많이 패스하는 선수가 그린이다.

그런데 올시즌 그린은 이전 시즌들에서 보여줬던 지대한 영향력에서 하락한 분위기다. 그린이 코트 위에 있는 동안 공수 양 진영에서 골든스테이트는 큰 효과를 얻었지만 이번 시즌은 그렇게 크지 않다. 여전히 흑자의 영향력이지만 결정적이라고 부르기엔 힘들다.

▶최근 4시즌 중 가장 조건이 안 좋은 포스트시즌

초반 라운드 커리의 공백도 있지만 골든스테이트에겐 그 뒤의 여정도 전보다 어렵게 됐다. 우선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휴스턴을 만나게 된다면 홈코트 우위를 뺏기게 된다. 그리고 만약 파이널에 진출해 토론토 랩터스를 만나게 돼도 홈코트 우위가 없다.

다만 컨퍼런스 1번 시드에게 파이널 진출이 따 놓은 당상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보여줬다. 21세기의 플레이오프에 참여한 36개 팀의 컨퍼런스 1번 시드들 중 파이널에 진출한 경우는 반도 안 되는 15개 팀이다. 대신 파이널에서는 홈코트 우위를 가진 팀에게 무게추가 크게 기울었다. 1999~00시즌의 파이널부터 18회의 파이널 동안 홈코트 우위가 없는 팀이 우승한 경우는 다섯 번뿐이다.

지난 시즌 커리-탐슨-듀란트-그린 4인조가 뛴 경기들에서 골든스테이트는 44승9패(승률 83.0%) 전적을 거뒀다. 이번 시즌에는 31승10패(승률 75.6%)다. 즉 핵심 라인업의 위력이 지난 시즌보다 줄은 골든스테이트라는 뜻이다.

이런 골든스테이트에게 우승이 돌아가려면 지난 3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했고 2회의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 슈퍼스타들의 승부사 기질이 발현돼야 한다.

무엇보다 커리가 제 컨디션으로 돌아와야 한다. 73승을 거두고도 2015~16시즌 컨퍼런스 파이널부터 줄곧 7차전까지 가는 고전을 했던 데에는 커리의 부상 여파도 한몫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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