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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02~03시즌 혜성같이 등장해 KBL리그를 뒤흔들었던 신인 김주성이 16년 차 은퇴 시즌에도 원주 산성의 소나무로 우뚝 섰다. 전성기 기량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정신적 지주로서 김주성의 존재감은 마지막 시즌까지 변함 없었다.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69-79로 패했다.

그러나 같은날 2위 KCC가 삼성에게 나란히 덜미를 잡히면서 DB는 매직넘버 1을 삭제, 시즌 37승16패로 남은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6시즌 만에 이뤄낸 팀 통산 5번째 우승.

올시즌 DB는 시즌 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된 팀이다. 허웅의 군입대로 가드진이 약화됐을 뿐 아니라 김주성의 하락세가 뚜렷했던 점도 그 이유로 꼽혔다. 실제 김주성은 데뷔 후 14년 차까지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지만 2016~17시즌 9.6점에 그쳤고, 리바운드도 4.2개로 커리어에서 가장 저조한 수치를 남겼다.

올시즌 김주성의 비중은 더욱 줄어들었다. 평균 출전 시간이 13분을 넘지 못했는데 지난해 21분39초에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당연히 평균 득점(5.1점)과 리바운드(2.1개)도 또 한 번 최저 기록에 머물렀다.

하지만 영양가는 오히려 올라갔다. 올시즌 이상범 감독은 전반까지 김주성의 체력을 비축한 뒤 주로 후반에 그를 투입시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주성 역시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그림자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며, 짧은 시간 본인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냈다.

실제 그가 올해 기록한 총 272점이 모두 후반에만 나왔으며, 4쿼터에는 총 175점(평균 3.3점)을 몰아쳤다. 이는 커리어 4번째로 좋은 수치. 김주성의 3점슛(44개, 36.5%)이 흐름을 뒤바꾸며 역전승의 발판이 된 경기도 상당히 많았다.

김주성은 통산 1만276점(2위) 4423리바운드(2위) 1037블록(1위)와 같은 눈부신 개인 기록을 쌓았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 역시 KBL 역대 최고로 손꼽혔다.

그동안 한 팀에서만 정규리그 1위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정규리그 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2회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고, 6강 플레이오프를 밟지 못한 적은 단 3차례 뿐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는 팀 성적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며 '김주성 천하'도 저물었지만 명품 조연으로서의 김주성은 은퇴 마지막 시즌까지 밝게 빛났다.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은 채 13일 정규리그 현역 마지막 경기를 소화한 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최후의 목표에 도전할 일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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