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감독들을 만날때마다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해야지’, ‘팬들이 많이 경기장을 찾아주시면 좋겠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한다.

말은 좋다. 말은 다들 한다. 근데 어느 한 팀도 속 시원하게 박진감 넘치고 공격축구를 하는 팀이 없다. 지난 4일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울산 현대의 홈경기 관중수 834명, 8일 열린 ‘슈퍼매치’에서 15년 역사상 역대 최저 관중 경신은 이런 K리그의 자해에 대한 방증이다. 그런데도 K리그 구단들과 감독들은 말만 공격축구를 또 외칠까.

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의 관중수가 줄어들고 있다. 심각하다. 2016시즌 K리그1은 179만명의 관중이 들었지만 2017시즌에는 148만명으로 무려 30만명이 줄었다. ‘공짜표를 없애고 유료 관중만 집계했기에 그렇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기존의 20%에 가까운 30만명이나 준 것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숫자가 많다.

올해 역시 관중수가 줄고 있다. K리그1 5라운드까지 지난해에는 28만8671명의 관중이 들었지만 올해는 26만3165명으로 줄었다. 38라운드까지 K리그에서 1/8넘게 진행된 상황에서 2만명이 줄었으니 산술적으로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16만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K리그2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6라운드까지 11만4843명의 관중이 찾았지만 올해는 5만6097명으로 반타작 이상 났다. 6라운드까지 경기당 평균관중은 3828명에서 1870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격적으로 순수 유료관중만 집계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 공짜표도 집계하던 지난 관중 집계 기준과 다르다”고 언급했지만 반타작 이상이나 난 것은 충격적이다.

팬들이 찾지 않는 리그는 가속화 되고 있는데 여전히 감독들은 ‘뻥’만 늘어놓고 있다. 매번 공격축구를 외치고 박진감 있는 축구로 팬들을 끌어들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들어가면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만 생각한듯 수비라인을 한껏 내리고 수비숫자만 늘리고 있다. 다가가야 하는데 서로 멀리서 멀뚱멀뚱 지켜본다. 그러다보니 올시즌 K리그1 30경기 중 9경기나 무승부였다.

선수들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EPL처럼, 라리가처럼, 유럽 챔피언스리그같은 수준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수준이 흥행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중국리그, 동남아시아리그의 흥행이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재밌는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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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도 고충은 있다. 경기 전에는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하지만 팀 상황이 좋지 않고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기기보다 일단 지지 않는 것이 더 우선이다. 그러다보니 수비숫자를 늘리고 공을 잡아도 쉬이 많은 숫자로 전진하지 않는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경기가 재미없고 수비적이니 관중들은 찾지 않고 관중들이 찾지 않으니 모기업 혹은 시,도에서 예산을 많이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좋은 선수들은 유럽, 일본, 중국으로 돈과 꿈을 찾아 떠난다. 스타가 없으니 팬들은 더 경기장에 오지 않으려 한다.

단적으로 이번 슈퍼매치는 ‘데얀’의 마치 유다와도 같은 선택으로 인해 서정원 감독 이후 역사적 이적으로 역대 최고의 스토리를 품었다. 그럼에도 관중들은 한국 축구 최고의 라이벌전을 외면했다. 그나마 온 관중들이 재관람을 원할 정도의 경기력도 아니었다.

한국 최고의 명문클럽인 수원과 서울 선수단 중 3월 A매치 국가대표에 뽑힌 선수는 한명(염기훈) 뿐이었다. 수원 서울에도 스타가 없는데 다른 팀은 오죽할까. 그 쉬운 스타 마케팅도 불가능해진 악순환의 고리를 팬들에게 먼저 끊으라고 할순 없다. 팬들은 다른 선택지를 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축구말고도 야구도 있고 영화도 있고 나들이도 있다.

급한건 축구다. 축구는 관중수가 줄어도 어쨌든 모기업에서 돈이 나오고 시·도 의회에서 예산이 집행되기에 안이해진지 오래다. 관중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다보니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근시안적인 말만 하고 매번 공격축구,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겠다는 ‘뻥’만 친다.

축구가 세계 스포츠 No.1인 이유는 명백하다. 쉽게 할 수 있고 재밌고 간단하고 신체조건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 공평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축구가 No.1은커녕 No.2라고 자신하기에도 대표팀을 제외한 K리그의 위상은 바닥이다. K리그는 자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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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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