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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DB가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개막 전 꼴찌 후보가 이뤄낸 돌풍이다. 이제 시상식에서도 DB의 상 싹쓸이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B는 지난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69-79로 패했다.

자칫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이 최종전까지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날 2위 KCC가 삼성에게 나란히 덜미를 잡히면서 DB는 37승16패로 남은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DB는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꼴찌 전력으로 지목될 만큼 상황이 어두웠다. 지난 시즌 5위에 올랐지만 승률은 5할에 미치지 못했고, 일정을 거듭할수록 하락세가 뚜렷했다. 허웅의 군입대와 함께 김주성 역시 내리막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리빌딩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DB는 이상범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반전을 이뤄냈다.

특히 이상범 감독은 KGC인삼공사 시절 팀의 리빌딩을 훌륭히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DB에서는 불과 부임 첫 해 기적을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비주전급 선수들에게 확실히 기회를 부여해 이들의 기량을 끌어올렸고, 두경민의 강점을 극대화시켜 그를 에이스로 성장시켰다.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 역시 당초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드로 전향, 신의 한 수를 이끌어냈다.

또한 선수들이 실책을 하더라도 다독이는 모습으로 자신감을 심어줬으며, 베테랑들의 체력을 비축한 뒤 승부처에 투입시키는 기본 틀을 유지해 수많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감독상은 이상범 감독이 예약해놓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외국선수상으로 표현됐다가 최근 명칭이 바뀐 외국선수MVP 역시 버튼이 품에 안을 전망이다. 버튼은 올시즌 53경기에서 23.6득점 8.5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고의 해결사 역할을 수행해냈다. 특히 경기 막판 더욱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내며 클러치 능력에서는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능력을 발휘했다.

국내선수MVP도 두경민에게 다시 기우는 분위기다. 두경민은 올시즌 16.4점 3.9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했으며, 3점슛 1위(2.7개), 3점슛 성공률 2위(42.8%)로 최고의 활약을 남겼다.

시즌 중반까지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며 MVP에 바짝 다가섰던 두경민은 막판 태업 논란의 중심에 서며 물의를 빚었다. 농구 팬들 뿐 아니라 팀원에게도 확실한 신뢰를 받지 못했고, 한동안 코트조차 밟지 못하며 MVP 경쟁에서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내 선수 득점과 리바운드 1위에 오르는 등 독보적인 개인 기록을 남긴 오세근(18.7점 9.0리바운드 4.0어시스트 1.3스틸, 1.1블록)이 무릎 타박상으로 시즌 막판 휴식을 취했고, DB와 KGC인삼공사의 성적 차이가 제법 나기 때문에 두경민이 좀 더 유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두경민 역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DB가 노릴 수 있는 상은 이 뿐만이 아니다. 김태홍은 기량발전상에 바짝 다가선 선수다. 지난해 12경기에서 평균 1.1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던 김태홍은 올해 49경기에서 평균 7.0점 3.5리바운드 0.5어시스트 0.6스틸을 기록하며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주장으로서 악착같은 농구, 끈끈한 농구를 이끄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

이 밖에 김주성은 식스맨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해 본인의 총 득점 272점을 모두 후반에 집중시킨 김주성은 팀의 리빌딩, 젊은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승부처에서는 전성기와도 비교 가능할 만큼 존재감을 발휘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노려볼 수 있다.

역대 MVP-외국선수상-감독상-식스맨상-기량발전상이 한 팀에서 쏟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2~13시즌 SK가 김선형(MVP), 문경은 감독(감독상), 변기훈(식스맨상)을 수상자로 배출했지만 당시에는 외국선수상과 기량발전상을 폐지한 시즌이었다.

일반적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MVP와 감독상, 나아가 외국 선수상까지 가져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기량발전상과 식스맨상이 우승팀에서 나오는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확실한 주전이 갖춰진 팀들이 우승을 차지하기에도 유리하며, 결국 백업들이 기회를 얻어 기량을 끌어올리기 힘든 환경일 수밖에 없다. DB가 올시즌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한다면 이러한 틀을 깨뜨리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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