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방송 캡처
지난 13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값진 동메달을 딴 김민석이 아닌 캐나다의 킴부탱이었다.

당시 킴부탱은 최민정과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몸싸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민정이 실격 판정을 받은 반면 킴부탱은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결국 이에 분노한 한국 팬들이 그녀의 SNS를 테러하는 일이 있었다.

심지어 ‘너를 찾아내면 죽일 것이다’, ‘더러운 X, 손발을 잘라내라’와 같은 입에 담기 힘든 협박과 욕까지 쏟아졌고, 외신도 이에 대해 집중 보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마찬가지로 19일에는 차민규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수상했지만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여자 팀추월에 참가한 김보름이 그 주인공이다.

킴부탱과 마찬가지로 김보름에게도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 후 그녀의 인터뷰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제공
김보름은 “저희가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팀추월 연습을 해왔다. 경기에 나왔는데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했다.

또한 김보름은 “3분 정도로 타면 만족스러웠는데, 경기가 끝나고 코치 선생님께서 지우와 내가 붙어서 들어왔을 때가 (2분)59초라고 했다. 우린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팀 추월은 마지막 선수 기록이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멀찌감치 떨어져 결승선을 통과했던 노선영에게 같은 팀원으로서 실례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김보름은 누군가를 탓하는 뉘앙스의 발언 뿐 아니라 타이밍에 맞지 않은 웃음까지 보였다.

여론을 의식한 듯 김보름은 경기 후 본인의 SNS 계정을 삭제했다. 특히 고개를 들지 못했던 노선영에게 같은 팀원으로서 위로를 전하기보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 무렵 SNS 계정이 삭제됐기 때문에 논란이 더욱 거세다.

물론 킴부탱이 받은 협박 등을 떠올린다면 김보름 역시 국민들의 질타에 두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합리적인 비판이 아닌 수위를 넘어서는 비난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통을 끊어버리는 일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물론 킴부탱 역시 며칠 동안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는 일이 있었지만 그녀는 빠른 시간 내에 상처를 치유한 뒤 식당에서 최민정을 찾아가 포옹을 나눴으며, 한국 팬들을 위해서도 손가락 하트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오해를 적극 해명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이후 현재는 SNS 계정을 다시 공개로 설정해놨고 최민정과 하트 세리머니를 합작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많은 한국인들에게 사과 및 축하의 인사를 받았다.

물론 김보름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팀원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 혹은 오해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해명 역시 뒤따를 필요가 있다. 침묵이 바람직한 순간도 있지만 때때로 오해를 더욱 확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현재 김보름의 SNS 계정 삭제 및 침묵은 후자의 부정적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물론 해명의 글이 더욱 큰 비난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당장 김보름은 오는 21일 여자 팀추월 결승 D에 나선다. 노선영과 다시 한 번 ‘팀 코리아’로 레이스를 펼친다는 의미이며, 결국 경기장에서 수많은 관중들의 야유를 듣는 최악의 상황까지 나올 수도 있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중하지 못했던 발언에 대한 빠른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다. 단 후속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킴부탱이 이미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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