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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DB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쾌거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리빌딩 마스터’ 이상범 매직이 있었다.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69-79로 패했다.

그러나 같은날 2위 KCC가 삼성에게 나란히 덜미를 잡히면서 DB는 매직넘버 1을 삭제, 시즌 37승16패로 남은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DB는 하위권 전력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5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26승28패로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했고,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이 체력적 한계를 노출해 하락세가 뚜렷했다. 또한 시즌이 끝난 뒤 허웅이 상무에 입대한 가운데 은퇴 시즌을 선언한 김주성 역시 전성기의 기량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였다.

DB가 이상범 감독을 영입한 것도 결국 당장의 성적보다 리빌딩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상범 감독은 과거 KGC인삼공사에서 박찬희, 이정현을 시작으로 오세근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차례로 영입하며 리빌딩의 발판을 마련했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 이 감독은 2011~12시즌 KGC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어내며 인내의 기간을 보상받았다.

DB에서도 리빌딩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상범 감독은 DB 부임 첫 시즌에 곧바로 정규리그 우승을 책임지며 ‘리빌딩 마스터’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2순위로 지명한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의 맹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이상범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DB 우승의 가장 큰 힘이었다. 그는 빈약한 국내 선수 전력을 끌어내는데 모든 힘을 쏟았고, 그 과정에서 두경민이라는 새로운 에이스를 발굴해냈다. 대학 시절 이미 뛰어난 기량을 갖추기는 했지만 단점 역시 뚜렷했던 두경민은 이상범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 속에서 본인의 강점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두경민이 시즌 막판 태업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당시 순위 싸움이 급한 상황이었지만 이 감독은 그를 4경기 연속 경기에서 제외시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선수 개인보다 팀의 위대함을 우선시했고, 그 과정에서 두경민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는 선수단이 더욱 끈끈해지는 계기가 됐다.

또한 실책 숫자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모습으로 김태홍, 박병우, 서민수, 김현호 등 기존 백업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베테랑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승부처에 이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시즌 수많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지난 시즌과 같은 하락세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버튼마저도 이상범 감독의 활용 방안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당초 이 감독은 버튼을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버튼과의 면담을 통해 그에게 실질적으로는 가드 역할을 부여했다. 모험이 뒤따르는 선택이었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스로는 ‘갓상범’, ‘상범 매직’과 같은 표현에 손사래를 쳤지만 이처럼 균열의 조짐이 있었던 원주 산성을 완벽하게 재정비한 것은 결국 이상범 감독 본인이었다. KGC인삼공사에서도 이뤄보지 못한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누린 이 감독이 이제 통합 우승을 통해 ‘상범 매직’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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