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남자프로테니스(ATP) 톱20 진입이다. 2017년 1월만 해도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정현이 1년새 세계 20위안에 진입하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으로 세계랭킹 29위에 올랐던 정현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16강에 오르며 한국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이형택의 36위를 넘어섰다.

1년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세계랭킹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정현은 어떻게 세계 최정상 레벨에 도달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정현의 현재 위치, 1년전에 비해 달라진점,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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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개 대회 연속 8강

정현은 호주오픈 4강을 포함해 올해 출전한 6개 대회 연속 8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SB 클래식 8강을 시작으로 호주오픈 4강, 델레이비치 오픈 8강, 멕시코오픈 8강, 마이애미 오픈 8강까지, 나갔다하면 모두 세계 8강에 들었다.

자연스레 순위도 급상승했다. 2017년 1월 16일 랭킹이 105위였던 정현은 2017년 마지막 랭킹 발표(12월 25일)에서 58위까지 올랐다가 2018년 6개 대회 연속 8강으로 4월 첫째주 발표될 랭킹에 톱20 진입을 확정했다.

이미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고 순위였던 이형택의 36위를 넘어선 정현은 이제 아시아 최고 순위인 니시코리 게이(일본)의 2015년 세계 4위를 넘볼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정현과 삼성증권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선배’ 임규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일단 20위안에 들었다는 것은 웬만한 대회에서 안정적으로 시드배정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예선전을 안해도 되고 본선에서도 첫 한두경기는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선수와 할 수 있다. 랭킹 유지가 더 용이하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ATP 내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 테니스계에서도 정현과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차세대 테니스계를 이끌 쌍두마차로 보고 있다. 현재 테니스계는 ‘빅4(나달,페더러,조코비치,머레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향후 테니스계를 이끌 선수를 찾고 있는데 정현이 가장 돋보이기에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105위→20위권, 대체 무엇이 달라졌나

1년새 확연히 기량이 뛴 정현은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동안 꾸준히 대회도 나가고 실력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정현의 기량이 어떻게 이리도 급상승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최천진 JTBC 해설위원은 “100위권 밖에 있을 때는 수비시 베이스라인 뒤에서 소극적으로 했는데 요즘엔 베이스라인 앞에서 적극적으로 수비를 한다. 자신감이 매우 좋아졌다. 특히 지난해 말 넥스트제너레이션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자신감을 얻은 것에 이어 호주오픈 4강까지 오르며 심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라며 ‘자신감’을 실력 향상의 요인으로 뽑았다.

이미 조코비치(상단), 페더러와 맞붙은 정현. ⓒAFPBBNews = News1
임규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2~3년간 꾸준히 투어를 다니면서 쌓은 경험들이 몸에 적응된 것 같다. 코칭스태프도 더 편한 이들로 바뀌어 소통도 잘된다. 표정부터 많이 밝아졌다”며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그동안 정현은 포핸드에서 이전에는 수비적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때나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정현이 너무 수비적이라고 비판받아왔지만 바로 그 수비가 정착되면서 공격이 조금만 좋아지니 확연히 실력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테니스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임 해설위원이다. “왜 스포츠에서 ‘공격을 하면 승리를 할 수 있지만 수비를 하면 우승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정현은 기본적으로 수비를 편하게 잘하던 선수였다. 수비가 세계 수준에 적응되면서 자신감을 가진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먹혀드니 클래스가 달라졌다. 배구에서도 디그가 안되는데 스파이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고 첨언했다.

▶‘만 22세’,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정현은 5월이면 고작 만 22세가 된다. 이미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기에 정현의 테니스 인생에 걸림돌은 없다.

예전에는 테니스 선수들은 30대 초반이면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하지만 갈수록 여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전성기 나이는 길어지고 은퇴 연령도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최천진 JTBC해설위원은 “37세인 세레나 윌리엄스, 로저 페더러도 여전한 실력을 유지 중이다. 이처럼 테니스 역시 과학적으로 몸관리를 하기에 30대 초반까지도 전성기 나이를 유지할 수 있다. 정현은 고작 22세로 아직 10년은 더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면서 “테니스 종목 특성상 어느 정도 클래스에 올라온 선수들은 쉽게 랭킹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현 역시 니시코라 게이의 4위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 해설위원은 “그러기 위해서는 박빙의 승부, 중요한 순간에 더블폴트를 범하는 등의 서브 실수를 범하는 집중력을 향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임 해설위원 역시 동의했다. “서브를 자신이 원하는 코스에 넣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서브 속도를 중시하다보니 정확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금방 고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역시절 정현은 항상 저에게 많이 묻고 따라하려던 선수다. 부족한 부분은 압도적인 노력으로 메우더라. 지금 페이스에 부상만 없다면 20대 중반에는 톱5에 진입하는 것은 꿈도 아닐 것이다”라고 했다.

세계 테니스계는 빅4 선수들의 오랜시간 테니스계 지배 후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있는 노쇠화에 대안을 찾고 있다. 그와중에 미개척 시장인 아시아에서 고작 만 22세의 정현이 갑자기 등장했기에 세계 테니스계는 환호하고 있다.

테니스 볼모지와 다름없던 한국에서 떠오른 정현. 선배들조차 "대단한 선수가 될거라고 봤지만 이정도로 빨리 잘할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급성정한 정현의 세계 랭킹 20위 진입은 향후 테니스사에 기억될 중요한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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