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속 일어나던 일이 멈춘다면 꽤 낯선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현재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까지 20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이다. 이는 NBA 역사에서 가장 긴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횟수다. 샌안토니오 다음이 애틀란타 호크스의 2007~08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10시즌이니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진출 역사는 이처럼 대단하다.

그런데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에게 노란불을 넘어선 빨간불이 켜지기 직전의 조짐이 보인다. 다시 격해진 NBA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과 함께 최근 팀의 경기력 하락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필 이런 상황에서 경쟁 팀들 가운데 샌안토니오에게 주어진 외부 환경이 가장 안 좋다. 가장 잔여 일정이 어렵다. 그리고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경기는 이런 어려운 일정의 프롤로그(도입부)였다.

카와이 레너드의 오랜 공백 속에 나머지 선수들의 분전이 있지만 결국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들이 있다. ⓒAFPBBNews = News1
▶5할 승률로도 부족한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

8일 현재 서부 컨퍼런스 8위 LA 클리퍼스 성적이 34승29패(승률 54.0%)다. 그리고 9위 덴버 너겟츠와 10위 유타 재즈는 각각 35승30패(승률 53.8%)이며 8위와의 경기 차는 0일 정도로 근접하다.

이렇게 단지 5할 승률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다. 2시즌 연속 컨퍼런스 8위가 딱 50% 승률에 9위 성적이 50% 아래였던 지난 두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그림이다.

물론 최근 10시즌 동안의 서부 컨퍼런스에게 지난 두 시즌은 다른 그림이었긴 하다. 2007~08시즌부터 2014~15시즌까지 가장 낮았던 서부 컨퍼런스 9위 승률은 2009~10시즌 휴스턴 로켓츠의 51.2%였다. 그리고 가장 높기로는 2007~08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2013~14시즌 피닉스 선즈가 58.5% 승률을 올렸음에도 9위에 내려앉았었다.

즉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두었을 때 올시즌 서부 플레이오프 진출 문턱은 예년의 수준을 찾아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살짝 다른 그림이라면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3위부터 10위까지의 간격이 유난히 좁다는 사실이다. 8일 현재 3위와 10위 사이의 차이는 불과 4경기차, 변수가 작용하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경쟁 팀들 중 가장 안 좋은 최근 페이스

컨퍼런스 4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10연승 중이다. 3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8연승 중이며 10위 유타도 4연승으로 추격을 기하고 있다.

그리고 서부 3위부터 10위까지 8팀 중 6팀이 최근 10경기 전적 6승4패 이상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팀이 4승6패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가장 안 좋은 3승7패의 샌안토니오다.

샌안토니오는 2월 중순 4연패를 기록하기도 했고 최근 4경기에서도 1승3패의 부진 경향이다. 2002~03시즌부터 해마다 2월 무렵 거치는‘로데오 트립’이라 불리는 장기 원정길에서 올시즌은 2승4패의 부진을 겪었다.

샌안토니오는 1월31일까지 34승19패(승률 64.2%)로 컨퍼런스 4위와 2.5경기차 앞서 있던 3위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2월의 샌안토니오는 2승7패를 기록했으며 3월도 현재까지 1승2패다.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의 오랜 공백을 잘 버텼던 샌안토니오지만 후반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불안정한 라인업 구성

샌안토니오는 팀의 65경기 중 56경기를 결장한 레너드 외에도 부상 타격을 많이 입었다. 특히 레너드의 빈자리를 채웠던 루디 게이가 거의 두 달에 걸친 23경기 연속 결장의 타격이 컸다. 평균 10분 이상의 정규 출전 인원들 중 8명이 6경기 이상씩 결장을 했으며 20경기 이상 공백은 4명이다.

이로 인해 샌안토니오의 출전 라인업 구성은 매우 불규칙했다. 원래 시시때때로 라인업 구성을 바꾸는 팀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올시즌은 강제적인 변경이 많았다.

선수 기용에 있어 그렉 포포비치 감독을 필두로 코칭스태프의 고심이 가득한 시즌이다. ⓒAFPBBNews = News1
단적으로 샌안토니오에서 많은 경기 수와 많은 시간을 공유한 5인조는 매우 적다. 각각 17경기와 16경기를 평균 9.1분과 9.2분에 걸쳐 공유한 5인조 둘뿐이다.

그리고 라인업 구성에 고민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새로 합류한 인원들의 활약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2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디전테 머리, 다비스 베르탄스, 브린 포브스가 저마다 활약도 있었지만 명확한 한계점들을 보여주며 기대치를 낮추게 만들었다. 게다가 조프리 로번 등 올시즌 합류한 인원들도 게이를 제외하면 합격점을 받을 선수는 아직 없다.

▶앞으로 남겨진 힘겨운 일정

샌안토니오는 9일부터 3연속 원정길에 나섰다. 골든스테이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휴스턴 로켓츠라는 스타 선수들을 보유한 팀들의 홈구장을 방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 3팀들은 이번 연속 원정길을 거친 후에도 또 한 번씩 더 상대해야 한다.

이렇듯 샌안토니오는 상대방 전력 측면에서 30개 팀들 중 가장 힘든 잔여 일정을 갖고 있다. 8일 현재 승률 리그 10위 안의 팀들을 상대하는 경기가 앞으로의 17경기 중 6경기다. 그리고 5할 승률 이상 팀을 상대하는 경기는 14경기다. 즉 샌안토니오에게 남겨진 경기들 중 5할 승률 아래의 팀 상대는 겨우 3경기다.

8일 샌안토니오는 강력한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4쿼터 4분44초를 남기고 101-93, 8점차로 앞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뒤로 3분여 동안 상대방 케빈 듀란트가 5연속 야투 성공과 자유투 3구 성공으로 연속 12득점을 올린 위력 앞에 흔들리며 결국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수비를 앞에 두고도 줄곧 깔끔하게 점프슛을 꽂아 넣는 슈퍼스타의 힘에 막힌 셈이다.

현재 샌안토니오는 스타 선수들도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샌안토니오의 클러치 전적은 암울하다. 경기 종료 5분 이내에 5점차 이내로 접어든 클러치 전적에서 샌안토니오는 1월까지 리그 2위에 달하는 15승7패(승률 68.2%)를 기록했었다. 반면 2월부터는 1승7패의 수렁에 빠져 있다. 이런 샌안토니오에게 상대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잔여 일정은 힘겹다 할 수 있다.

최근 레너드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과연 레너드의 복귀가 이런 위기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올시즌 중간에 레너드는 한 번 복귀를 했지만 상승의 분위기를 끌지 못했다. 상승의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완벽한 상태의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

샌안토니오는 1997~98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20시즌을 통해 NBA 역사에서 최고의 20년 구간 승률, 가장 긴 연속 60% 이상 승률이라는 위업을 쌓았다. 이런 팀이기에 올시즌 현재 37승28패(승률 56.9%), 컨퍼런스 5위의 나름 괜찮은 성적이지만 위기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플레이오프 진출도 실패한다면 정말 실패한 시즌으로 남겨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샌안토니오가 어떤 흐름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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