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연아의 성화봉송, 정확하게는 성화 점화는 지금까지도 한국 체육사의 명장면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는 1988 서울 올림픽의 故손기정 옹의 성화봉송과는 또 다른 감동을 남겼다.

김연아는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개회식 최종 성화점화자로 나섰다.

연합뉴스 제공 손기정 기념재단
이날 김연아는 성화 점화 직전 짧은 피겨 스케이팅 공연을 한 후 성화를 이어받아 점화했다. 모두가 예상했듯 김연아가 최종 점화자였고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이미 외신에서도 ‘김연아가 최종 성화 점화자가 아니면 놀라울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김연아의 성화점화는 당연했다. 그러나 김연아가 역대 최초의 성화점화 직전에 짧은 퍼포먼스를 보인 것은 짠한 감동을 남겼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논란의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금메달에 여전히 의문과 논란이 있을 정도. 이 올림픽이 피겨 역사상 최고의 선수였던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이었고 김연아는 은퇴했다.

김연아 입장에서는 10여년전부터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해 프리젠테이션 등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유치한 평창올림픽에 선수로 나갈 수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성화 최종 점화자로서 평창의 시작을 알렸고 짧은 퍼포먼스였지만 다시 스케이트를 신어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한을 짧게나마 풀었다.

손기정 기념재단
한국의 올림픽에서 성화는 이처럼 감동의 하이라이트였다. 1988 서울 하계올림픽 당시에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만 24세의 나이에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고 손기정(1912~2002) 옹이 76세의 백발에 광복된 조국의 올림픽 개최를 위해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 입장하며 성화를 봉송했었다.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를 달고 아이처럼 기뻐하며 육상 트랙을 뛰는 손기정 옹의 모습은 전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손기정 옹의 성화 봉송은 나라 잃었던 청년이 나라를 되찾고 광복된 나라에서 성화를 들고 뛴다는 점에서 역사적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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