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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지난 19일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은 2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날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일어난 ‘왕따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김보름은 팀 동료인 노선영이 크게 뒤쳐진 상황에서도 뒤를 신경쓰지 않고 레이스를 펼친 것을 비롯해 노선영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좌절하는 동안에도 그녀를 위로하기보다 스마트폰을 만지는 등 박지우와 따로 행동했다. 노선영에게 다가가 위로를 전한 이는 선수들이 아닌 밥데용 코치였다.

특히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을 탓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고, 박지우의 역시 인터뷰 내용에 논란이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두 선수의 대표팀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을 만큼 국민들이 격분하면서 결국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보름은 “경기를 하고 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많은 분들께서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김보름은 이어 "3위를 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4강 진출을 했어야 했다"며 경기 막판 전력 질주를 했던 배경을 설명한 뒤 "6바퀴 중 3바퀴를 제가 앞에 서기로 했다. 선수마다 제 역할이 있다. 그 목표에 맞게 타임을 맞춰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두 바퀴에서 제가 선두로 나서야 했다. 달리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결승선에 다 와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노)선영 언니가 뒤에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한 김보름은 노선영과 경기 직후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경기가 끝나고 나서 시간이 늦었다. 숙소 방도 달라서 따로 대화를 나눈 것은 없다”며 “뒷 선수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다. 억울한 부분은 없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백철기 감독도 대표팀이 저조한 성적을 남긴 이유가 코치진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백 감독은 김보름, 박지우가 노선영을 홀로 남겨두고 레이스를 펼친 것에 대해 “대표팀이 더 좋은 기록을 내려면 선영이가 맨 뒤에서 따라가는 게 맞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며 “선영이가 직접 이 전략을 내게 제안했고 그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백 감독은 “마지막에 선영이가 뒤처졌다는 사실을 링크 안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지만 함성이 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 감독은 노선영의 ‘왕따 의혹’에 대해 “팀워크를 맞추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강릉에 도착해서는 훈련장에서나 밖에서나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였다”며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후 노선영이 소외된 듯한 모습에 대해서도 “서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세심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보름의 눈물과 백 감독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이번 기자회견이 여론을 의식한 대처임을 꼬집으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선영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과보다는 경기 전략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또한 김보름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박지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노선영 역시 당초 기자회견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감기 몸살 때문에 불참했다. 여러모로 알맹이가 빠졌던 기자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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