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비수 투표에 있어 올시즌은 꽤 다른 판세가 나올 듯하다. 즉 최근 시즌들에서 주인공이었던 선수들이 아닌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4~15시즌 및 2015~16시즌, 2연속 올해의 수비수에 뽑혔던 카와이 레너드(27·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올시즌 불과 9경기만 출전했다. 지난 2016~17시즌의 주인공이었던 드레이먼드 그린(28·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은 전보다 한층 떨어진 수비 진영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누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시즌 종료까지 각 팀에게 한두 경기만 남은 현재 충분히 예상을 가질 시간이 됐고 압축된 대상들이 있다.

올해의 수비수 선정에 있어 현재까지 루디 고베어가 가장 큰 여론 형성의 힘을 얻고 있다. ⓒAFPBBNews = News1
▶루디 고베어

우선 후보들 중 가장 앞서 있는 선수는 루디 고베어(26·유타 재즈)다. 고베어는 54경기 평균 32.5분 출전해 13.5득점 10.8리바운드 2.3블록 0.8스틸을 기록 중이다.

한때 NBA 서부 컨퍼런스 10위까지 내려가 있던 유타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컨퍼런스 4번째로 빠르게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시킨 데에는 수비의 힘이 컸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 고베어가 있다.

올시즌 고베어에 맞서는 숫자는 출전 경기 수다. 현재까지 팀의 80경기 중 고베어는 26경기나 결장했다. 때문에 투표인단들은 이 점을 두고 망설일 수 있다. 하지만 또 고베어 입장에서 득이 되는 것이 본인이 결장했을 때 유타의 모습이었다.

올시즌 유타는 고베어가 출전한 경기들에서 36승18패(승률 66.7%)를 남겼다. 반대로 결장한 경기들에서는 11승15패(승률 42.3%)를 남겼다. 이렇게 기우뚱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실점 양상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현재 유타는 총 3855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1.9실점으로 리그 2위의 수비지표를 기록 중이다. 이때 고베어가 코트 위에 있던 1756분 동안 유타는 100포제션 당 97.8실점만 허용했다. 이는 1000분 이상 뛴 유타 선수들 중 1108분의 로이스 오닐(97.3실점) 다음으로 가장 좋은 개인 수비지표다.

반면 고베어가 빠진 2099분 동안 유타는 100포제션 당 105.3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8일 현재 리그 11위의 수비지표에 해당한다. 그리고 유타 선수들 중 결원 시 가장 많은 실점 양상이다. 즉 유타는 평범한 수비 팀이다가 고베어가 있을 때 정상급 수비 팀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무릎 문제로 두 번의 장기 결장을 거쳤던 고베가 복귀해서 꾸준히 뛰기 시작한 1월 하순부터 유타는 대단한 수비 위력을 선보였다. 시즌 45번째 경기부터 유타는 36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97.9실점만 허용했다. 물론 해당 기간 최고의 수비지표다. 이 기간 안에 유타는 11연승과 9연승이라는 강력한 스퍼트를 기하며 하위권에서 중상위권으로 솟아오를 수 있었다.

때문에 센터로서 이 수비의 중심축에 있는 고베어에게 많은 표가 갈 가능성이 높다. 결장 시기는 오히려 극적 반등의 효과를 보여준 역할을 한 셈이다.

▶로버트 카빙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8일 현재 수비지표 리그 3위(102.2)까지 올라온 데에는 조엘 엠비드(24)의 공이 컸다. 센터로서 엠비드의 위력은 경기 장면으로든 숫자로든 충분히 증명됐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의 수비 쪽 논공행상에서 로버트 카빙턴(28)은 엠비드보다 더 많은 공적을 인정받을 만했다. 우선 출전 경기에서 78경기의 카빙턴이 63경기의 엠비드보다 많다. 그리고 코트 위에 있을 때 수비 쪽 영향력에서 카빙턴이 더 좋았다.

현재 14연승 중의 필라델피아에서 최근 5경기 연속 엠비드가 결장 중이다. 그럼에도 7일 클리블랜드전을 제외하면 줄곧 훌륭한 수비 실점을 남겼고 카빙턴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필라델피아는 올시즌 3860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2.2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카빙턴이 뛴 2478분 동안엔 99.2실점만 허용했다. 이에 비해 엠비드가 뛴 1912분 동안엔 99.7실점이었다. 필라델피아에서 1000분 이상 뛴 선수들 중 1,2위의 개인 수비지표 순서다.

