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후 론조 볼(21·LA 레이커스)의 원거리 슈팅 온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약 2주의 공백기를 가지다 2월말부터 돌아온 볼은 출전한 3경기에서 모두 위력적인 3점슛을 뽐냈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샌안토니오 스퍼스 원정경기에서는 10회의 3점슛 시도 중 6개를 성공시켰고 종료 마지막 3분 동안엔 3연속으로 성공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레이커스가 4쿼터 중반 12점차까지 뒤졌던 경기를 116-112로 역전시키며 승리한 데에는 이같은 볼의 득점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복귀한 후의 3경기에서 볼은 총 16회의 3점슛 시도 중 11개(68.8%)를 성공시키는 샤프슈터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슈팅 폼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볼이지만 한 시즌도 안 돼 남부럽지 않은 슈터가 됐다. ⓒAFPBBNews = News1
아마도 12월부터 NBA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최근의 볼을 본다면 깜짝 놀랄 일이다. 11월까지 이 신인 가드에게서는 슈팅에서의 가망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법 많은 3점슛을 던져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었다.

하지만 현재의 볼을 보면 그런 시간들은 충분히 거칠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던 3점슛 기회가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초반 극도의 야투 부진 속에서도 얻었던 기회

2017년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뽑힌 볼에게는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다. 대학에서의 활약을 통해 뛰어난 NBA 포인트 가드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6회의 야투 시도 중 1개(16.7%)만 성공시켰던 NBA 데뷔전으로 시작해 볼의 프로 입성은 험난했다. 11월까지 20경기를 치르며 볼은 평균 11.2회의 야투 시도에서 31.5%만 성공시켰다. 3점슛은 평균 5회의 시도 중 25.7%만 성공시켰다.

NBA 역사에서 한 선수가 평균 5회 이상의 3점슛을 시도했던 시즌들 중 가장 낮았던 성공률이 2015~16시즌의 코비 브라이언트였다. 당시 브라이언트는 7.1회의 시도 중 28.5%만 성공시켰다. 아킬레스 부상 복귀 후 큰 부진을 겪었던 당시의 일이다. 그리고 11월까지의 볼은 그런 브라이언트보다 낮은 성공률로 경기 당 5회 이상의 3점슛을 던졌다.

30% 미만의 3점슛 성공률임에도 평균 5회 이상 시도했던 개인 시즌은 현재까지 총 7회밖에 되지 않는다. 즉 시즌 초의 볼은 꽤 이례적으로 많은 슈팅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올시즌 레이커스가 성적에 부담을 갖지 않은 시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해마다 들어온 어린 선수들의 가망성을 타진하는 시즌의 의미가 컸다.

▶12월부터 상승한 볼의 3점슛 정확도

이 같은 레이커스의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12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12월 10경기를 치른 볼은 경기 당 7.5회의 3점슛 시도 중 37.7%를 성공시켰다. 이정도면 충분히 무기로 삼아 꺼낼 만한 성공률이다.

사실 볼의 원거리 슈팅은 대학 시절 때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다. UCLA 대학에서 1시즌을 보낸 볼은 야투율 55.1%와 함께 3점슛은 총 194회 시도 중 80개(41.2%)를 성공시켰다. NBA의 3점 라인이 더 멀긴 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히 있었다는 신호다.

물론 스카우팅 관점에서 볼의 슈팅 폼은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했다. 통상적인 점프 슈팅 폼과는 다른 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슈팅 타점이 얼굴 앞 정도로 낮고 오른손잡이지만 공을 날리는 순간 오른손이 왼쪽에 쏠려 있는 독특한 폼이다.

시즌 초 볼이 극심한 슈팅 부진을 보일 때 이 슈팅 폼은 많은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어정쩡해 보여도 괜찮은 슈팅 성과를 남긴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케빈 마틴이다. 2015~16시즌까지 12시즌을 보낸 마틴은 볼과 마찬가지로 타점이 낮은 3점슛으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마틴은 커리어 전체 38.4%의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자랑했다. 꼭 정석적인 폼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폼이면 통할 수 있다는 증거다.

이제 상대 수비는 외곽에 있는 볼에게 섣불리 공간을 내주기 힘들어졌다. ⓒAFPBBNews = News1
▶볼에게 3점슛의 의미

신인으로서 볼은 시즌 37경기 동안 평균 10.5득점 7어시스트 7.1리바운드라는 재미있는 숫자를 남기고 있다. 즉 다방면의 활약을 할 수 있다는 신호다. 시즌 초 지적받았던 수비에서의 참여 문제도 시간이 흐르며 나아지는 모습이다.

이런 볼에게 득점원으로서의 점수는 아직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3점슛은 최근 무서울 만큼 정확해졌지만 3점 라인 안에서는 여전히 성과가 좋지 못하다.

특히 골밑 침투가 중요한 볼 핸들러로서 레이업 성공률이 계속해서 50%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사실은 우려를 할 만한 요소다.

그래도 통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 연마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외곽에서 주로 볼을 다루는 가드에게 수비가 곧이곧대로 수비하도록 만드는 슈팅 위력은 중요하다. 만약 턱없이 부족한 원거리 슈팅 능력을 줄곧 보여준다면 수비는 볼이 코트 위에 있는 레이커스에게 변칙 수비 작전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시즌 초 25% 무렵의 초라한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음에도 현재 볼의 시즌 3점슛 성공률은 34.7%다. 이정도만 돼도 수비가 볼에게서 시선을 고의적으로 뗄 수 없는 정확도다. 만약 볼의 3점 슈팅 위력이 계속해서 리그 평균(36%)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레이커스가 볼에게 기회를 준 전략은 성공이라 볼 수 있다.

최근 5연승을 달리고 있는 레이커스지만 5일 현재 NBA 서부지구 11위에 그쳐 있다. 20경기만 남아 있는 현재 8위와는 5.5경기 차. 현실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자신들의 2018년 NBA 드래프트 픽은 다른 팀에게 넘어가 있다. 때문에 현재 레이커스의 잔여 시즌은 계속 같이 갈 핵심 선수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에 맞춰져야 한다. 볼을 위시해 앞으로 레이커스가 계속 데리고 갈 선수들이 유망하다는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 이럴 때 볼이 또 한 차례의 부상 공백 없이 꾸준히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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