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 2경기를 앞에 두고 LA 클리퍼스가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에서 제거됐다. 한때 제법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피해가기에는 현실의 암초들이 많았다.

마침 NBA 서부 컨퍼런스 9위와 10위 간의 싸움인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경기에서 클리퍼스는 덴버 너겟츠에게 115-134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클리퍼스는 42승38패(승률 52.5%)가 돼 8위 및 9위와 3패 차이로 벌어졌다. 반면 덴버는 45승35패(승률 56.3%)가 되면서 여전히 9위지만 끝까지 모를 싸움이 됐다.

다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클리퍼스의 시즌을 두고 실패라 단언하기엔 힘들 수 있다. 컨퍼런스 10위에 그치긴 했지만 진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더 많았다. 잔여 2경기 모두 패해도 42승40패(승률 51.2%)다.

NBA 서부 컨퍼런스가 14팀에서 15팀으로 늘어난 2004~05시즌 이후로 10위 팀이 5할 승률 이상인 적은 이번 시즌 포함 4시즌뿐이며, 이번 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딱 50% 승률이었다. 그리고 1995~96시즌부터의 14팀 규모 시절까지 늘리면 2000~01시즌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44승38패(승률 53.7%) 다음으로 높은 10위 성적이다.

이렇게 때를 잘못 만난 탓도 있었고 클리퍼스엔 여러 가지 현실적 제한들이 많았다. 어찌 보면 클리퍼스가 현재의 성적을 올린 것도 사실 놀랍다 할 정도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클리퍼스의 항해는 더 순조로울 수 있을까.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분전한 시기도 있었지만 클리퍼스의 배에는 누수의 구멍들이 많았다. ⓒAFPBBNews = News1
▶부상에는 장사 없다

클리퍼스는 온전한 전력에 있어서도 NBA 매체와 팬들의 높은 기대를 사지 못한 환경에서 갖가지 부상 피해를 입었다. 올시즌 현재까지 클리퍼스에는 평균 30분 이상 출전한 기록의 선수가 무려 7명이다. 하지만 이들 중 충분할 만큼의 경기 수를 채운 선수는 몇 없다.

우선 평균 30.3분의 패트릭 베벌리(30)는 불과 11경기만 뛰고 시즌아웃 부상을 입었다. 32분의 다닐로 갈리나리(30)는 21경기만 치렀다.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나간 블레이크 그리핀(29)은 팀의 49경기 중 16경기 부상 공백을 거쳤다. 33.9분의 오스틴 리버스(26)는 20경기 공백을 거쳤다.

이 외에 평균 28.1분의 에이브리 브래들리(28)는 트레이드로 전입 후 팀의 31경기 중 6경기만 출전했다. 25.2분의 밀로스 테오도시치(31)는 45경기만 출전했다.

이렇게 팀 내 비중이 큰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많다 보니 주전 라인업에 있어 시즌 초 전망됐던 주력 인원을 제대로 내세운 경기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맹활약한 선수는 벤치 멤버이자 팀 내 유일 10년차 이상 베테랑이었다.

▶역대급 식스맨의 등장

이번 시즌 13년차 베테랑 루 윌리엄스(32)는 올해의 식스맨 상을 타지 못한다면 정말 이상할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79경기 평균 32.8분 동안 22.6득점을 남긴 윌리엄스는 벤치 멤버로서 60경기를 치르며 21.9득점을 남겼다. 이는 40경기 이상 벤치 멤버로서 출전한 리그 전체 선수들 중 가장 높은 득점이다. 이 다음이 니콜라 미로티치(27·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41경기 벤치 출전 평균 14.1득점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뿐만이 아니다. NBA 역사에서도 식스맨으로서 윌리엄스가 남긴 득점은 역사에 남을 만하다. 만약 윌리엄스가 이번 시즌 올해의 식스맨 상을 받게 된다면 역대 수상자들 중 2번째로 높은 평균 득점을 남기게 된다. 가장 높기로는 1989~90시즌의 리키 피어스가 59경기 모두 벤치에서 출전해 평균 23득점을 남겼었다. 식스맨 상은 1982~83시즌부터 시상됐다.