게다가 부재 시의 영향력에서 더욱 크게 차이난다. 카빙턴이 없던 1381분 동안 필라델피아는 100포제션 당 107.6실점을 기록했다. 엠비드가 없던 1948분 동안엔 104.5실점이었다. 필라델피아는 카빙턴이 없을 때 가장 큰 실점 양상을 띠었다.

상대 공격수를 성가시게 만드는 능력이 카빙턴에게 있다. ⓒAFPBBNews = News1
미국 스포츠매체 ESPN에서 사용하는 리얼 플러스-마이너스(이하 RPM)를 보면 카빙턴의 존재감을 더욱 잘 볼 수 있다. 코트 위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마진을 두고 리그 평균 선수와의 비교 값인 RPM에서 카빙턴은 포워드로서 대단한 성과를 남겼다. 원래 수비 쪽 RPM은 센터들이 리그 전체 상위권을 잠식하지만 스몰 포워드 카빙턴은 5위(4.00)에 올라 있다.

카빙턴은 수비에서 여러 포지션들을 맡을 수 있다. 때문에 동료들 중 수비에서 열세인 선수가 있을 경우 카빙턴의 존재감은 큰 빛을 발한다. 그리고 상대팀 입장에서 가장 성가신 선수가 카빙턴이다. 리그에서 상대방 볼을 가장 많이 건드려서 굴절시킨 선수가 경기 당 3.9회의 카빙턴이다.

▶유수프 너키치

올시즌 큰 수비 영향력을 미친 센터들로 고베어와 엠비드에 더해 유수프 너키치(24)의 활약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 시즌 수비지표 리그 21위(107.8)에서 9위(104.5)로 올라오기까지 너키치의 공은 컸다.

ESPN의 수비 쪽 RPM에서 50경기 이상에 평균 20분 이상 출전한 리그 전체 선수들 중 1위 고베어(5.23) 다음이 너키치(4.46)다. 이는 너키치의 존재 유무에 따라 포틀랜드의 100포제션 당 실점 양상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시즌 3855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4.5실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너키치가 뛴 2029분 동안엔 102.2실점을 기록했다. 1000분 이상 뛴 선수들 중 가장 좋은 개인 수비지표다. 한편 너키치가 뛰지 않은 1826분 동안엔 100포제션 당 107.0실점을 남겼다. 포틀랜드 인원 중 부재 시 가장 나쁜 수비지표다.

너키치가 지키고 있는 가운데 포틀랜드의 림을 공략하기란 제법 난이도가 있다. ⓒAFPBBNews = News1
수비력을 인정받은 센터들이 대개 그렇듯이 너키치가 림 근처에 있을 때 상대팀은 골밑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너키치가 가까이 있을 때 상대방은 림 근처에서 54.7%만 성공시켰다. 이는 이러한 상황에서 250회 이상 수비한 리그 선수들 중 6번째로 낮은 허용률이다.

너키치의 경기 당 1.4블록은 리그 15위의 숫자지만 블록이 꼭 림을 지키는 척도의 숫자는 아니다. 평균 2.3블록의 고베어보다 실질적인 림 사수 숫자가 좋은 선수가 너키치다.

▶이 외 주목할 선수들

우선 앞서 언급한 엠비드는 충분히 고려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평균 11리바운드 1.8블록으로 숫자도 좋다. 어쩌면 지난 시즌 부상과 싸워야 했던 상황과 대조했을 때 올시즌은 더욱 큰 인상을 남겼을 수 있다.

그리고 빅맨들이 즐비한 리그 블록 순위 상위권에 평균 1.8블록으로 6위 자리를 차지한 케빈 듀란트(30·골든스테이트)도 상당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팀 내 실질적인 수비 영향력은 여전히 그린이 앞서지만 듀란트의 수비 활약은 매체의 조명을 여러 번 받은 바 있다.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인해 49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해 투표인단의 고려에 들어가진 못하겠지만 평균 1.2스틸 및 0.9블록을 남긴 안드레 로버슨(27·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대인 수비 능력은 충분히 경기 장면으로 보여졌다.

가드들 중에서는 평균 2.4스틸 및 0.8블록의 빅터 올라디포(26·인디애나 페이서스)와 5.7리바운드 및 1.2스틸의 디전테 머리(22·샌안토니오 스퍼스)도 어느 정도의 고려를 받을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