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전방십자인대 손상을 겪었다 돌아온 잭 라빈(23·시카고 불스)이 이번 시즌 1월 복귀 이후 24경기를 치렀다.

농구 선수에게 전방십자인대 부상은 매우 치명적인 부상으로 기량 발전 저해는 물론이고 퇴행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때문에 현재 라빈은 농구 선수로서 중요한 분기점에 있다.

그리고 NBA 프로 선수로서 4년차 라빈은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를 눈앞에 둔 또 다른 중요한 기점에 있다.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의 NBA 선수들이 첫 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시점에서 현재 라빈은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2014년 NBA 드래프트 당시 전체 13순위로 뽑혔던 라빈은 미전역의 내로라하는 유망주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운동능력을 자랑했던 선수다. 2014~15시즌 및 2015~16시즌 2년 연속 올스타 덩크 콘테스트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역동적인 모습이 여전히 경기에 투영되고 있을까.

시카고 선수로서 보여주고 있는 라빈의 경기력은 현재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AFPBBNews = News1
▶제한된 시간 속에서의 높은 득점 활약

개인 선수의 건강관리 차원에서인지 오히려 질수록 좋은 팀 사정 때문인지 시카고는 라빈의 출전시간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4년차 커리어 중 3번째로 적은 평균 24.7분을 뛰고 있는 라빈은 바로 전 시즌만 해도 37.2분을 기록했던 선수다. 반면 올시즌은 가장 많은 경기 출전시간이 35분이다.

당장 최근 경기인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에서 라빈은 3쿼터까지 26분을 뛰고 4쿼터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리그 최하위 멤피스와의 대결에서 승부에 큰 동기가 없는 시카고는 팀 최고 득점을 올리고 있던 라빈을 승부처에 내놓지 않았다. 아예 주전 중 세 명이 4쿼터에 뛰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111-110, 1점차 승리가 시카고에게 돌아갔다.

이렇다보니 라빈은 전 시즌의 평균 18.9득점보다 적은 16.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단위 시간 당 득점에 있어서는 올시즌이 최고다. 36분 당 득점 기준에서 올시즌 라빈은 커리어 최고 22득점을 올리고 있다. 이는 지난 두 시즌의 36분 당 18.1득점 및 18.3득점보다 훌쩍 뛰어오른 숫자다.

그렇다면 라빈은 부상 여파를 극복하고 더 잘 득점하고 있는 것일까. 경기 모습과 숫자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라빈은 더 많이 득점하고 있을 뿐 잘 득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기회의 밀도는 최고지만 효율성은 최저

NBA닷컴에 따르면 라빈은 올시즌 코트에 있는 시간 동안 시카고의 공격 기회들 중 29.6%를 사용했다. 야투 시도와 자유투 시도 그리고 턴오버를 통해 공격 참여도를 보는 유시지 퍼센티지(Usage percentage, 이하 USG%)에서 커리어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공격 참여도가 놓은 칼앤써니 타운스 및 앤드류 위긴스와 같이 뛰던 전 시즌까지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시절에 라빈은 USG%에서 20%를 넘기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 시카고에서는 딱히 라빈보다 많은 공격 참여도를 보일 선수가 없다.

팀에서도 가장 높은 USG%를 기록 중인 라빈은 복귀했던 1월14일 이후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평균 16.7득점을 기록 중이다. 평균 야투 시도 및 자유투 시도에서 라빈이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라빈의 득점 효율성은 개인 커리어 중 가장 낮다. 3점 야투 성공을 1.5로 가중치를 주고 자유투까지 고려한 종합 득점 효율성 척도인 트루 슈팅 퍼센티지(이하 TS%)에서 경력 최저 49.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평균 20분 이상 출전한 동시에 USG% 29% 이상 기록한 리그 선수들 중에서도 신인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21·댈러스 매버릭스)의 46.7% 다음으로 가장 낮은 득점 효율성이다. 그렇다면 라빈이 이렇게 득점 효율성에서 고전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빈약한 2점 야투 해결 능력

라빈의 개인 기록 중 이번 시즌 상승한 부문이라면 리바운드와 스틸 그리고 자유투다. 평균 4리바운드와 1스틸이 커리어 최고인 한편 자유투 획득은 전 시즌 경기 당 3회 시도에서 4.5회로 부쩍 늘었다.

멤피스전에서 라빈은 무려 10회의 자유투를 얻어내 모두 성공시켰다. 경기 당 파울에서 가장 높은 멤피스(23.6)가 유난히 파울을 많이 하는 팀이긴 해도 올시즌 라빈은 꾸준히 많은 자유투를 얻어내 왔다. 자유투 성공률 81.3%의 선수에게 많은 자유투 획득은 분명 득점 효율성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야투에서 문제다. 2점과 3점 양쪽 모두 전보다 하락을 봤다. 그래도 현재 34.1%의 3점슛 성공률은 괜찮은 편이다. 이정도면 기회가 왔을 때 던져서 나쁠 것이 없다.

경종을 울리고 있는 쪽은 2점 야투다. 신인 때 44.9%의 2점 야투율로 시작해 48.2%, 51.5%로 성장을 기하고 있던 라빈은 이번 시즌 40.5%로 폭락했다. 이는 올시즌 10경기 이상 참여하고 평균 야투 시도 10회 이상의 선수들 121명 중 120위의 2점 야투율이다. 공교롭게도 가장 낮은 선수는 같은 팀 시카고의 저스틴 할러데이(29)다.

돌파를 즐겨하는 선수에게 골밑에서의 고전은 분명 반갑지 않은 일이다. ⓒAFPBBNews = News1
▶골밑 마무리 부진이 큰 우려

라빈과 같이 좋은 신체 능력을 지닌 선수가 골밑에서 시원찮은 마무리를 보일 때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196cm 신장, 203cm 양팔너비 등 슈팅 가드로서 더할 나위없는 신체에 빼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선수에게서 레이업 성공률 45.4%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3시즌 동안 라빈은 54.0%, 60.0%, 55.2%의 레이업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레이업 성과가 떨어진 것은 분명 부상여파로 보이는 결과이며 앞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2회 연속 덩크 콘테스트 챔피언이 바스켓으로부터 5피트(약 1.5m) 안에서의 성공률이 49.3%라는 것은 확실히 안 좋은 신호다. 이는 5피트 안쪽 50회 이상 시도한 리그 선수 318명 중 299위의 성공률이다.

시카고는 올시즌 시작 전 여름에 팀을 이끌었던 스타 지미 버틀러를 미네소타에 보내면서 라빈과 함께 크리스 던(24)과 라우리 마카넨(21)을 받았었다. 이 중 던과 마카넨은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계약도 올시즌 제외 2시즌 이상 더 남았다. 반면 라빈은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즉 현재 라빈의 모습에 대해 시카고를 비롯해 NBA 팀들이 어떻게 바라볼지가 중요하다. 이따금씩 팀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활약이 라빈에게서 나오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분명 현재 모습은 미래를 봤을 때 그렇게 신호가 좋지 못하다. 다가오는 여름 계약 시장에서 라빈 개인에게 있어서도 라빈과 계약할 팀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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