나이를 뛰어넘은 활약을 펼친 윌리엄스가 다음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이을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2경기 제외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양적 측면에서 정말 꾸준한 기여를 한 셈이다. 30득점 이상은 27경기에 달한다.

그리고 윌리엄스가 슛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욱 대단한 일이다. 상대 수비의 저항을 받으며 던지는 경우들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때문에 26회 야투 시도 중 5개(19.2%)만 성공시킨 적도 있지만 49경기에 걸쳐 40% 이상 야투율을 기록했다.

한편 특출한 포인트 가드가 없는 클리퍼스에서 윌리엄스는 현존 인원 중 가장 많은 평균 5.3어시스트를 남겼다. 역대 식스맨 수상자들 중 평균 5어시스트 이상 인원은 2명뿐이며 평균 20득점 5어시스트를 동시에 만족시킨 인물은 없었다.

▶부상의 악영향은 수비에서

사실 클리퍼스는 인원 공백이 많았던 팀치고 매우 좋은 공격력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윌리엄스 외에도 여러 대체 인원들이 이따금씩 큰 득점 활약을 펼쳤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마지막 60순위로 뽑혀 올시즌에야 데뷔한 타이론 월러스(24)가 22득점을 올린 경기 등 누군가는 득점을 해냈다.

하지만 수비는 어쩔 수 없는 빈 구석을 보였다. 팀에서 수비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베벌리와 브래들리의 장기 공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두 명 외에 클리퍼스의 주력 가드들은 수비에서 평판도 좋은 편이 아니고 실제 성과도 안 좋다.

NBA닷컴에 따르면 클리퍼스는 100포제션 당 108.0득점으로 8일 현재 리그 8위의 공격지표를 기록 중이다. 반면 100포제션 당 107.6실점의 수비지표는 리그 19위에 그쳐있다. 그리고 3월 중순부터 성적 페이스가 떨어진 이유들 중 수비 쪽 붕괴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4연패가 시작됐던 3월16일 경기부터 클리퍼스는 14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113.1실점이나 허용했다.

▶명확히 새 시대로 접어든 클리퍼스

75경기 평균 31.7분 동안 12.2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한 센터 디안드레 조던(30)은 2015년 여름 NBA 매체와 팬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오프시즌 시작과 함께 모라토리엄 기간 동안 원래 댈러스 매버릭스와 계약하기로 구두 합의를 마쳤지만 결국 클리퍼스와 재계약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 재계약 사인을 앞두고 당시 동료들인 크리스 폴, 그리핀, JJ 레딕, 폴 피어스가 조던의 집에 방문해 진을 쳤다.

하지만 이제 클리퍼스에는 정작 조던 혼자만 남았다. 이 조던도 사실 시즌 중 트레이드 루머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현 계약에서 다음 시즌은 플레이어 옵션이 걸려 있어 이번 시즌이 사실상 만기다. 즉 2011~12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그 클리퍼스 선수단은 이제 완전 해체의 직전 단계에 와 있다.

조던의 잔류 여부 외에도 올여름 닥 리버스 감독의 머리는 매우 복잡해질 것이다. ⓒAFPBBNews = News1
물론 조던이 계속 클리퍼스에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알 수 있듯이 조던의 성적 견인력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브래들리도 계약이 만료돼 나갈 수 있다.

만약 조던도 없게 된다면 계약 상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는 스타들은 갈리나리와 토바이어스 해리스(26) 정도다. 샐러리 액수도 갈리나리와 해리스 순으로 가장 높다. 여기에서 9년차 커리어 중 가장 많은 결장을 남긴 갈리나리는 코트에 나왔을 때도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위안이라면 해리스가 전 소속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때보다 클리퍼스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잘 하기는 하지만 뭔가 한계에 묶여 있던 모습을 다음 시즌 깰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렇게 클리퍼스는 다가오는 여름 동안 많은 변수들을 두게 됐다. 이 변수들 중에는 팀의 농구 운영단장이자 감독인 닥 리버스의 아들 오스틴 리버스(26)의 잔류 여부도 포함돼 있다. 물론 완전한 리셋도 택할 수 있다. 조던의 시즌 중 트레이드 루머는 리셋을 염두에 두고 나왔었다. 때문에 클리퍼스에 대한 전망은 현재로써 그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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