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물론 최민정이 실격을 당했기 때문에 TV를 보던 국민들과 팬들은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최민정이 문제라면 킴 부탱(캐나다)의 ‘나쁜 손’ 역시 문제가 되기 충분했다.

하지만 최민정은 반칙이고 킴부탱은 반칙이 아닌 일관성 없는 판정으로 인한 분노가 경기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최민정과 킴부탱을 향한 비정상적인 관심의 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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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은 지난 13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2위를 기록하고도 비디오판독 끝에 실격 처리되며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여자 500m 금메달에 도전했던 최민정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결과였다. 한국은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은커녕 은메달도 단 한 번도 획득하지 못했을 만큼 인연이 없었다.

최민정의 실격 이유는 레이스 도중 킴부탱의 무릎을 왼손으로 가로막았다는 판정이었다. 그러나 킴부탱이 최민정을 손으로 밀쳐내는 행동을 하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고, 오히려 최민정의 실격과 맞물려 4위에서 동메달로 올라서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최민정이 저질렀다는 임페딩 반칙은 고의로 방해하거나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 또는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밀었을 때 주어진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킴부탱도 반칙의 적용을 받았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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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최민정만 실격이고 4위이던 킴부탱이 동메달을 따는 황당한 상황만 낳았다. 최민정의 실격도 문제지만 문제라고 한다면 킴부탱 역시 같은 처벌을 받지 않은 것에 근본적으로 팬들은 화가 나있다.

앞서 심판진은 여자 500m 결선이 벌어지기 하루 전 팀 미팅을 통해 판정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바깥쪽에서 추월하는 선수가 앞서가는 선수와 부딪히면 과감하게 페널티를 주겠다는 원칙을 정했다. 추월하는 선수가 앞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추월을 당하는 과정에서의 부탱의 행동보다 추월하는 최민정의 잘못이 크다고 봤지만 이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후 팬들의 도넘은 킴부탱을 향한 비난은 잘못됐다. 킴부탱의 SNS에 ‘테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폭언과 욕설을 남기자 킴부탱은 비공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일관성’있는 판정이라면 모두가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지만 누구는 반칙이고 누구는 반칙이 아닌, 그래서 누군가는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아니고의 상황으로 인해 4년간 아니, 평생을 흘린 땀방울이 무의미해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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