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이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듣고 싶었던 말은 속시원하게 꺼내지 않았다.

김보름은 2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날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일어난 ‘왕따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김보름은 팀 동료인 노선영이 크게 뒤쳐진 상황에서도 뒤를 신경쓰지 않고 레이스를 펼친 것을 비롯해 노선영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좌절하는 동안에도 그녀를 위로하기보다 스마트폰을 만지는 등 박지우와 따로 행동했다.

특히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을 탓하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남겼고, 상황에 맞지 않는 미소까지 띄면서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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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김보름은 “경기를 하고 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많은 분들께서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김보름은 이어 "3위를 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4강 진출을 했어야 했다"며 경기 막판 전력 질주를 했던 배경을 설명한 뒤 "6바퀴 중 3바퀴를 제가 앞에 서기로 했다. 선수마다 제 역할이 있다. 그 목표에 맞게 타임을 맞춰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두 바퀴에서 제가 선두로 나서야 했다. 달리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결승선에 다 와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노)선영 언니가 뒤에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한 김보름은 노선영과 경기 직후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경기가 끝나고 나서 시간이 늦었다. 숙소 방도 달라서 따로 대화를 나눈 것은 없다”며 “뒷 선수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다. 억울한 부분은 없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온갖 질타를 받으면서 김보름 역시 나름의 마음고생을 했을 수 있고, 결국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보름의 눈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알맹이들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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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은 전날 본인의 인터뷰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물론 ‘많은 분’ 속에 노선영이 포함됐을 수는 있지만 노선영을 향해서도 별도의 사과 표현을 반드시 했어야만 했다. 경기 직후 대화도 나누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과의 대상 이름이 빠졌다.

김보름이 가장 길게 설명한 부분은 노선영을 뒤에 남겨둔 채 레이스를 펼치게 된 배경이었다. 그러나 노선영을 무시하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남기게 된 보다 자세한 부분을 많은 이들이 듣기 원했다. 선수들 간 관계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도 좋고, 소위 ‘왕따’를 시킨 부분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 내막에 대해서도 털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빙상연맹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까지 언급될 만큼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거나 턱없이 모자랐다. 노선영을 경기 후에 챙기지 못한 이유가 ‘늦은 시간’, ‘다른 숙소’와 같은 문제 때문이었다면 당연히 국민들은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경기 직후 위로조차 건네지 않은 이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사과를 호소한다는 자체가 진정성 없이 여론을 의식한 ‘악어의 눈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이번 기자회견에 동행한 백철기 감독 역시 사과의 방향이 틀린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팀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한 사과가 아닌 왜 선수들을 하나로 묶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사과가 필요했다.

또한 백 감독은 누구보다 힘들 노선영이 아닌 ‘가장 어린’ 박지우가 몸을 떨기까지 할 만큼 불안해하고 있다는 말로 언론의 도움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박지우 역시 김보름과 마찬가지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녀 역시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어야만 했다. 백 감독이 감싸줘야 할 대상이 뒤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민들은 김보름과 백 감독의 사과에도 여전히 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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