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월 18일. 전설은 신화가 될 수 있을까.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3회 연속 금메달을 이룬 사례는 없었다. 하계 올림픽까지 합쳐도 2008·2012·2016 올림픽 남자 사격 50m 권총의 진종오가 이룬 3연패가 유일하다.

이상화(29)는 과연 아시아 최초의 빙속 3연패,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3연패의 대기록을 2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이뤄낼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될성 푸른 떡잎이었던 이상화는 타고난 재능과 중학교 3학년때부터 28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국가대표 선수촌 생활을 거르지 않을 정도의 성실함과 스쿼트(바벨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 170kg를 해낼 정도로 엄청난 훈련 강도를 이겨냈기에 전설을 넘어 신화의 문턱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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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남달랐던 이상화, 밴쿠버에선 ‘깜짝’, 소치서는 ‘당연’

초등학교 1학년때 친오빠를 따라 빙상장에 갔다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은 후 이상화는 늘 한국 최고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출전한 동계체전에서 여자 500m와 1000m를 석권하며 한국 빙상의 희망이 된 이상화는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선배들의 기록을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야말로 ‘될성 푸른 떡잎’이었다.

중학교 3학년부터 국가대표가 된 이상화는 28세가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가대표를 놓지 않았다. 그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훈련강도가 센 국가대표 선수촌에서도 버텨냈다.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로 첫 출전했던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0.17초 뒤진 5위에 오를때만 해도 ‘역시 아시아인은 빙속에선 안돼’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 등 유럽권 국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메달을 따냈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아시아 여자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선수들이 은메달, 동메달까지는 해냈지만 그게 다였다.

이상화의 주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하계올림픽으로 따지면 육상 100m와 비교된다. 스케이트를 신은 종목 중 최단거리인 500m는 아무래도 타고난 신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이상화는 ‘다크호스’ 수준이었다. 당시 금메달 유력주자였던 독일의 37초00에 비해 이상화는 최고 기록이 0.24초나 뒤졌었다. 그렇기에 ‘한국 최초의 여성 빙속 메달 도전’ 정도에 의의를 뒀다.

하지만 이상화는 금메달을 따냈고 당시만 해도 ‘깜짝 금메달’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선수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상화는 올림픽 첫 금메달에 만족보단 “반짝 금메달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그래서 꾸준히 열심히 연습했다”는 말로 4년 후 2014 소치 올림픽에 다시섰다. 4년동안 이상화는 세계 스피드스케이팅계를 평정했고 4년전 ‘다크호스’에서 2014년에는 독재자로 불렸다. 비교선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세운 여자 500m에서 1·2차 합계, 74초70의 기록은 12년만의 올림픽 신기록이었고 세계 여자 500m 역사상 3번째 2연패의 대업적이었다.

아시아 남녀 선수 통틀어 최초의 2연패로 이상화는 2014 소치 올림픽 이후 전설이 됐다. 깜짝 금메달을 모두가 인정하는 압도적 금메달로 다시 증명해냈기에 뜻 깊은 2연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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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두께 23인치는 ‘노력’의 산물

단 40초도 걸리지 않는 레이스를 위해 2번의 금메달 이후 다시금 4년을 준비한 이상화의 최대 장점은 자만하지 않는 것이었다. 금메달을 한번 따는 선수는 있지만 2연패를 해내는 선수가 없는 이유는 한번의 금메달 이후 자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상화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2010 밴쿠버 이후 ‘얼짱 스케이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방송 출연, 광고 섭외도 많았다. 하지만 이상화는 최대한 자제했다. 광고마저도 “광고 촬영을 하면 하루는 훈련할 수 없다”며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상화의 노력에는 숨은 사연이 있다. 이상화의 오빠도 함께 스케이트를 탔지만 워낙 돈도 많이 들고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스케이트를 자녀 둘이 타기엔 이상화의 집은 넉넉지 않았다.

결국 오빠가 그만두고 이상화만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상화로서는 자신을 위해 운동을 그만둔 오빠,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을 위해 더 달려야했다. 이상화는 “친오빠가 운동을 그만둘 때 ‘딸보다는 아들을 지원해야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잠재력을 믿어줬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었다.

여자 선수가 170kg에 달하는 스쿼트를 한다는 것은 이상화가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고 뛰어난지 새삼 알 수 있는 대목. 이상화의 허벅지 두께는 23인치로 여성들이 허리둘레로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수치를 허벅지에 보유하고 있다.

사실 이 허벅지에도 슬픈 사연은 있다. 종아리에 있던 하지 정맥류가 많은 훈련으로 허벅지까지 갈 정도로 고통받기도 했던 것. 그럼에도 이상화는 포기하지 않았고 “스스로 슬럼프라 단정짓지 않기에 슬럼프는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슬럼프조차 거부했다.

연합뉴스 제공
▶평창은 日 고다이라와 경쟁…2연패의 이상화가 도전자?

한국 동계올림픽사 최초의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에게 평창은 일본 고다이라 나오(32)와의 맞대결 장이다.

이상화보다 3살이나 많지만 뒤늦게 꽃피운 고다이라의 기세는 무섭다. 2014 소치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고다이라는 네덜란드 유학 이후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스피드스케이팅을 평정했다. 2016년과 2017년 시즌 국제 및 일본 대회에서 금메달 24개를 휩쓸었다. 이상화마저 밀릴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이정도면 이상화가 도전자가 아닌가’라는 시선이 나올 정도. 이상화 역시 평창 선수촌 입소 때 “고다이라와 나는 늘 뜨거웠다.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다. 더 이상 비교하지 말아 달라. 내가 열심히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신경 쓰는 눈치.

고다이라의 몸상태는 최상이다. 지난 7일 강릉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에 대비한 비공식 연습경기에서 고다이라는 37초05의 기록으로 이상화의 올림픽 신기록(37초 28)을 넘어서기도 했다. 비공인 기록이지만 올림픽 개막 직전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3연패에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이미 아시아 최초의 빙속 올림픽 2연패로 전설이 된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 결과에 무관하게 2월 이후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마지막으로 불태울 수 있는 것이 지금이라 판단하기 때문. 이미 전설인 이상화는 과연 2월 18일 밤 이후 신화 올림픽 3연패의 ‘신화’가 될 수 있을까. 전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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