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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BL이 2018~19시즌부터는 최우수선수(MVP)상을 2명에게 수여한다.

KBL은 지난 5일 제23기 제 3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핵심이 된 내용은 외국선수 제도 및 2017~18시즌 플레이오프 경기 일정이었다. 특히 외국선수 제도에 대해서는 KBL의 발표 이후 많은 논란을 낳았다. 2018~19시즌부터 장신 200cm 이하, 단신 186cm 이하로 신장 제한을 더욱 강화하면서 장·단신 체계가 애매해졌다는 지적이 있었고, 지나치게 잦은 제도 변경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KBL이 시상식 항목 중 일부 명칭을 변경하기로 한 결정은 이사회 결과 발표에서 크게 주목받은 내용은 아니지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L은 기존 MVP를 국내선수MVP, 외국선수상은 외국선수MVP로 변화를 줬다.

외국선수에게도 MVP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은 사실 반드시 필요했던 일이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역대 정규리그 MVP 트로피의 주인공은 모두 국내 선수였다. 바꿔 말해 외국인 선수는 제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이러한 영광을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다.

투표인단은 외국 선수에게 유독 엄격한 기준을 적용시켰고, 대부분은 그들에게 투표할 마음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나마 올스타전과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외국 선수의 MVP 수상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역시 그 비율은 높지 않았다.

물론 소수의 투표인단이 외국선수에게 소신 있게 투표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KBL은 정규리그에 한해 외국인 선수 투표 시 규정에 따라 이를 무효표로 처리했다. 외국선수상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차별대우다. 실제 이러한 제도에 실망감을 드러낸 외국인 선수들이 다수 있었으며, 국내 선수 역시 수상 후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단 그동안 KBL의 결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 농구가 선천적인 신체 및 운동 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에게 MVP 자격을 부여할 경우 현실적으로 국내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구조는 꿈같은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과거 역사에 남을 맹활약을 펼친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한다면 지금껏 MVP보다 외국선수상 수상자의 기록이 전반적으로 훨씬 화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선수가 해마다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역시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에게 각각 MVP를 수여하게 되면서 국내 선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토리를 계속 부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에게 향했던 불공평한 차별 역시 걷어낼 수 있게 됐다. 2명에게 MVP 칭호를 붙이는 것이 'Most Valuable Player'의 의미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나올 수는 있지만 MVP 앞에 국내선수, 외국선수 단어가 붙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한편 국내·외국선수 MVP 분류가 단순히 명칭 변경으로만 끝날 일은 아니다. 일종의 말장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외국선수MVP 사이에 상의 권위 및 대우 역시 동등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단편적으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오세근은 1000만원, 외국선수상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MVP의 절반인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마저도 2016~17시즌의 300만원보다 올라선 수치지만 명칭이 외국선수상에서 외국선수MVP로 바뀐 만큼 추가적인 대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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