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을 기대하는 NBA 팬들이라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이목을 집중시키게 됐다.

9일 현재(이하 현지시각) 79경기 평균 25.6득점 10.1어시스트 9.9리바운드의 러셀 웨스트브룩(30)은 시즌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 놨다. 현재 총 784리바운드를 기록한 웨스트브룩이 시즌 평균 10리바운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16리바운드가 필요하다.

가능할까. 9일 경기에서 18리바운드를 기록한 웨스트브룩이기에 못할 것은 없다. 지난 3일 경기에서도 16리바운드를 기록한 웨스트브룩은 16리바운드 이상을 올시즌 6경기에 걸쳐 기록해봤다.

이렇게 웨스트브룩의 트리플더블이 주목받는 이유는 2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이라는 상징성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지난 시즌 MVP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던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시즌 트리플더블을 떼어놓고 본다면 전 시즌 MVP로서 웨스트브룩은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거둔 것일까. 웨스트브룩이 경기에서 맡는 주 역할들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

MVP 화제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올시즌 웨스트브룩의 에너지는 여전하다. ⓒAFPBBNews = News1
▶득점원으로서의 웨스트브룩

단지 전 시즌 평균 31.6득점에서 올시즌 25.6득점으로 내려왔다고 득점원으로서 웨스트브룩에게 낙제점을 줄 수는 없다. 폴 조지와 카멜로 앤써니라는 스타 동료들의 합세를 감안하면 분명 양적 하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질적 하락도 일어났다. 야투율은 42.5%에서 45.0%로 늘었지만 3점슛 성공률이 34.3%에서 29.9%로 떨어지고 자유투 성공 개수도 8.8개에서 5.3개로 하락하는 등 전체적 득점 효율성이 떨어졌다.

일반 야투율 계산에서 3점 야투 성공을 1.5로 가중치를 두고 자유투도 가미해 계산한 슈팅 효율성 척도인 트루 슈팅 퍼센티지(이하 TS%)가 있다. 이 TS%를 통해 보면 확실히 이번 시즌은 좋다고 볼 수 없다. 전 시즌 55.4%에서 52.5%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10년차 커리어 중 3년차 이후 가장 낮다.

통상적으로 득점 가담이 줄면 효율성이 늘어나는 편이지만 올시즌 웨스트브룩은 아니다. 전 시즌 웨스트브룩은 극도로 높은, NBA 역사에서 가장 높은 시간 당 득점 활동을 펼쳤었음에도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55.4%의 TS%를 기록했었다. 반면 전 동료 스타 케빈 듀란트와 뛰었던 시절만큼의 득점 활동으로 줄었음에도 효율성의 하락을 보고 말았다.

전 시즌에 웨스트브룩이 MVP에 선정된 데에는 시즌 트리플더블만 아닌 극도의 원맨팀 환경에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견인력도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 견인력엔 엄청난 득점 생산력이 큰 몫을 했다.

우선 전 시즌 84.5% 대비 73.7%로 떨어진 자유투 성공률이 눈에 띈다. 전 시즌 웨스트브룩은 모든 달에 걸쳐 80% 이상의 자유투 성공률을 남겼다. 반면 이번 시즌엔 10월 7경기 61.9%를 비롯해 1월 14경기의 68.5%도 나왔다. 10월, 12월, 1월, 3월에는 경기 당 2개 이상의 자유투 실패를 남겼다. 80%를 넘긴 달은 10경기 89.4%를 기록했던 2월뿐이다. 이처럼 월별 기복도 심한 편이다.

야투율도 월별 기록의 등락이 크다. 11월 13경기 동안 38.0%에 그치기도 했을 정도로 부진했던 웨스트브룩은 3월에 49.8%에 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3점슛의 빈도가 이유로 작용했다. 3점슛을 많이 던질 때와 적게 던질 때의 야투율 차이가 제법 있다.

자유투처럼 야투율도 지난 시즌은 월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3월부터 괜찮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최근 두 경기에선 2연승을 거두긴 했지만 웨스트브룩은 각각 18개와 13개의 야투 실패를 남겼다.

▶볼 핸들러로서의 웨스트브룩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웨스트브룩의 볼 소유 시간은 길다. 동일하게 경기 당 9.2분이며 다만 올시즌은 웨스트브룩보다 오래 볼을 가진 선수가 없다는 것이 차이다. 지난 시즌은 웨스트브룩 앞에 존 월(9.5분)과 제임스 하든(9.3분)이 있었다.

볼을 만진 횟수도 지난 시즌 경기 당 94.8회 대비 95.9회로 비슷하다. 그리고 지난 시즌은 하든(96.1)이 더 많이 만졌다면 이번 시즌은 웨스트브룩이 가장 많다.

