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근 3경기에서 3연패다. 지난해에는 K리그팀 중 유일하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에 나가 자존심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해는 조 최하위로 16강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는 제주, 대체 왜 이럴까.

제주는 14일 오후 7시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4차전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홈경기에서 0-2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전반 27분 수비 실책부터 시작된 실수가 인터셉트 당했고 스루패스 한방에 수비라인이 무너졌다. 알란은 오프사이드를 피하고 수비 3명을 농락한 후 뒤로 패스를 내줬고 뒤에서 달려오던 네마냐 구델리의 오른발 슈팅이 제주 골문을 갈랐다. 전반 37분에도 오른쪽에서의 크로스가 제주 문전에 올라왔지만 수비 사이에서 알란을 홀로 뛰어올라 헤딩골을 넣으며 광저우에 2-0 승리를 바쳤다. 제주는 후반 추가시간 수비수 김원일이 경고 누적 퇴장까지 당하며 자멸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전 내용부터 엉망이었다. 2골을 내준 것을 차지하고도 전반전 제주의 슈팅은 고작 3개가 전부였다. 박스 안에서 슈팅은 없었고 모두 중거리슈팅. 유효슛도 없었다. 반면 원정팀 광저우는 8개의 슈팅이나 했고 유효슛 2개로 2골을 넣었다. 제주는 홈인데도 볼점유율에서 37%로 63%나 광저우에게 내줬다. 전반 40분 박진포의 부상은 가뜩이나 0-2로 지고 있는 제주가 얼마나 안 풀리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후반전 내용은 그나마 나아졌다. 하지만 광저우는 외국인 선수 위주의 공격에서 성공했지만 제주는 마그노말고는 없었다. 교체로 호벨손이 들어갔지만 큰 임팩트는 없었다. 국가대표 이창민, 주장 권순형 등의 분전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미 제주는 지난 주중 광저우 원정에서 3-5 패배, 주말 경남FC 원정에서 0-2 패배에 이어 이날 패배로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K리그 준우승팀이자 K리그 내에서 유일한 ACL 16강 진출했던 팀이 맞나 싶은 충격적인 초반 행보다.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제주의 이런 부진은 우승을 향해 나아가려는 구단의 열망 부족이 낳은 참사와 외국인 선수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주는 지난해 리그 준우승으로 2010년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다음 스탭은 자연스럽게 리그 우승 도전이 되어야하지만 제주는 겨우내 윤빛가람, 안현범의 군입대, 외국인 선수 멘디의 이적에 대응해 뚜렷한 영입을 하지 못했다.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인 홍정호가 국내 복귀를 노렸지만 수수방관했고 리그 대어급 이적에 제주가 연관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투자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창민의 중동 이적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제주 유일의 국가대표 이창민마저 잃을 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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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7년만에 리그 준우승을 이끈 조성환 감독을 계약 만료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재계약 발표를 할 정도로 감독의 팀 구상에도 큰 해를 미쳤다.

국내 선수 영입이 부진했다면 외국인 선수라도 대어가 와서 팀을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야심차게 영입했다는 브라질 공격수 호벨손과 찌아구는 팀 중심 역할을 해줘야했지만 풀타임 출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리그 적응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광저우는 제주를 상대로 ACL에서 넣은 총 7득점 모두를 외국인 선수가 해냈지만 제주는 호벨손과 찌아구가 아예 선발로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코칭스태프에 대한 책임론이 일수밖에 없다. 물론 호벨손과 찌아구가 시간이 흐르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제주가 ACL 16강 진출을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기에 지난 시즌 주장 수비수 오반석과 또 다른 외국인 수비수 알렉스도 부상으로 제주는 외국인 선수 4명 중 마그노만 그나마 제대로 활용하며 시즌 초반을 버티고 있다.

결국 제주는 핵심선수 이탈에도 안이했던 선수영입, 7년만에 팀에 최고 성적을 안긴 조성환 감독의 재계약을 계약종료 직전까지 미루는 수뇌부의 잘못, 호벨손과 찌아구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책임 등이 겹쳐진 자초한 부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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