이렇게 리그에서 볼을 가장 많이 만졌고 가장 오래 가진 웨스트브룩은 가장 많은 평균 10.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의 10.4어시스트보다는 떨어졌지만 턴오버와의 비중에 있어서는 올시즌이 좋다. 전 시즌이나 이번 시즌이나 턴오버 순위는 동일하게 리그에서 2번째로 가장 많지만 숫자는 줄었다. 전 시즌 평균 5.4턴오버 대비 올시즌 4.8턴오버다. 그래서 턴오버 대비 어시스트 비중은 1.92에서 2.13으로 늘었다.

전 시즌 경기 당 34.6분 동안 57.3회의 패스를 했던 웨스트브룩은 올시즌 36.4분 동안 61.9회의 패스를 했다. 이 가운데 그 패스를 받은 선수가 야투를 성공시킬 경우 어시스트로 인정받을 잠재적 어시스트(Potential assist)에서는 전 시즌 20.9회 대비 올시즌 20.1회다. 잠재적 어시스트가 실제 어시스트로 이어진 비중은 이번 시즌이 살짝 높지만 거의 비슷하다.

웨스트브룩이 구사하는 패스들은 직접적인 동료의 득점 기회로 연결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다만 올시즌은 전 시즌에 비해 그 비중이 살짝 떨어졌다. 전 시즌은 40경기 이상 소화한 리그 선수들 중 가장 높은 18.1%였다면 올시즌은 월(17.6%)과 하든(17.0%) 다음의 16.5%다.

현재 가용 인원 중 웨스트브룩이 코트 위에 있을 때 오클라호마시티는 가장 잘 싸웠다. ⓒAFPBBNews = News1
▶일꾼으로서의 웨스트브룩

활동성 측면에서 웨스트브룩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숫자가 리바운드다. 앞서 언급했듯 오는 11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6리바운드를 챙겨야 시즌 평균 10리바운드가 되는데, 못 채우더라도 190cm 신장 가드에게 정말 대단한 숫자다.

웨스트브룩이 나타나기 전까지 NBA 역사에서 신장 190cm 이하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경기 당 리바운드가 1988~89시즌 팻 리버의 9.3리바운드였다. 1986~87시즌부터 1989~90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리버는 8.1리바운드 이상 기록했었다. 그리고 그 리버를 2시즌에 걸쳐 제친 선수가 웨스트브룩이다. 또한 신장을 1인치(약 2.5cm) 늘려 193cm 이하 역대 선수들 시즌 중에 검색해 봐도 올시즌 현재 웨스트브룩의 평균 9.9리바운드는 6위에 올라가는 숫자다.

슈팅이 실패해 떠오른 볼들 중 개인 선수가 잡아낸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올시즌 웨스트브룩은 15.0%를 기록했다. 전 시즌은 17.1%였다. 역시 출전시간 랭킹 요건을 갖춘 역대 190cm 이하 선수들 중 1,2위의 시즌 리바운드 점유율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자면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이 28.8%에서 25.1%로 살짝 하락했다.

리바운드 말고도 웨스트브룩의 볼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는 숫자들은 또 있다. 우선 리그 8위의 경기 당 1.8스틸을 기록 중인 웨스트브룩은 상대방 볼을 건드린 횟수에서 리그 7위(3.3회)다. 그리고 볼이 어느 팀의 소유도 아닌 루즈 볼 상태일 때 점유한 횟수로 리그 1위가 웨스트브룩(2.2회)이다. 이는 전 시즌의 1.4회보다 상승했으며 전 시즌 리그 1위(1.7회)보다도 많은 횟수다.

그리고 스틸이 많은 선수임과 함께 가장 주저 없이 공격 진영으로 달리는 성격 덕분에 올시즌 속공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챙긴 선수가 웨스트브룩이다. 웨스트브룩의 경기 당 5.5득점이 속공에서 나온다. 리그에서 단연 1위의 개인 속공 득점이다. 웨스트브룩과 2위(4.8득점)와의 차이는 2위와 7위(4.2득점) 사이의 차이보다도 크다. 전 시즌에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개인 속공 6.7득점을 올렸었다.

이렇게 웨스트브룩은 경기의 갖가지 국면에서 여전히 대단한 활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자유투와 3점슛 쪽의 섬세함이 떨어진 것이 아쉽지만 역동적으로 밀고 나오는 웨스트브룩의 경기는 큰 변수를 만들어낸다.

득점 쪽의 양적 질적 동시 하락으로 MVP 후보 거론에는 멀어졌지만 웨스트브룩은 여전히 팀의 승패에 가장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때 최근 부진세로 아쉬움을 주고 있는 조지와 앤써니의 슈팅 정확도가 살아난다면 오클라호마시티의 플레이오프 진군은 흥미로운 양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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